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해수위인 줄"... '쌀' 때문에 뜨거워진 법사위

박소희 2023. 1. 1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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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 회부 앞둔 양곡관리법, 법사위 위원장이 직권상정... 월권 여부 두고 여야 공방

[박소희 기자]

 16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심사를 앞두고 여야 의원 간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2023.1.16
ⓒ 연합뉴스
 
[기사보강: 16일 오후 5시 5분]

"갑자기 법사위가 농해수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된 것 같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1시간 가까이 정부의 쌀 시장 격리 의무화를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가 끝나지 않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말했다. 이어 "저는 이런 것 때문에 법사위가 비판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이 법은 다른 트랙으로 입법화가 진행 중이다. 법사위 손을 떠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8일 농해수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해당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쌀이 지나치게 많이 생산될 경우 정부가 일정량을 반드시 사들이도록 양곡관리법 개정을 추진, 지난해 10월 19일 소관 상임위인 농해수위에서 다수결로 처리했다. 하지만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가 자꾸만 미뤄지자 민주당 농해수위 위원들은 국회법 86조 3항, '법사위가 이유없이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을 때에는 소관 상임위에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에 따라 12월 28일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2021년 9월 법 개정 후 첫 적용사례였다.

그런데 새해 첫 법사위 전체회의 안건 목록에는 '6.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위원장)'이 들어갔다. 민주당 간사 기동민 의원은 "이해할 수 없다"며 "법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데 왜 지금에 와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토론하자는 것인지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도 "국회법에 명시적으로 반하진 않지만, 개정취지에는 반하는 직권상정"이라고 지적했다. 법안 심사는 사실상 끝났고 본회의 표결만 남았다는 주장이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우선 "국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금 양곡관리법이 내포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적어도 위원장으로서 그대로, 민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되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며 "개정안이 자체적으로 큰 모순을 안고 있다. 이대로 통과되는 건 막아야 된다는 충정에서 제가 단독으로 상정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해왔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김 위원장을 비호했다.

또 다시 '상원' 논란... "법 자체가 모순" vs. "너무 많이 나갔다"
 
 16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도읍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1.16
ⓒ 연합뉴스
 
권칠승 의원은 "위원장 말씀은 양곡관리, 농업정책 등 모든 전반적인 정책에 대한 판단 문제까지도 법사위가 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으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도 업종전환을 하면 많은 지원을 한다. 농업분야에서 작물전환을 지원하는 것도 큰 틀에선 똑같고 정책적 판단의 문제"라며 "만약 법사위에서 그런 기준으로 판단하고 법안을 심사하기 시작하면, 모든 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그건 저희들이 지나치게 너무 많이 나간 거다"라고 했다.

김도읍 위원장은 굽히지 않았다. 그는 "양곡관리법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과 관련해선 저나 국회 차원에서 법리검토가 충분히 됐고, 여전히 법사위 계류 법안으로 저희들이 정리할 수 있었다"며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 법이 통과된 이후를 시뮬레이션하니까 쌀값 안정문제, 이런 게 해소가 전혀 안 된다.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은 양곡관리법을 놓고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1시간 넘게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하지만 '체계·자구 심사'라는 법사위 본연의 권한에 맞는 질문과 답변보다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정책적 효과, 농업정책 전반의 형평성 문제, 쌀농사의 현실 등에 관한 논의가 대부분이었다. 법사위가 그동안 체계·자구 심사권을 핑계로 다른 상임위에서 처리한 법안의 실질적인 내용까지 건드리는 '상원'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과 무관하지 않은 광경이었다.

결국 권칠승 의원은 "갑자기 법사위가 농해수위가 되어버린 것 같다"고 한 번 더 꼬집었다. 그는 "저는 이런 것 때문에 법사위가 비판받는다 생각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은 우리가 방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체계·자구 심사를 떠나서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 법이 통과되는 걸 보고만 있는 게 저희들이 해야 할 일인가"라며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김 위원장은 이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법안심사2소위로 넘겼다. 

2소위 회부 강행에 민주당 퇴장... "위원장 독재, 원천무효"

민주당 의원들은 오후 회의에서도 2소위 회부가 부당하다고 재차 지적했지만, 김 위원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야당 의원들은 퇴장한 뒤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찾아 "(김 위원장이) 검찰 독재로도 성이 차지 않는지 위원장 독재까지 감행했다"며 비난했다. 또 "(양곡관리법) 2소위 회부는 원천무효"라며 김 위원장의 사과와 재발방지가 없으면 향후 법사위 회의진행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한편 이날 김도읍 위원장은 양곡관리법뿐 아니라 간호법, 방송법, 의료법 개정안 등 여야가 첨예하게 다투는 사안도 안건으로 상정했다. 기동민 의원은 "말이 토론이지, 흉내내기"라며 "양곡관리법이 본회의 직회부되자 그럴 가능성 있는 법안을 봉쇄하기 위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과정과 절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탄희 의원은 "과반수 의견이 2소위에 회부하면 안 된다는 것임에도 (김 위원장이) 회부했다"며 "위법한 회부"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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