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가 팬데믹 때 창출된 부의 64% 가져갔다

방제일 2023. 1. 16. 11: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옥스팜, 다보스포럼 맞춰 보고서 발표
세계 인구 10명 중 1명, 기아에 시달려
"부유세 등 불평등 해소 방안 시행해야"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휩쓴 지난 2년간 새로 창출된 부의 절반이 넘는 63%를 상위 1% 슈퍼리치가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이 차지한 금액은 나머지 99%에게 돌아간 금액의 2배에 가까웠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16일 다포스포럼 개막에 맞춰 발표한 '슈퍼리치의 생존(Survival of the Richest)' 보고서에서 극단적 부와 빈곤이 25년 만에 동시에 증가하는 가운데 불평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보고에 따르면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지난 2년간 전 세계에서 42조 달러의 새로운 부가 창출됐고 이 중 26조 달러(63%)가 세계 상위 1% 슈퍼리치에게 돌아갔다. 나머지 99%의 몫은 16조 달러에 불과했다.

옥스팜은 부의 불평등 예시로 일론 머스크의 사례를 꼽았다. [사진출처=AP·연합뉴스]

이 기간 하위 90%가 새로 창출된 부에서 1달러를 벌기 위해 힘쓰는 시간에 상위 1% 억만장자의 재산은 약 170만 달러씩 늘었다. 지난 10년간 세계 억만장자의 수와 이들이 지닌 재산은 배로 증가했다고 옥스팜은 지적했다.

특히,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지난해 식품·에너지 산업의 수익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95개 에너지·식품 회사의 이익은 지난해 2배 이상 늘었고, 이들 기업은 3060억 달러에 이르는 추가 이익의 84%(2570억 달러)를 부자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월마트의 절반을 소유한 월턴 가문(Walton Family)은 지난해 85억 달러(약 10조5500억원)를 벌어들였고, 인도의 에너지기업 소유주 가우탐 아다니의 재산은 작년에만 420억 달러(약 52조1000억원)가 증가했다.

새롭게 창출된 부의 획득 비중(전체 중 %)[이미지제공=옥스팜(Oxfam)]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의 절반 이상이 이런 기업들의 과도한 이익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이처럼 급증하는 동안 최소 17억 명의 세계 노동자들은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국가에 살고 있으며, 세계 인구 10명 중 한 명꼴인 8억2000만 명 이상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옥스팜은 각국 정부에 부유층 과세 등 불평등 해소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옥스팜은 지난 수십 년간 기업과 억만장자 세금 감면이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많은 국가에서 억만장자보다 빈곤층의 세율이 더 높다며 기업과 억만장자가 공공자금과 폭리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세금 인상을 요구했다.

옥스팜은 구체적 예시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인 일론 머스크의 사례를 꼽았다. 머스크의 경우 2014~2018년 적용된 '실질 세율'이 3%에 불과했던 반면, 한 달 소득이 80달러인 우간다의 밀가루 상인 에버 크리스틴이 부담한 세율은 40%에 달한다는 것이다.

억만장자에 대한 부유세 요구하는 아시아 시위대 [사진제공=옥스팜(Oxfam)]

또, 옥스팜은 세금 1달러당 부유세 비중은 4센트에 불과하고 억만장자의 절반은 직계 후손에 대한 상속세가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 전체 GDP보다 많은 5조 달러의 재산이 세금 없이 다음 세대로 이전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부자들의 소득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본소득에 대한 평균 세율이 18%로 대부분 국가에서 근로소득 세율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옥스팜은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세금이 과거에는 훨씬 높았으나 40년간 세계 각국이 부자 소득세 감세를 추진하고 대신 상품·서비스에 대한 세금을 인상해 가난한 사람들의 부담을 늘리면서 불평등이 크게 악화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백만장자에게 2%, 5000만 달러 이상 자산가에게 3%, 억만장자에게 5%의 부유세를 부과하면 연 1조7000억 달러(약 2111조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 20억 명을 빈곤에서 구할 수 있고 기아 종식을 위한 글로벌 계획 재원 조성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가브리엘라 부커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지난 40년간의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세금감면 물결은 모든 배가 아니라 초호화요트만 들어 올렸다"며 "슈퍼리치와 대기업에 대한 세금 부과가 현재의 이중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이며, 지금은 부유층 세금감면이 낙수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신화를 깨뜨릴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은행(WB)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불평등과 빈곤이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빈국들은 의료서비스보다 부채 상황에 4배나 많은 돈을 쓰고 있고 전 세계 정부의 4분의 3이 긴축정책으로 보건·교육 등 공공부문 지출에서 향후 5년간 7조8000억 달러를 감축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