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앞 국보법 압수수색 강행... 권한 벗어나 죄 없는 아이들 짓밟아"

윤성효 2023. 1. 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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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인권침해·위법행위 관련 고소·고발장서 주장... 16일 창원지방검찰청에 제출 예정

[윤성효 기자]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2022년 11월 9일, 통일-진보단체 한 관계자의 자택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 경남진보연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관련 압수수색 당시 수사당국이 자녀와 주민 앞에서 위압적으로 강행하거나 영장을 읽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권위기탈출용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경남대책위'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는 16일 경남 창원지방검찰청에 내기로 한 고소·고발장을 통해 "국가정보원·경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직권남용 강요'와 '권리행사 방해', '불법감금', '아동학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고소·고발장을 보면, 수사당국은 지난해 11월 9일 오전 8시경 진주에 거주하는 ㄱ씨의 집을 찾아와 국보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보수언론에선 이들이 북한 지령을 받아 반미 집회나 반보수 시위 등을 벌여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남대책위는 "ㄱ씨의 첫째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려고 아파트 현관문을 열자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놀란 첫째에게 수사관들 가운데 누군가 다가가 '학교 갔다 오면 다 끝나 있을 거다'라며 집으로 다시 들어오게 하지 않고 등교하도록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둘째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려 막 옷을 갈아입으려던 ㄱ씨에게 영장을 읽도록 강요했다"며 놀란 둘째의 안전 확보 문제로 1시간가량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ㄱ씨가 영장을 다 읽은 후에야 이날 새벽 집안일로 집을 비운 남편과 통화할 수 있게 했다"고 주장했다.

경남대책위는 "화장실을 이용하려 해도 '수색하지 않은 화장실을 사용하게 할 수는 없다'며 저지했다",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ㄱ씨가 맑은 공기를 마시려 아파트 1층 주차장에 갔을 때 국정원·경찰 마크가 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캠코더로 계속 촬영해 주민들이 수근대며 지나가기도 했다"면서 기본권 침해로 의심되는 상황들을 열거했다.

또 이들은 수사관들이 화장실 천장에서 폐건축 자재로 보이는 무언가 나오자 "공기총 탄피가 발견됐다"고, 캠핑 때 사용한 무전기가 나오자 "교신기가 나타났다"고, 거실의 빔프로젝트 리모컨을 두고 "녹음기다"라고 소치쳤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관문을 열어둔 상태였고 현장에는 주민센터 직원과 ㄱ씨의 시아버지가 있어 주변 사람들이 수사관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고 경남대책위는 전했다.

또 "차량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일본 가족여행을 가기 위해 환전해준 엔화(한화 100만 원)가 나오자 당시 수사관들이 마치 수상한 공작금이 발견된 듯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경남대책위는 "가족들은 이웃들의 수근거림은 물론,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충격을 받아 현재 모두 정신과 치료와 아동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부부는 다량의 정신과 약을 복용해야만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라며 "압수수색 영장이 부여한 권한을 현저히 벗어나 죄없는 어린 아이들의 영혼까지 짓밟았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소송법(제219조, 제118조)은 압수수색영장을 피의자에게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피의자가 영장을 수사관 앞에서 읽을 의무는 없다"며 "명백히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영장 읽기를 강요하고, 동시에 부모로서의 양육권 행사와 일반적 인격권에서 도출되는 행동자유권(화장실 출입) 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ㄱ씨에 대해서는 체포 또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았고, 당일은 오직 피해자의 주거·신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날이었으므로 수사관들에게는 피해자의 신체활동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박탈할 권한이 전혀 없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활동의 자유를 제한·박탈한 것은 명백히 수사관이 그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감금한 것으로서 형법(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쓰레기와 일상용품을 두고 마치 간첩 물품인양 소리치는 것을 시아버지와 참여인으로 와 있던 주민센터 직원들이 모두 들었고, 현관 문이 활짝 열려 있어 지나가는 인근 주민들도 들을 수 있는 상태였다"며 "이는 모두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남대책위는 "국정원이 당시 압수수색 과정을 촬영했기에 영상녹화물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며 수사당국에 해당 영상물을 압수하라고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당시 압수수색 현장을 목격했던 김준형(진주)씨 등의 진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한편 수사당국 측은 당시 압수수색과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서 "이들이 제3국에서 북한 대남 공작조와 접촉하고 지속적으로 북한 지령문을 온라인을 통해 수령한 구체적 정황을 포착했다"면서 "이를 인정했기 때문에 법원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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