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사러 줄 섰는데...코로나 의료공백에 사망한 정유엽군 유족, 국가 소송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공백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17세 나이에 숨진 정유엽군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인한 정유엽 사망 대책위원회(대책위)’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16일 국가와 경산중앙병원, 영남대병원, 경산시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정군의 위자료로 2억원가량을 청구했으나 향후 청구 액수는 달라질 수 있다.
2020년 3월 당시 고3이던 정군은 마스크를 사려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동네 약국 7곳을 돌아다녔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 5부제 판매를 시행할 때다. 이후 정군은 고열과 두통에 시달렸고 선별진료소가 있는 경산중앙병원을 찾았으나 치료받지 못했다. 이틀 뒤 영남대병원에 입원했고 발열 엿새 만에 숨졌다.
대책위와 민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산중앙병원이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지 않은 채 처방해 증상 악화를 막지 못한 과실로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영남대병원은 13차례나 코로나19 검사를 하고도 정확한 치료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발열이나 기침 등 이상 증세가 있는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했는지 대책이 없었다”며 “코로나19 환자와 아닌 환자들을 어떻게 (나눠) 치료할 것인지 정부와 국가가 제대로 관심을 갖고 조치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군 사망 당시 자료를 검토했던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은 “정군이 국가가 제시한 지침과 안내를 모두 철저히 따랐다”며 “단순히 보상금 몇 푼 받고 의사 몇 명 벌하자는 게 아니다. 국가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따져 묻고 제대로 된 나라를 가꾸자는 의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말했다.
정군의 아버지 정성재 씨는 기자회견에서 “유엽이의 죽음에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국민제안서를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는데 여러 부서를 전전하다가 보건복지부에서 ‘불채택’됐다는 통보만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외면과 방관으로 일관하는 정부에 느낀 분노를 헤아릴 수 없었다”며 “이에 간절함을 담아 사법부에 호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수민·오효정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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