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함께 울고 웃으며 쌓아온 기억·추억·감성의 가치 미래로 전해요

한은정 2023. 1.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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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옛것이 없어지며 새로운 것들로 채워지죠. 하루아침에 추억이 담긴 장소가 사라지기도 하는데요. 현재 우리에게 가치가 있는 것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미래까지 남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언젠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생긴 제도가 바로 '미래유산'입니다. 서울시가 서울시민의 삶을 담고 있는 근현대 유산이 훼손되기 전에 미래세대에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선정해 시민들과 그 가치를 공유하고자 2013년부터 시작했죠. 이렇게 우리 주변에는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중요한 의미를 가져 미래세대에 전해줄 만한 유산들이 존재합니다. 설날 연휴 혹은 아직 남은 겨울방학을 이용해 우리 곁에 오래도록 자리 잡고 있는 미래유산을 알아보고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지역민에게 유의미한 가치를 지닌 미래유산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가치 있는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탓에 각종 개발 등으로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별로 과거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미래유산 제도죠. 미래유산은 주민들에게 유의미한 사건·인물·이야기 등이 담긴 유·무형 자산이 대상이에요. 미래에 문화재로 등재할 수 있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지역민의 집단기억과 감성을 보존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어요.

미래유산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시는 서울시 종로구 돈의문박물관마을 안에 서울미래유산관도 열었다.


서울시는 우리나라에 ‘미래유산’이란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지자체입니다. 서울시는 서울미래유산의 정의를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으로, 서울사람들이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온 공통의 기억 또는 감성으로 미래세대에게 전할 100년 후의 보물’로 정의하고 이를 발굴하는 작업을 시작했죠. 선정기준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또는 도시·건축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인물이나 사건 등을 이해하는데 현저하게 도움이 되는 것과 특색 있는 장소 또는 경관으로서 서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 서울을 소재 또는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예술적‧학술적 가치가 큰 것 또는 서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기념물, 서울의 생활문화를 이해하는 데 현저하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미래유산은 기본적으로 시민 제안에 따른 상향식이 원칙이며,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나 SNS, 서울시 또는 자치구 담당 부서에서 상시 제안할 수 있죠. 또 시민단체 또는 전문가가 미래유산 보존위원회를 통해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제안된 예비후보는 사실 검증 및 보존 필요성, 활용 방안, 보존 및 관리 현황 등의 자료 수집을 위한 기초현황조사를 실시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유산 보존위원회 심의를 통해 선정 후 소유자의 동의를 받으면 미래유산으로 최종 선정됩니다.

문화예술‧정치역사‧시민생활‧산업노동‧도시관리 등의 종류가 있고, 2013년 처음 선정한 이후 현재(2023년 1월 기준)까지 총 502건이 등록됐죠. 다만, 법적인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미래유산의 훼손이나 멸실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2022년에도 대성관‧통술집 등이 폐업하며 미래유산에서 취소됐죠. 서울시 문화본부 문화정책과 미래유산팀 권도형 주무관은 “취소 선정이 올라오면 보존위원회에서 심의 후에 결정하는데 2022년엔 총 다섯 곳이 제외됐다”며 “보통 폐업이나 타 시도로 이전, 소유주의 취소 요청 등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취소가 된다”고 설명했죠.

미래유산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시는 서울시 종로구 돈의문박물관마을 안에 서울미래유산관도 열었다.


미래유산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시는 시민 대상 답사 프로그램 ‘서울미래유산 인생투어’를 진행하고, 2019년에는 서울시 종로구 돈의문박물관마을 안에 서울미래유산관도 열었습니다. 개별 답사를 더 즐겁게 해줄 스티커투어 이벤트도 하죠. 권 주무관은 중년층들이 스티커투어에 더 열정적으로 참여한다고 했습니다. “50개 장소를 방문하며 옛 추억을 떠올리며 뿌듯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미래유산은 시민들의 기억이 가장 중요한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고, 보호뿐만 아니라 활용도 할 수 있어요.”

최근 서울시의 사례를 참고해 미래유산 제도를 시행하는 지자체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전주시는 2015년 12월부터 미래유산 지정을 준비해 2017년 38건의 미래유산을 선정했죠. 2022년 기준 43건이 등록된 전주미래유산으로는 1963년 전국체전을 위해 설립한 ‘전주종합경기장’, 1978년 문을 열어 서울 외의 지역에서는 가장 오래 운영 중인 ‘전주동물원’, 1952년 개업해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다방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알려진 ‘삼양다방’, 무형의 ‘한지 제조 기술’ 등이 있죠.

전국 공공 문예회관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부산시민회관’은 2022년 부산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근·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사건, 인물 또는 이야기가 담긴 유·무형의 문화유산 중 미래세대에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 부산미래유산은 2019~2022년 총 72건 선정됐어요. 2022년엔 12건의 미래유산을 새롭게 발표했는데 부산에서 최초로 일어난 만세운동인 ‘부산진일신여학교 만세 운동’, 구도심의 역사가 담긴 지역의 오래된 마을로 부산의 발전과 시대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구덕령꽃마을’, 전국 공공 문예회관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부산시민회관’, 옛 포구에서 시작해 지금은 부네치아로 불리는 ‘장림포구’, 잔치국수의 원형으로 지명이 브랜드가 된 최초 사례인 ‘구포국수’, 서민과 애환을 같이해 온 대표적 부산음식인 ‘곰장어 구이’ 등이 포함됐습니다.

실향민을 위로하는 곳이자 민간인이 출입할 수 있는 북쪽 한계선인 ‘임진각’도 파주미래유산 중 하나다. 전망대에서 본 임진각 철교 모습.
‘공주 산성시장’은 일제강점기 이후 공주시민이 여가를 즐기던 최대 상업 밀집 지역으로 공주의 도시사적 경관 형성에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만한 가치를 지닌 근대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2021년 8건의 파주미래유산을 선정했어요. ‘교하초등학교’는 여성독립운동가 임명애 지사와 학생들이 만세운동을 벌였던 파주지역 최초 항일운동이 발발한 의미 있는 장소고, ‘대성동 자유의 마을’은 분단국가 내 민간인이 거주하는 최북단 지역으로 파주에만 있고, 미군이 파평면에 건설한 ‘리비교’는 임진강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다리로 장파리 주민들에게는 민통선 내 농경지까지 오갈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했죠. 실향민을 위로하는 곳이자 민간인이 출입할 수 있는 북쪽 한계선인 ‘임진각’, 주한미군이 주둔했던 ‘캠프그리브스’는 민통선 내 유일한 역사·문화·예술 체험 장소로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있습니다.

청주미래유산 ‘수암골’은 우암산 아래 피란민 마을이 벽화마을로 조성돼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청주의 명소인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은 1990년대 도로확장공사로 훼손될 뻔했으나 시민들의 구명운동으로 남겨졌다.


충남 최초로 미래유산 제도를 도입한 공주시는 2022년 14건의 미래유산을 선정했어요. ‘공주 산성시장’은 일제강점기 이후 공주시민이 여가를 즐기던 최대 상업 밀집 지역으로 공주의 도사시적 경관 형성에 큰 의미를 지니고 있죠. ‘황금직물’은 우리나라 산업화시기 유구의 섬유산업을 대표하며, ‘공주 하숙마을’은 1960년대 원도심 지역의 도시 정체성을 나타냅니다. 청주시도 2023년 23건의 청주미래유산을 선정했습니다. 청주의 명소인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은 1990년대 도로확장공사로 훼손될 위기에 놓였으나 시민들의 구명운동으로 남겨졌죠. ‘수암골’은 우암산 아래 피란민 마을이 벽화마을로 조성돼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아요. 색 바랜 간판이 달린 단층 기와건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지금도 단골손님이 북적이는 '덕성이용원'도 선정됐죠.

[관련기사] 할아버지 설렁탕집, 엄빠 소개팅 카페도…우리동네 ‘미래유산’[소년중앙]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5424

■ 미래유산 만나보기

「 서울미래유산을 종류별로 몇 가지 엄선해 소개합니다. 설 연휴와 겨울방학에 직접 미래유산을 탐방해 보세요.

〈문화예술〉

석파랑(종로구 자하문로 309) 한국 서예계의 거목인 손재형 선생의 옛 가옥으로, 흥선대원군의 별장 석파정 사랑채를 그대로 옮겨오는 등 전통 한옥의 멋과 구조가 살아있음.
금천예술공장(금천구 범암로 15길 57) 1975년에 지어진 공업시설을 리모델링하여 주민들과 예술가 모두를 위한 예술공간으로 활용.
단편소설『날개』천재작가 이상(李箱, 1910~1937)이 1936년 잡지 ‘조광’에 발표한 대표작.

노래 ‘마포종점’ 은방울자매가 부른 대표적인 서울 관련 노래 중 하나로 1968년 운행을 중단한 전차의 추억과 함께 영등포와 마포 간 다리가 없던 시절을 떠올리게 함.

영화 ‘오발탄’ 남북 분단과 이산가족의 고통, 현대인의 고독을 정밀하게 다룬 작품. 1960년대 서울의 모습과 청계천 복개공사 등 서울의 변화상을 스크린을 통해 경험할 수 있음.

〈정치역사〉

국립 4·19민주묘지(강북구 4.19로8길 17)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4·19민주화운동의 희생 영령 199위를 모신 곳. 4·19혁명의 산교육장임과 동시에 우리나라 민주이념의 성지.
구 경성사범학교 부속소학교(중구 을지로39길 29일대) 1923년 지어진 조적조 건물로 일제강점기 초등학교 시설의 형태와 특징을 알 수 있음.
서울역광장(용산구 한강대로 405) 1970~80년대 주요 집회가 이어졌던 민주화 시위의 중심지이자 ‘민족 대이동’이라 표현되는 귀성·귀경길의 중심지.
홍릉숲(동대문구 회기로 57) 조선의 26대 왕인 고종과 명성황후의 묘역이었던 곳이며, 한국 최초의 1세대 수목원.

문학의 집(중구 퇴계로26길 65) 과거 중앙정보부의 역대 중앙정보부장들의 관저로 사용되었고 현재 시민 문화 전시공간으로 활용.

〈시민생활〉

청계천 헌책방거리(중구 청계천로 274일대) 1960년대 청계천 복개 공사로 노점식으로 운영되던 헌책방들이 평화시장 일대로 모여들면서 형성된 헌책방 밀집지역.

신당동 떡볶이 골목(중구 다산로 35길 5일대) 떡볶이라는 한국 특유의 음식이 특화된 골목.
동명대장간(강동구 천호동 556-5) 1930년대 말에 개업하여 약 70여 년 동안 3대에 걸쳐 이어져 온 재래식 대장간.
청룡열차(광진구 능동로 216) 우리나라 첫 테마파크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운영된 롤러코스터.
호미화방(마포구 홍익로3길 20 서교프라자) 1975년 개업하여 같은 지역에서 2대째 운영 중인 미술계에서 상징적인 화방.

〈산업노동〉

낙원악기상가(종로구 삼일대로 428) 1970년부터 악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상가로 악기 및 음악에 관한 제품과 정보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해오고 있는 장소.
전태일 분신장소(중구 청계천로 274) 평화시장 봉제공장의 재봉사였던 전태일이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하였던 곳.
항동철도(구로구 항동~오류2동 일대) 1959년 조성되어 오류동역과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옥길동 간 산업화물을 수송하는 단선 철도.

마장축산물시장(성동구 고산자로24길 일대) 1963년 개장하여 수도권 축산물 유통의 60~70%를 담당하는 육류 유통전문시장.

활명수 1897년 궁중 선전관 민병호가 궁중비방에 서양의학을 접목해 만든 소화제로 국내 최장수 의약품.

〈도시관리〉

백사마을(노원구 화랑로 606 일대) 1960년대말 도심의 무허가주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내몰린 철거민에 의해 형성된 마을로, 개발시대의 이면과 함께 끈질긴 삶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곳.
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위령탑(성동구 성수동1가 685-571) 성수대교 붕괴사고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위령탑으로 안전사고 예방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조형물.

남산서울타워(용산구 남산공원길 105) 1975년 준공한 한국 최초의 종합전파탑으로 대표적인 복합 문화공간이며 수도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보존 필요성 높음.
베를린 광장(중구 청계천로 86일대) 베를린시로부터 베를린장벽‧베를린 베어(Berlin Bear)‧조명등‧의자 등을 기증받아 2007년 조성된 광장. 서울과 베를린 두 도시 간 우호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의 통일을 염원하는 장소.
경춘선 폐철도노선(노원구 공릉로58길 71) 1939년 조성된 성북역과 화랑대역 사이의 경춘선 노선으로 2006년 직선화 사업으로 폐선화된 이후 시민공원인 ‘경춘선 숲길’로 조성.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미래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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