국립중앙의료원, 이사 한번 가기 힘들다

한성주 2023. 1. 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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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이전 병원 규모 놓고 기획재정부- 국립중앙의료원 이견 여전
국립중앙의료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65년만에 자리를 옮기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신축이전 작업 첫 단추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신축이전 병원의 규모를 두고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예산과 국립중앙의료원 측이 필요로 하는 예산에 대폭 차이가 발생했다.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기 위한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국립중앙의료원과 보건복지부는 2021년 6월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1050병상 운영에 필요한 신축이전 사업 예산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보다 축소된 총사업비를 국립중앙의료원에 이달 4일 통보했다. 기획재정부가 결정한 규모는 본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으로 총 760병상이다. 병상 현대화 비용은 요청안 1조2341억원에서 1조1726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국립중앙의료원은 술렁였다. 신축이전 사업은 단순히 병원 공간만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 체계 강화 △중앙감염병병원 설립 등의 작업이 병행된다. 때문에 기존 국립중앙의료원의 제반 시설보다 병상 및 인력 측면에서 대폭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은 중요도가 큰 과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돼 감염병 대응 기능을 도맡았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에는 대구 지역으로 의료진을 파견하기도 했다. 전문인력과 시설을 대폭 확충하지 않고, 기존 여력만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감당하면서 의료진의 소진이 극심했던 실정이다.

보건의료계에서도 기획재정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사업은 단순히 일개 병원을 신축해 이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 펜데믹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에서 마련된 청사진이자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약속을 전면 부정하고 인구 감소와 수도권 병상 과잉 등 경제성 논리만으로 신축이전 규모를 축소하는 기재부의 총사업비 축소 결정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진들은 완강한 입장이다. 병상과 인력의 규모는 신축이전 작업의 핵심적인 요소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타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총동문회는 “(기획재정부가)총사업비를 조정해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은 경제논리만 앞세운 결정으로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총동문회 측은 “그동안 보건복지부, 국립중앙의료원, 질병관리청 등 3자로 구성된 공동 추진단에서 천명한 대로 세계적인 수준의 감염병 병원과 모 병원 건립을 통해 필수중증의료의 중앙센터 및 지역 공공병원의 3차병원 역할을 하려면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이상이 확보돼야 한다”면서 “총사업비 조정 심의 결과 모 병원의 병상수를 계획안에서 대폭 축소한 것은 그동안 정부가 주장한 국가 공공의료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과 역할 증대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일단 사업을 속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설계공모 등 건립사업을 위한 행정절차는 우선 시작하지만, 추후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조정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병상 수 확대 문제에 대해서는 “감염병, 중증 응급, 외상 등 필수의료 대응을 위한 국립중앙의료원의 기능과 역할 등을 고려해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1958년 ‘중앙의료원’으로 문을 연 이래 서울 중구 을지로6가 현재 장소를 지켜왔다. 건물이 노후하고 인력과 시설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지속되면서 1990년대부터 신축 이전 계획이 논의됐다. 

이후 2003년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료 확충의 일환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을 서초구 원지동으로 신축 이전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하지만 원지동 부지는 소음 기준 미충족, 문화재 조사 등의 사정으로 불발됐다. 신축이전 부지는 지난해 7월 국방부가 소유한 중구 방산동 일대 미군공병단 부지로 최종 확정됐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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