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은 농어업회의소 법제화"
[황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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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가 오촌리에서 수박·쪽파·시금치 등 밭작물을 농사지으며 젊어서부터 4-H 회장, 농업인단체협의회 의장 등을 맡아 지역 농업 현장을 지키고 있는 농민이다.
윤 회장은 "2014년 추진단을 꾸려 농어업회의소 필요성에 대해 농민과 농민단체장, 군의회와 행정을 설득하느라 무척이나 힘들었다. '또 엉뚱한 단체를 만들어 행정을 귀찮게 하고 농민들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팽배한 상황이었지만, 농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기구라는 점을 끈질기게 설득해 마침내 설립했다"고 회상했다.
예산군농어업회의소는 지난 2016년 전국에서 8번째, 도내에선 최초로 창립했다. 현재 군내 1200명의 회원과 농협·임협 등 11개 농업조직이 가입돼 있다. 그를 만나 쌀값 폭락과 생산비 폭등, 심각한 인력난, CPTPP(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개방농정 등 농업·농촌·농민이 처한 현실과 앞으로 농어업회의소가 풀어가야 할 과제 등을 들어봤다.
- 대내외적으로 농업·농촌·농민이 어려움에 처한 엄중한 시기에 회장을 맡아 어깨가 무거울 것 같은데.
"농업농촌의 현실이 몇십 년 동안 안 어려웠던 적이 있었나? 조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직책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다만 지금도 농업현실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방안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뿐이다."
- 농어업회의소 출범 전부터 산파 역할을 시작해 사무국장과 감사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 누구보다 조직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다. 농어업회의소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시각이 궁금하다.
"예산군은 전형적인 농업농촌 도시다. 과수원도, 논도 많다. 축산도 많이 한다. 동의하지 않는 일반 농민들도 있겠지만 기후조건 등을 고려하면 우리 지역의 농민들이 타 농촌 지역과 비교해 특별히 더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농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주어진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어업회의소 같은 기구를 통해 농업발전을 꾀해야 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굳이 농어업회의소가 아니라도 농업을 영위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조직을 통한 현실 타개 방식에 대한 절박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 농어업회의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원인은 무엇인가.
"법제화가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행정의 역할도 한계가 있다. 농어업회의소법 법제화 논의의 역사는 20년 정도 됐다.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하는 등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듯하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유야무야됐다. 정치인들은 자기편이 될 조직인지를 두고 유불리를 계산한 흔적이 역력하다.
농협, 전농 같은 기존 농업조직에선 농어업회의소가 정치세력화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안팎의 우려가 예상돼 출범 초기부터 농어업회의소는 정치와 분명히 선을 긋겠다고 했던 것이다. 행정이 농업농민정책을 추진할 때 탁상공론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각종 정부지원금이 엉뚱한 장사꾼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이 아닌, 농민들이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하려면 현장의 목소리가 행정에 제대로 전달돼야 한다. 농어업회의소가 이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행정도 마땅히 농어업회의소를 대화파트너로 삼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도 자신들의 입장을 어떻게 대변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 예산군농정이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일례로 우리가 2020년 제안한 푸드플랜 종합계획이 컨설팅까지 완료했음에도 후속 조치가 없다. 많은 돈을 들여 용역까지 마친 사업을 공무원들이 부정하는 꼴이 됐는데 굉장히 아쉽다. 푸드플랜을 요약하자면 생산과 소비를 계획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자리를 잡으면 농산물 가격과 품질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행정이 관여해 자료화해 관리하고 지원해야 가능하다.
▲ 군청에서 가진 ‘농업과 환경 그리고 에너지 토론회’. |
ⓒ 예산군농어업회의소 |
- 농어업회의소가 심각한 인력난 해소를 위해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운영했다. 그 가능성과 한계, 앞으로 개선점은 무엇인가.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다만 재원이 문제다. 농촌인력중개센터는 농어업회의소 설립 초기 세웠던 계획이었고, 2021년 한 해 지원받아 운영했다. 이듬해부턴 능금농협과 몇 개 농협이 맡았다. 관건은 센터의 재단법인화다. 공영법인이 돼야 행정이 지원할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센터가 법인으로 운영되면 유입되는 외국인노동자와 도시노동자를 위한 귀농귀촌교육이 가능하다. 정착교육, 농산물품질 향상을 위한 농사전문교육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사설 인력중개소를 통해 지불하는 높은 인건비로 인한 농가부담을 덜 수 있다. 그렇게 농촌인력이 많아지면 농산물 품질이 향상되고, 농가소득 안정화로 이어지고, 인구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 이길남 제2대 충남농어업회의소 회장이 예산 출신이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우리군과는 상호협력과 소통이 원활할 것 같은데.
"광역 단위 이름을 사용하고 충남 전체사안을 다루긴 해도 시군 조직들의 연합체가 아니어서 어정쩡한 상태다. 문제는 소통이 아니라 법제화가 안 돼 있다 보니 서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데 있다. 시군단체장들이 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 운영조직이 미비한 상황이다. 충남도나 예산군도 조례는 만들어져 있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상위법에 의한 지원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 올해 농어업회의소의 핵심사업은 무엇인가. 임기 중 해결하고 싶은 과제와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역시 푸드플랜이 실제 가동될 수 있도록 군에 요구하는 일이다. 농촌인력중개센터 공영법인화 추진도 제안해야 한다. 농협, 행정, 농가가 협치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농어업회의소와 내게 주어진 과제다. 여전히 농어업회의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농민들에게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새해 소망? 하루속히 '농어업회의소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 법제화되는 것이다. 전국 35개 조직이 모여 국회와 정부를 향해 법제화에 대한 당위와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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