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호시스 2', 부활한 냉전시대 KGB 음모를 막아라
[김상화 기자]
▲ 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2 |
ⓒ 애플TV+ |
애플TV+가 자랑하는 첩보 시리즈 <슬로 호시스>가 시즌2로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5주에 걸쳐 총 6부작이 공개된 <슬로 호시스2>는 전편에 이어 영국의 첩보 조직 MI5 내부에서 각종 사고를 일으키고 밀려난 요원들의 활약상을 담고 있다.
앞선 시즌1에선 낙오자들의 집합체 '슬라우 하우스'를 중심으로 정보국 내부의 추악한 음모, 테러를 온몸으로 막아낸 잭슨 램(게리 올드먼 분), 리버 카트라이더(잭 로던 분) 등의 활약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 바 있다.
시즌2의 상대는 이보다 더 강력하다. 냉전 시대 이후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구 소련, 현 러시아 비밀 간첩들이 수면 위로 등장해 영국 국민들, 그리고 잭슨 램 및 요원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든다.
어느날 은퇴한 영국 첩보원 리처드가 버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의문의 남성을 뒤쫒아 기차에 올라타고 버스에 동승했던 터라 단순한 심장마비 사망을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 잭슨 램은 그의 행적을 뒤쫒아 가기 시작한다. 리처드가 발견되었던 좌석 구석엔 휴대폰이 숨겨져 있었고 그 속엔 다음과 같은 한 단어가 메모로 남겨져 있었다. "시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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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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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다'는 체제 전복을 위해 수십년 전 냉전 시대 무렵 영국 사회에 침투했던 소련 요원들을 칭하는 단어였다. 이에 램은 은퇴한 전직 KGB 요원 카딘스키를 찾아가고 리버는 나름의 직감으로 리처드를 암살한 또 다른 인물 안드레이의 뒤를 쫒아 음모의 실체에 하나 둘씩 접근해 나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슬라우 하우스 멤버 민 하퍼(더스틴 뎀리-번스 분)가 시카다에 의해 목숨을 잃고 나머지 요원들 역시 위험에 속속 위험에 처한다. 의문의 실체에 접근할수록 이상하리만큼 각종 증거, 단서가 쉽게 발견되면서 램은 시카다 측의 의도된 역정보가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때마침 런던 전역을 휩쓴 반자본주의 시위와 맞물려 자신의 권력 욕에 눈이 먼 영국 내무부 장관과 전편에 이어 조직과 자신의 탐욕이 먼저였던 MI5 국장 다이애나(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분) 등의 행동은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시카다에 의한 비행기 폭탄 테러 음모가 포착되면서 급기야 대테러 방위 태세 '코드 셉템버'가 발동되면서 혼란은 가중된다. 과연 램, 그리고 슬라우 하우스는 시카다의 음모를 막아낼 수 있을까?
▲ 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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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과 마찬가지로 <슬로 호시스> 시즌2를 관통하는 배후에는 권력에만 눈이 먼 위정자, 삐뚤어진 정보 기관 수장의 탐욕이 존재한다. 그들은 국민들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출세길 등에만 신경을 쓸 뿐이었다. 여기에 더해진 것이 냉전 시대부터 이어진 KGB의 검은 그림자였다.
구 소련을 떠나 영국 자본주의 사회에 안착한 것처럼 보였던 카딘스키는 과거 동료들의 복수를 위해 램, 그리고 영국을 상대로 치밀한 계획 속에 살인과 테러를 하나 둘씩 자행하기에 이른다. 여전히 자기 통제가 안 되는 '슬라우 하우스' 멤버 리버를 비롯한 문제점 많은 멤버들은 위험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결국 이를 극복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건 결국 '낙오자' 슬로 호시스로 낙인 찍혔던 이들의 몫이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시즌1 말미 자신의 친구를 스스로의 손으로 제거했던 램의 이유도 어느 정도 시즌2를 통해 드러난다. < 007 >이나 <미션 임파서블> 같은 화려함은 여전히 <슬로 호시스>에선 찾아 볼 수 없지만 거친 질감의 이야기와 캐릭터들만으로 이 시리즈는 첩보물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준다.
▲ 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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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호시스>의 가장 큰 매력은 결점과 허점 많은 캐릭터들의 집합체라는 점이다. 분노 조절이 안 되거나 뭔가 하나 둘 빼먹는 등 정보 요원으로선 낙제점에 가까운 인물들은 각자의 동료들을 남보듯 대하는 게 일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슨 램을 중심으로 삼아 이들은 사건 해결을 위해 하나로 뚤똘 뭉친다.
뭔가 모순된 듯한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점 때문에 <슬로 호시스> 속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속속 빠져들고 만다.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임무를 완수할지 기대감을 갖고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 하게 만드는 건 탄탄하게 설계된 소설가 닉 헤론의 원작과 더불어 제작진의 적절한 각색, 그리고 게리 올드먼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하나로 집중된 결과 덕분일 것이다.
시즌 1-2의 좋은 반응 속에 <슬로 호시스>는 시즌 3-4 제작이 확정되었고 벌써 세번째 시즌 촬영이 완료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지난해 11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게리 올드먼은 시즌 3에는 그간 보지 못했던 음모가 등장함을 암시하기도 했다. 아직 방영일 조차 정해지진 않았지만 <슬로 호시스>는 벌써부터 후속편에 대한 즐거운 기다림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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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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