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좋아하세요?
[김성호 기자]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만화가 돌아왔다. 첫사랑의 귀환이다. 수많은 아재들을 엉엉 울리고 있는 첫사랑의 얼굴을 나는 이곳에서 소개하려 한다.
수많은 한국사위를 둔 첫사랑의 아버지는 이노우에 다케히코다. <슬램덩크> 외에도 <리얼> <배가본드> 등의 명작을 줄줄이 써낸 그는 어느덧 쉰다섯의 거장이 되어 있다. 만화 위에 동양화를 그린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그의 첫 걸작은 누가 뭐래도 <슬램덩크>다. 그는 지난 TV시리즈를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드디어 제 작품을 스스로 영상화하기에 이른다. 풋풋했던 청춘 위에 중년의 감성을 덧입혀 오랫동안 이를 기다려온 관객 앞에 작품을 내놓았다.
▲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
ⓒ (주)NEW |
더빙판이 인기 있는 이유
영화는 한국에서 개봉하는 외화 가운데는 지극히 이례적으로 더빙판이 인기가 높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학교며 선수들의 이름을 한국어로 듣기 위해서다. 우리에게 북산은 북산이지 쇼호쿠일 수 없다. 강백호는 강백호이지 사쿠라기 하나미치로일 수 없다. 송태섭, 채치수, 정대만, 서태웅, 심지어는 모든 상대선수들도 그렇다. 우리의 청춘을 함께 한 <슬램덩크> 속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그 많은 관객들이 더빙판을 선택했다. 미취학 아동이라서가 아니다.
낭만 가득한 이 이야기는 알다시피 전국대회에 진출한 북산고등학교의 이야기다. 평범한 팀에 불과하다는 예상을 깨고 북산은 전국대회 두 번째 라운드에서 우승후보이자 끝판왕 산왕공고와 맞붙는다. 그리고 승리한다. 다음 경기에서 거짓말처럼 떨어지기는 하지만.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
ⓒ (주)NEW |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선수들
원작이 그러했듯 영화는 경기와 선수들의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게 한다. 각자가 제 한계와 부닥쳐 이를 극복해내는 과정은 스포츠, 특히 팀스포츠의 가장 멋스런 순간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영화는 이 모두가 한 경기 안에 터져나오는 모습을 포착하는데, 이런 경기야말로 명경기라고 불릴 수가 있겠다.
영화는 송태섭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키가 작다는 치명적 단점에도 빠른 드리블과 불굴의 투지를 가진 선수, 송태섭의 이야기는 원작에는 충실히 담기지 않았던 것이다.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
ⓒ (주)NEW |
"<슬램덩크> 좋아하세요?"
채치수는 오합지졸인 농구부 안에서 전국제패의 꿈을 꾸는 든든한 주장으로 그려진다. 서태웅은 천재적 재능을 가진 완성형 선수이지만 팀과는 좀처럼 화합하지 못하는 독불장군이다. 긴 방황 끝에 돌아온 일류슈터 정대만은 팀이 가장 어려울 때 득점을 올려주는 에이스다. 그리고, <슬램덩크>의 실질적 주인공이자 많은 팬들이 사랑하는 강백호가 있다.
"농구를 좋아하세요?" 한 마디 물음에 농구를 좋아하게 되었고, 제가 좋아하는 것을 증명하려 온몸을 바친 사내, 강백호가 경기를 지배한다. 흐름을 바꾸고 경기를 결정짓는다. 모든 경기엔 주인공이 있게 마련, 이 경기는 강백호의 것이다. 부상으로 빠진 강백호가 벤치에 엎드려 누운 채 스스로의 농구가 끝인 건가 읊조리는 장면은 많은 아재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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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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