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도' 브라질서 한달간 사투…'한국판 스페이스X' 꿈꾸는 그들
[최준호의 사이언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인터뷰
Q : 시험발사에 실패했다. 이유가 뭔가
A : 12월은 현지에서 우기에 접어드는 시기다. 애초 발사 예정일은 12월19일 오전 6시였는데 하루 전 공군 기상대에서 비 예보를 알렸다. 그래서 20일로 미뤘지만, 이번엔 발사 4시간을 앞두고 펌프 냉각용 밸브에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발사체를 조립동으로 가지고 들어와 점검했다. 의외로 밸브 하나만 교체하면 되는 사소한 문제였다. 또 하루 뒤인 21일 오전 6시로 다시 발사 일정을 잡았다. 이번엔 오전 6시 카운트다운까지 들어갔는데, 발사 10초 전에 이상이 감지되면서 자동으로 멈춰섰다. 현지 발사장 안전관리 시스템과 우리 발사체 운영시스템 간 연결에 문제가 있는 거였다. 결국 점화가 안 되고 발사를 못 하게 됐다. 브라질 공군이 허용한 발사 일정의 마지막이 21일이어서 더 이상 시도할 수 없었다.
Q : 그럼 언제 또 발사할 수 있나.
A : 3월초 정도로 준비하고 있다. 발사를 위한 공역허가를 받으려면 다시 문서작업을 하고, 결제를 기다리고, 발사장 인력 스케줄도 다시 조정해야 한다.
Q : 투자자들 실망이 컸겠다.
A : 귀국 다음날 주주간담회를 열어 다 설명을 드렸다. 안타까운 상황이라 속으로야 실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모두들 응원해 주시고 있다. 되레 직원들이 낙담할까봐 염려해주신다. 사실 우리 회사에 투자한 기관들은 엄청나게 까다롭게 검토를 해왔다. 우리의 기술력ㆍ비스니스모델ㆍ수익성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보다 더 잘 이해해주신다.
Q : 이번 발사 실패에서 얻은게 있다면.
A : 이번 경험을 통해 정말 배운게 많았다. 그동안은 엔진 등 발사체 개발에만 집중을 해왔다. 발사 운영에 대해서는 경험이 전무했다. 이번에 발사장 운영시스템과의 네트워킹 문제로 발사 점화가 안돼 이륙을 못했지만, 현지 통제센터에서 브라질측과 함께 하면서 발사 운영의 모든 절차를 다 배웠다. 발사체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기업으로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Q : 3월에 다시 발사하려면 자금이 모자라지 않나.
A : 다행히 지난 12월에 시리즈B 브릿지 투자 라운드를 막 끝내 200억원을 모았다.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산업은행과 한국투자파트너스ㆍ에트리홀딩스와 같은 기관들이 들어왔다. 3월 재발사는 현지에 발사체와 발사대를 두고 왔기 때문에 추가로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Q : 최근 충남 태안쪽 군 발사장에서 고체 우주로켓이 성공적으로 올라갔다. 발사장이 없어 브라질까지 갔는데, 마음이 복잡했겠다.
A : 우린 고체와 액체로켓의 장점을 가진 하이브리드 로켓이다. 한국 내에서 다양한 발사체가 개발될 필요가 있다. 한빛은 국내용이 아니다. 개발 초기인 2019년부터 국내 발사장이 없어서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이젠 그게 더 잘 됐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해외 발사장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발사시장의 플레이어가 됐다. 외국 인공위성 발사 수요가 벌써부터 들어오고 있다. 최근엔 노르웨이쪽에도 발사장을 알아보고 있다.
이노스페이스가 시도하고 있는 한빛 TLV는 상용 소형 우주발사체를 위한 테스트용 로켓이다. 2단형 소형위성 발사체 ‘한빛-나노’에 적용될 추력 15t급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의 비행 성능 검증을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브라질 공군 항공과학기술부(DCTA)가 개발 중인 관성항법시스템 시스나브(SISNAV)를 탑재체로 실었다. 한빛 나노는 50㎏의 소형 탑재체를 고도 500㎞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높이 16.3m, 직경 1m, 중량 8.4t이며, 1단 로켓으로 15t톤급 하이브리드 엔진 1개를 장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시험발사는 우주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단계”라며 “3월 발사가 성공하면 내년에 상장을 하고 상용 소형 우주발사체인 한빛 나노도 정식으로 쏘아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문한 세종 이노스페이스 본사는 한가해 보였다. 직원이 100명에 달한다는 말이 무색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직원들 밤낮없이 수고도 많았고, 12월 발사 실패에 낙담하지 말라는 뜻에서 휴가를 보냈다”며“3월 재발사 등 본격적인 업무는 16일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스페이스X를 꿈꾸는 국내 민간 우주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의 도전은 다시 시작했다.
세종=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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