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런던 더비 완승 '아스널'의 유연한 허리를 보라
[심재철 기자]
▲ 손흥민 마스크 벗고 풀타임… 토트넘, 아스널전서 완패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아스널전에서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31·오른쪽)의 슈팅을 아스널의 골키퍼 에런 램스데일이 막아내고 있다. 이날 손흥민은 선발로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아스널에 0-2로 패하며 리그 5위에 머물렀다. |
ⓒ AFP=연합뉴스 |
티에리 앙리가 30골을 터뜨리고 명장 아르센 벵거 감독이 활짝 웃으며 팀을 이끌던 2003-2004 시즌 우승 기억이 떠올랐다. 그만큼 지금 아스널 FC의 탄탄한 조직력이 인상적이다. 유효 슛 기록(토트넘 7개, 아스널 5개)은 물론 볼 점유율에서도 49.4%로 홈 팀을 앞서지는 못했지만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북런던 더비 매치에서 실속을 챙겼다. 2위 맨체스터 시티와의 승점 차이가 8점, 아직 리그 일정이 많이 남았지만 그들이 19년 전 우승 기억을 자연스럽게 불러내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들의 유연한 허리 운용 능력에서 답이 보인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스널 FC가 한국 시각으로 16일 오전 1시 30분 런던에 있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와의 어웨이 게임을 2-0으로 이기고 그 어느 때보다 신나는 승리 세리머니를 즐겼다.
'진첸코-토마스-화이트'로 설명하는 아스널의 조직력
하루 전 맨체스터 더비 매치처럼 이번 북런던 더비도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6만 1870명의 팬들이 스타디움 관중석을 가득 메웠으니 그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그런데 홈 팀 토트넘 홋스퍼는 아스널보다 2개 더 많은 유효 슛 기록이 무색할 정도로 게임 내내 답답한 축구를 뱉어내지 못했다.
세세뇽의 스루 패스를 받은 손흥민의 오른발 대각선 슛(18분) 말고는 아스널 골문을 크게 위협했다고 말할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었다. 그만큼 아스널의 수비 조직력, 특히 유연한 미드필드 운용 능력이 돋보이는 게임이었다.
아르테타 감독이 그려서 제출한 스타팅 라인 업은 일반적으로 4-3-3 포메이션이었지만 왼쪽 풀백 자리에 적은 '올렉산드르 진첸코', 오른쪽 풀백 자리에 적은 '벤 화이트', 가운데 미드필더 '토마스 파르티' 세 선수가 매우 유연한 움직임을 펼치며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들 셋이 2선을 책임지고 있으니 그 앞에서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동료들은 홈 팀 수비수들을 마음대로 흔들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가나 국가대표로 뛰면서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한국 팬들에게도 인상적인 실력을 뽐냈던 토마스 파르티가 부채꼴 중심에 서서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고, 그의 왼쪽에 진첸코가, 그의 오른쪽에 벤 화이트가 자리를 잡아서 공간을 좁히기도 하고 퍼져 나가기도 했다. 이들 세 선수의 움직임에만 주목하는 것으로도 축구를 보는 눈이 즐거웠다.
아스널의 실제 빌드 업 출발점 역할은 당연히 토마스 파르티였고 왼쪽의 진첸코 움직임에 따라 그라니트 샤카와 가브리엘 마르티넬리가 언제든지 토트넘 수비수들이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공간으로 빠져나갔다. 오른쪽 벤 화이트는 토트넘 공격의 핵심 손흥민을 견제하기 위해 진첸코보다는 수비 지향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토마스와 나란히 서서 중심 잡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기 때문에 외데가르드가 날카로운 왼발을 앞세워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었고, 부카요 사카가 그 앞 공간을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게임 시작 후 14분 만에 나온 첫 골도 토마스 파르티의 오른발 끝에서 패스 줄기가 뻗어나온 덕분이었다. 이 패스를 오른쪽 측면에서 받은 부카요 사카가 과감하게 파고들어가서 날카롭게 오른발 크로스를 올린 것이 토트넘 골문 가까운 기둥 쪽으로 날아가 위고 요리스의 자책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최근 아스널의 주된 역습 경로가 '토마스 파르티→부카요 사카' 라인이라는 점을 토트넘 수비수들이 가볍게 생각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경로는 첫 골 뿐만 아니라 36분에 터진 외데가르드의 시원한 왼발 중거리슛 추가골 순간에도 빛났다. 토마스가 넘겨준 오픈 패스를 받은 부카요 사카가 토트넘 수비수들이 자기 쪽으로 몰려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상대적으로 비어있는 가운데 쪽으로 패스 방향을 바꿨다. 토트넘 페널티 구역 반원 밖 무주공산에서 공을 받은 외데가르드의 왼발 슛이 빗나갈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추가골 14분 전 거의 똑같은 패턴으로 외데가르드의 왼발 중거리슛이 나왔을 때 요리스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로 위기를 넘긴 교훈을 토트넘 필드 플레이어들이 까먹고 따라가지 못한 후폭풍이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 몰랐던 것이다.
토트넘의 콘테 감독은 후반전에 다섯 장의 교체 카드를 쓰면서 1골이라도 따라붙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아스널의 조직력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비책은 보이지 않았다.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 대표로 뛰면서 기막힌 발리 골을 터뜨리며 주목받았던 히샤를리송도 71분에 교체 선수로 들어갔지만 아스널의 유연한 허리를 무너뜨리기에는 준비가 부족해 보였다.
이렇게 라이벌 토트넘 홋스퍼를 상대로 리그 더블(홈&어웨이 2게임 모두 승리)을 기록한 아스널 FC는 일주일 뒤에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안방으로 불러 이번 시즌 유일한 패배 기억을 지울 계획을 세운다. 5위 자리도 불안하게 된 토트넘 홋스퍼는 그보다 앞선 20일(금) 오전 5시 2위 맨체스터 시티와의 어웨이 게임을 준비해야 한다.
2022-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결과
(1월 16일 오전 1시 30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런던)
★ 토트넘 홋스퍼 0-2 아스널 FC [득점 : 위고 요리스(14분,자책골), 마르틴 외데가르드(36분,도움-부카요 사카)]
◇ 토트넘 홋스퍼 3-4-3 포메이션
FW : 손흥민, 해리 케인, 데얀 쿨루셉스키(88분↔브리안 힐)
MF : 라이언 세세뇽(76분↔이반 페리시치),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파페 사르(76분↔이브스 비수마), 맷 도허티(71분↔히샤를리송)
DF : 클레망 랑글레(88분↔벤 데이비스), 에릭 다이어, 크리스티안 로메로
GK : 위고 요리스
◇ 아스널 4-3-3 포메이션
FW : 가브리엘 마르티넬리(79분↔키어런 티어니), 에디 은케티아(90+3분↔에밀 스미스 로우), 부카요 사카
MF : 그라니트 샤카, 토마스 파르티, 마르틴 외데가르드(90+4분↔파비우 비에이라)
DF : 올렉산드르 진첸코(86분↔토미야스 다케히로), 가브리엘 마갈량이스, 윌리암 살리바, 벤 화이트
GK : 아론 램스데일
◇ 2022-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순위표
1 아스널 FC 47점 15승 2무 1패 42득점 14실점 +28
2 맨체스터 시티 39점 12승 3무 3패 46득점 18실점 +28
3 뉴캐슬 유나이티드 38점 10승 8무 1패 33득점 11실점 +22
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8점 12승 2무 4패 29득점 21실점 +8
5 토트넘 홋스퍼 33점 10승 3무 6패 37득점 27실점 +10
6 풀럼 31점 9승 4무 7패 32득점 29실점 +3
7 브라이튼&호브 알비온 30점 9승 3무 6패 35득점 25실점 +10
8 브렌트포드 29점 7승 8무 4패 32득점 28실점 +4
9 리버풀 28점 8승 4무 6패 34득점 25실점 +9
10 첼시 28점 8승 4무 7패 22득점 21실점 +1
11 아스톤 빌라 25점 7승 4무 8패 22득점 27실점 -5
12 크리스탈 팰리스 22점 6승 4무 8패 17득점 26실점 -9
13 노팅엄 포레스트 20점 5승 5무 9패 15득점 34실점 -19
14 리즈 유나이티드 17점 4승 5무 9패 26득점 33실점 -7
15 레스터 시티 17점 5승 2무 12패 26득점 33실점 -7
16 울버햄튼 원더러스 17점 4승 5무 10패 12득점 27실점 -15
17 본머스 16점 4승 4무 11패 18득점 41실점 -23
18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15점 4승 3무 12패 15득점 25실점 -10
19 에버턴 15점 3승 6무 10패 15득점 26실점 -11
20 사우스햄튼 15점 4승 3무 12패 17득점 34실점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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