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엔 '도심 패싸움' 조폭 있었다, 멀쩡해보였던 '홀덤팝' 실체 [사건추적]
경찰이 부산 대로변에서 운영되던 폭력 조직의 불법 도박장을 일망타진했다. 이번에 적발된 업소는 매캐한 담배 연기 속에 ‘경찰 경보’가 울리면 황급히 판돈을 싸매고 도망치기 바쁘던 ‘하우스’ 등과는 운영 형태가 달랐다.
합법적인 영업장처럼 보이는 팝으로 이삼십대 남성들을 불러들여 카드 도박을 하게 한 뒤, 판돈 대신 사용된 ‘칩’을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수법으로 10억원 넘는 검은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폭력조직의 돈벌이 영업이 진화한 것으로 보고 유사한 형태의 가게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찰, ‘도심 패싸움’ 부산 양대조직 돈줄 캤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사상구에서 폭력 조직이 운영하던 홀덤팝을 적발해 조폭과 그 추종세력 등 10명을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5개월간 홀덤팝을 개설해 손님들에게 1000원~10만 원권 ‘칩’으로 텍사스 홀덤(주어진 카드와 딜러의 공유카드로 패를 맞춰 진행하는 포커 게임)을 하게 한 뒤, 칩을 현금으로 환전해주며 수수료 등 명목으로 15억원 상당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박장소 등 개설)를 받는다. 홀덤을 즐기는 것까지는 합법이지만, 칩을 현금이나 상품 등 재화로 교환하는 순간 위법이 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2억4000만원을 추징 보전했다.
폭력조직이 운영하던 홀덤팝이 부산에서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검거된 이들 중에는 부산 양대조직으로 꼽히는 ‘신20세기파’ 소속 A씨가 포함됐다. 신20세기파와 라이벌 조직인 ‘칠성파’는 2021년 5월부터 10월까지 부산지역 대학병원 장례식장과 번화가 등에서 패싸움 및 보복 폭행을 일삼았다. 이들을 추적한 경찰은 지난해 8월 양대조직의 조직원 66명을 붙잡아 이들 중 24명을 구속했다. 이후 경찰은 ‘합법적인 영업장으로 위장한 도박장이 폭력조직의 새로운 돈벌이 수단’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벌여온 끝에 A씨가 주축이 돼 운영하던 홀덤팝을 적발했다.
사전 예약받고 ‘경찰 솎아내기’ 검사까지
경찰에 따르면 A씨가 운영하던 홀덤팝은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업소를 광고하고, 이를 보고 연락해오는 이들에게 사전예약을 받는 형태로 운영됐다. 입장료로 1만~2만원을 내면 일정한 액수의 칩을 줬다. 가게 내부에서는 간단한 주류와 안주도 제공됐다.
최해영 강력범죄수사2계장은 “조직원과 추종세력이 가게에 입장하려는 이들의 예약 내용을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카카오톡과 메시지, 통화내역 등을 살폈다. 경찰을 솎아내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은 가게 내부 분위기를 관리하며 사람 수(한 테이블당 8명)가 부족하면 직접 카드를 쥐고 게임에 참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가게에 찾아온 이들은 대부분 20, 30대 남성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곳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일삼은 14명 또한 검거했으며 나머지도 뒤쫓고 있다.
‘진화한 조폭 돈줄’ 홀덤팝, 적발 왜 어렵나
경찰은 홀덤팝이 최근 폭력조직의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주목받는 것으로 파악해 주시하고 있다. 조직이 나이트클럽 등 ‘업소’를 관리하며 돈을 벌던 시대는 1990년대 이미 끝났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폭력조직은 불법 성매매와 업소 여성 관리, 불법 렌터카, 재개발 사업 이권 개입 등 수단에 눈길을 돌렸다. 홀덤팝이 우후죽순 생겨난 건 최근 1~2년 사이의 일이다.
최 계장은 “겉으로는 합법 영업장이어서 수색에 필요한 영장 등 발부가 쉽지 않다. 입구 관리가 철저하고 불법 행위의 핵심인 ‘환전’ 순간을 적발하기도 어려운 구조”라며 “폭력조직 입장에선 위험부담이나 피로도가 낮지만 적은 인원을 투입해 단기간에 큰돈을 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적발된 도박장 수익금이 조직으로 상납 됐는지, 유사한 형태의 사업장에 또 다른 폭력조직이 개입하는지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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