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초임계 반도체 장비' 中 유출…일당 5명 법정행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세정 장비 제조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반도체 세정장비 제작업체 세메스 전 연구원 등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 박진성)는 세메스의 전 직원 A(47)씨와 협력사 대표 B씨, 중국 국적의 기술유출 브로커 C(39)씨 등 4명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세메스의 협력업체 직원 1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반도체 국가핵심기술 유출 경로. 수원지검

반도체 국가핵심기술 초임계 세정장비 그림설명. 수원지검

2016년 세메스를 퇴직해 2019년 별도 회사를 설립한 A씨는 2021년 6월 이 장비의 도면을 세메스 협력업체 대표 B씨로부터 카카오톡 메신저로 전송받아, 이를 브로커 C씨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중국 반도체 회사에 초임계 세정장비 10대(대당 248억원)를 납품하고 기술이전을 하겠다 협약도 맺었다. 다만 이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실제 장비 납품이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세메스는 초임계 기술개발 연구비 약 350억원 등의 직접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A씨는 이밖 자신의 회사로 이직한 세메스의 전 연구원과 공모해 세메스의 매엽식 인산 세정장비 기술 정보를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인산 세정장비는 인산 약액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를 1개씩 세정하는 장비다. 2019년 7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회사 자금 27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A씨는 받고 있다.

수원지방.고등검찰청 전경. 중앙포토

검찰은 2021년 10월부터 세메스 기술유출 사건을 수사해왔다. 지난해 1월~5월 A씨 등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당시 ‘습식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는데, 이번에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 유출 혐의가 또 제기돼 다시 구속돼 추가 기소됐다. A씨 등은 당시 습식 세정장비 20대를 중국 업체에 팔아 1139억원의 이득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세정장비 등 234억원 상당의 동산, 301억원 가량의 채권·부동산 가압류 등 약 535억원에 대해 추징보전명령을 집행한 상태다.

검찰은 A씨 등이 유출한 기술 정보가 20나노미터 이하 메모리 제작 등에 사용되는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반도체 설비분야의 기술경쟁력 약화는 모회사의 반도체 생산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산업 전반에 걸쳐 수조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