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학교 칠판에 분필 낙서한 추억, 초크아트 작품으로 발전시켜볼까

2023. 1.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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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분필을 사용해 칠판에 그림을 그려본 적 있나요. 칠판에 그린 그림은 언젠가는 칠판지우개로 지워야 해서 내 것으로 만들기 어려운데요. 초크아트를 통해 칠판에 그림을 그리는 감성을 느껴보고, 소장까지 해보는 건 어떨까요. 초크아트(Chalk Art)는 블랙보드판부터 다양한 색 보드판, 흰 종이 등에 오일파스텔로 생동감 있게 이미지·레터링을 작업하는 상업미술이에요. 카페나 음식점에서 블랙보드판에 손으로 그림을 그린 메뉴판·입간판 등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죠.

초크아트가 카페·음식점 등에서 활용되며 음식을 그린 작품이 많지만 원하는 소재를 얼마든지 그릴 수 있다.

초크아트는 파스텔아트·스트리트아트에서 파생됐습니다. 1990년대 호주의 예술가 모니크 캐논이 ‘초크아트’라는 명칭을 만들며 독립적인 미술 분야로 발전시켰다고 알려졌죠. 호주에는 그가 설립한 모니크 캐논 초크아트 스쿨도 있어요. 초크아트는 일본·미국·유럽 등에 전파되며 호주 등지에선 대중문화로 자리 잡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방영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 아직까지는 주로 상업미술 용도로 쓰이죠.

김도경·노주하 학생기자가 초크아트로 메뉴판·입간판 등을 제작하는 오미아트 오미 작가를 만나기 위해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작업실을 방문했어요. 오미 작가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위해 초크아트 작품들을 벽에 걸어 보여줬어요. “주로 음식을 그리지만, 캐릭터·식물 등도 초크아트 소재가 돼요. 저는 초크아트를 활용해 그림책·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아트 제작도 했는데요. 초크아트가 최근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각광 받고, 상업미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돼요. 초크아트 지도자 민간자격시험도 시행하고요.”

오미(맨 오른쪽) 작가는 초크아트를 처음 접한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초크아트는 아날로그 감성과 따뜻한 느낌을 주고, 칠판에 그림을 그려봤던 어린 친구들이 친해질 수 있는 미술”이라고 말했다.


주하 학생기자가 오미 작가의 작품을 보다가 “분필 대신 오일파스텔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오일파스텔은 분필 같은 질감을 낼 수 있으면서도, 오일 성분이 포함돼 있어 분필과 다르게 가루 날림이 없고 잘 안 지워진다는 장점이 있죠. 발색과 내구성도 좋아요. 다만 글을 썼다 지웠다 해야 하는 메뉴판의 메뉴 이름·가격 같은 경우에는 분필을 사용하기도 하죠.”

오미 작가는 초크아트가 아날로그 감성과 따뜻한 느낌을 주는 미술이라고 했어요. “요즘 아이패드 등 디지털 도구로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그림을 그리고 지우기 쉬운데, 초크아트는 그림을 지울 수 있지만 잘못 그려도 그 자체로 예쁘고 개성이 있어서 잘 지우지 않아요. 사람 손으로 직접 그려서 그림이 직관적이고, 오일파스텔을 손끝의 체온으로 문지르면 자연스럽게 번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매력도 있죠. 주로 카페·음식점에서 사용되는 건 차별성 때문이에요. 기계로 찍어내는 일반 인쇄물과는 달리 세상에 하나뿐인 디자인으로 맞춤제작이 가능하고, 블랙보드판에 그려 그림이 더 눈에 띄죠.”

오일파스텔을 손끝에 살짝 묻혀 원하는 곳에 문지르면 손쉽게 명암을 표현할 수 있다.


도경 학생기자가 “오일파스텔을 손끝으로 문지르는 걸 블렌딩 기법이라고 하나요”라고 질문했어요. “맞아요. 블렌딩 기법은 색과 색 사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해주고, 다른 두 색을 섞어 명암을 표현할 수 있어요. 이외에도 질감이 서로 다른 오일파스텔을 사용하기도 하고, 타이포그래피로 초크아트를 꾸미기도 하며, 빛이 반사되는 부분에 좀 더 밝은색 오일파스텔을 사용해 입체감을 표현하기도 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초크아트에 도전했습니다. 오미 작가가 초보인 도경·주하 학생기자를 위해 시안을 준비했는데요. 도경 학생기자는 블루베리빵과 키위가 올라간 음료수, 주하 학생기자는 딸기크림빵과 레모네이드를 선택했죠. 인터넷 등에서 초크아트 시안을 찾아 따라 그려도 되고, 원하는 대상의 사진을 보고 그려도 상관없어요. 가로세로 20x30cm 블랙보드판, 오일파스텔, 제도비(제도빗자루), 볼펜, 흰색 색연필, 찰필(압지나 얇은 가죽을 말아서 붓 모양으로 만든 화구)이 준비됐어요. 제도비는 오일파스텔로 그릴 때 생기는 찌꺼기(가루)를 쓸어내는데 쓰여요. 볼펜은 블랙보드판에 시안을 올려 밑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죠. 볼펜 자국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흰색 색연필이나 찰필로 한 번 더 그려줍니다.

오미 작가가 만든 식당 입간판(위 사진)과 벽 메뉴판. 직관적인 그림이 보는 이들의 입맛을 돋게 한다.


“초크아트는 꼭 블랙보드판에 해야 하나요.” 도경 학생기자가 궁금해했어요. “다른 색깔의 보드판에 해도 되고, 스케치북 같은 흰 종이에 그려도 상관없어요. 블랙보드판에 하는 이유는 그림의 색이 눈에 잘 띄기 때문이죠. 집에서 할 때는 칠판페인트를 사서 롤러로 보드판 바탕을 칠해도 되고, 시중에 판매하는 블랙보드판을 사도 돼요. 보드판은 저렴한 MDF라는 가공목재를 쓰는데요. 온·오프라인에서 MDF판을 살 때 크기가 정해진 곳도 있지만, 원하는 크기로 주문할 수 있는 매장·공방도 있어요.”

먼저 시안이 움직이지 않게 마스킹테이프로 블랙보드판에 고정한 뒤 볼펜으로 밑그림을 그립니다. 그다음 오일파스텔 모서리로 얇게 테두리를 그리고, 넓은 면으로 색칠하면 돼요. “메인 색깔로 테두리를 그리고, 빛이 들어오는 곳을 메인 색깔 계열의 밝은색으로, 빛이 들어오는 반대 방향에 어두운색으로 그림자를 넣어줘요. 그다음 테두리를 그렸던 메인 색깔로 나머지 부분을 채워주는 게 기본 채색 방법이에요. 예를 들어 블루베리의 메인 색깔은 파란색으로 하고, 흰색이나 파란색 계열의 밝은색과 어두운색을 골라 빛이 들어오는 곳과 그림자를 넣어주는 거죠.”

초크아트는 최근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각광받으며, 그림책·NFT아트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도경 학생기자는 코발트블루를 메인 색깔로 선택해 블루베리 몸통을 색칠했어요. 빛이 들어오는 곳은 피코크 블루와 흰색, 그림자 부분은 프러시안 블루로 칠했죠. 코발트블루와 프러시안 블루를 칠한 경계를 손으로 문질러 섞자 자연스러운 그림자가 만들어졌어요. 블루베리 꼭지는 검은색으로 마무리했죠. “손으로 많이 문질러 블렌딩 하면 그림이 너무 매끈하게 보일 수 있어요. 오일파스텔 질감이 살아있는 게 좋다면 두 색을 섞어 칠해도 돼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명암을 줄 수 있죠. 오일파스텔은 하나의 색이 세분화 돼 있는데요. 브랜드마다 오일파스텔 색상 이름과 종류, 질감이 다 다르기 때문에 여러 브랜드의 오일파스텔을 섞어 사용하면 독창적인 색이 나올 수 있어요.”

주하 학생기자도 딸기크림빵 그리기에 집중했어요. 빨간색 파스텔로 딸기를 그리고, 주황색과 노란색을 블렌딩해 빛이 들어오는 곳을 표현했죠. 크림에는 흰색과 회색을 섞어 명암을 줬어요. 추가로 노란색과 핑크색으로 여러 개의 점을 살짝 찍거나, 색을 손끝에 살짝 묻혀 원하는 곳에 문질러 레몬크림·딸기크림을 만드는 응용력도 뽐냈죠. “크림은 메인 색깔이 흰색이기 때문에 빛이 들어오는 곳을 굳이 넣을 필요는 없어요. 대상에 맞게 몇 개의 색이 필요한지 잘 생각하고 그려야 하죠.”

■ 블랙보드판에 초크아트 그리기

1. 블랙보드판·오일파스텔 등 그림 도구와 그리고 싶은 시안이나 사진을 준비한다.

2. 볼펜으로 블랙보드판에 밑그림을 그린다. 밑그림이 잘 보이지 않으면 찰필이나 흰색 색연필로 덧칠한다.

3. 그릴 대상의 몸통과 빛을 받는 부분, 어두운 부분에 어울리는 오일파스텔 색깔을 선택해 칠해준다.

4. 블렌딩 기법을 사용해 색과 색 사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고, 다른 두 색을 섞어 명암을 표현한다.

5. 문구나 하트 등 이미지를 그려 완성한 초크아트 작품에 미술용 스프레이 접착제를 뿌려 그림을 고정한다.

각각 블루베리빵과 딸기크림빵을 완성한 두 학생기자는 음료수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도경 학생기자는 키위가 토핑으로 올려진 음료수의 메인 색깔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했어요. 반면 주하 학생기자는 레모네이드에 맞춰 노란색을 메인 색깔로 선택했죠. “블루베리와 딸기, 레모네이드는 딱 떠오르는 색깔이 있잖아요. 반면 빵 부분과 도경 학생기자가 그릴 음료수의 경우에는 정답이 없어 다양한 색으로 그려도 상관없죠. 초크아트의 장점 중 하나가 자기 개성대로 색칠하는 거예요. 정해진 색이 없는 대상을 자유롭게 색칠하면서 나만의 그림을 만들면 돼요.” 도경 학생기자는 오미 작가의 조언을 듣고 흰색과 갈색 계열의 색깔을 이용해 커피 같은 음료수를 만들었어요.

빵에 이어 음료수까지 완성한 다음 문구를 집어넣는 것을 마지막으로 초크아트 작업을 끝냈어요. 맛있게 그려진 음식을 보고 흐뭇해 한 주하 학생기자가 초크아트 보관법에 대해 질문했죠. “초크아트는 마감 처리까지 잘하는 게 중요한데요. 완성된 초크아트 작품에 미술용 스프레이 접착제(고정 스프레이)를 골고루 뿌려줘야 오일파스텔이 번지지 않고 현 상태로 유지돼요. 여러 작품을 만들고 보관할 때 보드판끼리 겹쳐 놓으면 서로 부딪혀 상처가 날 수 있어요. 그럴 때는 작품들 사이에 종이를 껴놓는 게 좋죠.”

김도경(왼쪽)·노주하 학생기자가 맛있는 빵과 음료수를 소재로 초크아트 작품을 만들었다.


오미 작가는 초크아트를 하면서 “어릴 때 칠판에 그림 그렸던 제 모습이 떠올라요. 비록 분필이 아닌 오일파스텔로 그리지만, 블랙보드판은 칠판과 비슷하고 오일파스텔 냄새는 미술 시간에 썼던 크레파스와 비슷해 추억 돋죠. 그만큼 초크아트는 어린 친구들이 친해질 수 있는 미술이에요”라고 했어요. 소중 친구들도 칠판에 그리고 지웠던 그림을 블랙보드판에 오일파스텔로 다시 그려보면서 초크아트 작품으로 고이 간직해보길 바라요.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미술을 좋아해서 초크아트 취재를 정말 기대했어요. 오미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설명도 들으면서 초크아트가 무엇인지 알아갔죠. 처음 사용해보는 오일파스텔로 그림을 그리고, 손으로 문지르는 블렌딩 기법도 해봤는데요. 블랙보드라서 그림이 더욱 선명하고 또렷하게 보였죠. 완성된 그림을 보니 아날로그 감성이 제대로 느껴졌어요. 초크아트가 카페나 음식점의 메뉴판·입간판 이외에도 최근에는 인테리어 소품·NFT로도 사용되고 있는데요. 초크아트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어 미술을 어려워하는 소중 친구들도 금방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김도경(인천 경명초 6) 학생기자

저는 미술에 소질이 없어 초크아트 취재 전에 걱정을 했어요. 오미 작가님이 옆에서 오일파스텔을 사용해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 건지 잘 가르쳐주셔서 시간이 지날수록 초크아트에 잘 적응했죠. 평소 카페에서 메뉴판으로만 봤던 초크아트 작품을 제 손으로 만들어보니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즐거웠답니다. 학교에서 칠판에 분필로 그림을 그린 적이 있는데, 초크아트도 이와 비슷해 가깝게 느껴졌어요. 소중 친구들도 초크아트를 해보며 나만의 멋진 작품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노주하(인천 신정초 6) 학생기자

글=박경희 기자 park.kyunghee@joongang.co.kr, 사진=배재준(오픈스튜디오)·오미아트, 동행취재=김도경(인천 경명초 6)·노주하(인천 신정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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