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좋아하세요?

김성호 2023. 1. 1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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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씨네만세 434] <더 퍼스트 슬램덩크>

[김성호 기자]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만화가 돌아왔다. 첫사랑의 귀환이다. 수많은 아재들을 엉엉 울리고 있는 첫사랑의 얼굴을 나는 이곳에서 소개하려 한다.

수많은 한국사위를 둔 첫사랑의 아버지는 이노우에 다케히코다. <슬램덩크> 외에도 <리얼> <배가본드> 등의 명작을 줄줄이 써낸 그는 어느덧 쉰다섯의 거장이 되어 있다. 만화 위에 동양화를 그린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그의 첫 걸작은 누가 뭐래도 <슬램덩크>다. 그는 지난 TV시리즈를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드디어 제 작품을 스스로 영상화하기에 이른다. 풋풋했던 청춘 위에 중년의 감성을 덧입혀 오랫동안 이를 기다려온 관객 앞에 작품을 내놓았다.

이름하야 <더 퍼스트 슬램덩크>.
 
▲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 (주)NEW
 
더빙판이 인기 있는 이유

영화는 한국에서 개봉하는 외화 가운데는 지극히 이례적으로 더빙판이 인기가 높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학교며 선수들의 이름을 한국어로 듣기 위해서다. 우리에게 북산은 북산이지 쇼호쿠일 수 없다. 강백호는 강백호이지 사쿠라기 하나미치로일 수 없다. 송태섭, 채치수, 정대만, 서태웅, 심지어는 모든 상대선수들도 그렇다. 우리의 청춘을 함께 한 <슬램덩크> 속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그 많은 관객들이 더빙판을 선택했다. 미취학 아동이라서가 아니다.

낭만 가득한 이 이야기는 알다시피 전국대회에 진출한 북산고등학교의 이야기다. 평범한 팀에 불과하다는 예상을 깨고 북산은 전국대회 두 번째 라운드에서 우승후보이자 끝판왕 산왕공고와 맞붙는다. 그리고 승리한다. 다음 경기에서 거짓말처럼 떨어지기는 하지만.

영화는 산왕공고와의 그 한 경기를 다룬다. 농구를 시작한 지 4개월 밖에 안 된 강백호가 판세를 뒤바꾸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경기이자, 정대만이 한계를 넘어서고, 서태웅이 한 걸음 크게 성장하며, 채치수와 송태섭이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로 분전하는 그런 명경기를 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 안에 담아낸 것이다.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 (주)NEW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선수들

원작이 그러했듯 영화는 경기와 선수들의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게 한다. 각자가 제 한계와 부닥쳐 이를 극복해내는 과정은 스포츠, 특히 팀스포츠의 가장 멋스런 순간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영화는 이 모두가 한 경기 안에 터져나오는 모습을 포착하는데, 이런 경기야말로 명경기라고 불릴 수가 있겠다.

영화는 송태섭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키가 작다는 치명적 단점에도 빠른 드리블과 불굴의 투지를 가진 선수, 송태섭의 이야기는 원작에는 충실히 담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꽤나 있을 법하고 감동적인 것인데,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 본인의 이야기가 투영된 인물이 바로 송태섭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오너 캐릭터(작가가 자신을 상정하고 빚어낸 인물을 가리키는 문학용어)라 하겠다.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 (주)NEW
 
"<슬램덩크> 좋아하세요?"

채치수는 오합지졸인 농구부 안에서 전국제패의 꿈을 꾸는 든든한 주장으로 그려진다. 서태웅은 천재적 재능을 가진 완성형 선수이지만 팀과는 좀처럼 화합하지 못하는 독불장군이다. 긴 방황 끝에 돌아온 일류슈터 정대만은 팀이 가장 어려울 때 득점을 올려주는 에이스다. 그리고, <슬램덩크>의 실질적 주인공이자 많은 팬들이 사랑하는 강백호가 있다.

"농구를 좋아하세요?" 한 마디 물음에 농구를 좋아하게 되었고, 제가 좋아하는 것을 증명하려 온몸을 바친 사내, 강백호가 경기를 지배한다. 흐름을 바꾸고 경기를 결정짓는다. 모든 경기엔 주인공이 있게 마련, 이 경기는 강백호의 것이다. 부상으로 빠진 강백호가 벤치에 엎드려 누운 채 스스로의 농구가 끝인 건가 읊조리는 장면은 많은 아재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나 그는 희대의 명대사로 다시 코트에 들어서는 것이다. 안 감독의 턱살을 쥐어 뜯으며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하던 그의 물음을, 이어진 그의 그 유명한 명대사를 들으며 관객들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우리의 마음을 온전히 훔친 적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이번에도 틀림없이 그들은 승리한다.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 (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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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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