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블로킹 12득점' 김다은, 흥국생명 차세대 거포

양형석 2023. 1. 1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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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15일 페퍼저축은행전 공수에서 준수한 활약, 흥국생명 3-1 승리

[양형석 기자]

흥국생명이 광주원정에서 페퍼저축은행을 꺾고 1위 추격을 재개했다.

김대경 감독대행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5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2, 23-25, 29-27, 25-22)로 승리했다. 지난 11일 선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며 승점을 좁히는 데 실패했던 흥국생명은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적립하며 현대건설을 다시 5점 차로 추격했다(17승 5패).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가 35.93%의 점유율과 45%의 성공률로 28득점을 기록했고 김연경도 41.38%의 성공률로 24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흥국생명은 최근 만 21세의 프로 4년 차 2001년생 유망주가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전하는 경기가 늘고 있다. 이날도 주전으로 출전해 블로킹 5개를 포함해 12득점을 올리는 활약을 선보인 김다은이 그 주인공이다. 

V리그 여자부 최초의 2라운드 신인왕
 
 흥국생명의 박현주는 V리그 출범 16시즌 만에 최초로 2라운드 출신 신인왕에 등극했다.
ⓒ 한국배구연맹
 
남자부의 경우 프로 출범 첫 시즌부터 3라운드 출신 하현용(삼성화재 블루팡스)이 신인왕에 등극했지만 여자부는 출범 후 15번의 시즌 동안 한 번도 1라운드 선수가 신인왕을 놓친 적이 없었다. 2005-2006 시즌의 김연경부터 2008-2009 시즌의 염혜선(KGC인삼공사)까지는 네 시즌 연속 1순위 선수가 신인왕에 선정됐고 2009-2010 시즌의 양유나와 2017-2018 시즌의 김채연(흥국생명)를 제외하면 모두 2순위 이내 지명 선수가 신인왕을 가져갔다.

2019-2020 시즌에도 배구팬들은 1라운드에 지명된 6명 중에서 신인왕이 탄생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전체 1순위 정호영(인삼공사)은 이미 중학시절부터 '리틀 김연경'으로 불리던 최고의 유망주였고 2순위 이다현(현대건설)도 또래 중 가장 완성된 정통 미들블로커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들블로커 최가은(페퍼저축은행) 역시 미들블로커 자원이 부족한 IBK기업은행 알토스에서 적지 않게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전체 1순위로 인삼공사에 입단한 정호영은 루키 시즌 28.13%의 공격 성공률과 2.33%의 리시브 효율에 그치며 일찌감치 아웃사이드 히터로는 성장하기 힘들다는 판정을 받았다(실제로 정호영은 다음 시즌 곧바로 미들블로커로 변신했다). 이다현은 블로킹과 이동공격 등에서 재능을 보였지만 지금은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하고 있는 전 시즌 신인왕 정지윤이 2019-2020 시즌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면서 많은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신인왕 자리를 두고 경쟁할 거라고 예상되던 정호영과 이다현이 주춤하는 사이 2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된 박현주가 급부상했다. 박현주는 176cm의 아포짓 스파이커로 신장은 그리 크지 않지만 위력적인 서브를 주무기로 박미희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눈도장을 찍으며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에이스 이재영이 부상 등으로 결장할 때는 아웃사이드히터로 출전해 쏠쏠한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그렇게 루키 시즌 25경기에 출전한 박현주는 82세트에서 103득점을 기록하며 74세트 71득점의 이다현을 제치고 2라운드 출신 선수로는 역대 처음으로 신인왕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흥국생명은 황연주(현대건설)와 김연경, 이재영, 김채연에 이어 통산 5번째로 신인왕을 배출했다. 하지만 2라운드 출신 박현주가 최초의 2라운드 출신 신인왕으로 V리그의 새 역사를 쓰면서 정작 1라운드 지명 선수 김다은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공수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4년 차 유망주
 
 22경기에서 120득점을 기록 중인 김다은은 매 경기 자신의 한 시즌 최다득점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일신여상 시절 육서영(기업은행), 최가은과 함께 삼각편대를 이뤘던 김다은은 고교시절 주로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했다. 180cm의 좋은 신장에 뛰어난 파워를 겸비한 유망주로 상위지명이 기대됐지만 아포짓 스파이커라는 포지션의 불리함 때문에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됐다. 그리고 프로입단 후에는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와 포지션이 겹치면서 10경기에서 39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김다은은 2020-2021 시즌에도 기존의 이재영과 김미연, 그리고 11년 만에 돌아온 '여제' 김연경에 밀려 7경기에서 4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고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는 한 번도 코트를 밟지 못했다. 김다은은 2020-2021 시즌이 끝난 후 생존을 위해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했고 쌍둥이 자매의 이탈과 김연경의 중국리그 복귀 등이 맞물리면서 2021-2022 시즌 18경기에서 98득점을 올리는 유의미한 활약을 선보였다.

김다은은 외국인 선수 옐레나가 출전하지 못했던 2022년 여름 컵대회에서 3경기에 출전해 63득점을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주공격수로 활약했다(당시 김연경은 2경기에만 출전해 34득점을 기록했다). 그렇게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하던 김다은은 V리그 개막 후에도 초반 주전으로 중용됐지만 많은 범실과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험, 안정감이 떨어지는 수비 때문에 다시 김미연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김다은은 장염 후유증으로 김연경이 휴식을 취했던 지난 8일 기업은행전에서 19득점을 기록하며 토종거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다은은 15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도 김미연 대신 아웃사이드히터로 선발 출전해 블로킹 5개를 포함해 12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승리에 기여했다. 김다은은 이날 페퍼저축은행의 집중적인 목적타 서브(리시브 점유율 51.69%)를 받아내면서도 43.48%의 준수한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아직 수비와 서브, 경험 등 종합적으로 보면 프로 4년 차를 맞는 김다은은 지난 12년 동안 세 팀을 거치며 많은 경험을 쌓은 김미연에게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김다은은 좋은 신장과 파워, 그리고 젊음을 앞세워 시즌을 치를수록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만약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김연경이 흥국생명을 떠나게 된다면 미래 흥국생명의 토종거포로 활약할 1순위 후보는 바로 김다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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