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구단과 같은 정상적인 후원"?… 성남FC 후원금 팩트체크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검찰이 이르면 이번 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속영장 청구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법조계에서 지배적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국회는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처리한다. 현직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제1야당은 가장 많은 의석도 차지하고 있어 통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법의 본격적인 심판이 임박한 것인데,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다른 지방자치단체 구단들과 비교해도 정상적인 후원"이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때도 이런 취지의 진술서를 냈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이 경남도지사 시절 구단주였던 경남FC의 후원금 유치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제3자 뇌물죄로 처벌돼야 한다면 홍 시장도 역시 처벌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본지는 단독으로 입수한 K리그 구단별 스폰서십 연구 보고서를 통해 팩트체크를 해봤다. 해당 자료는 경영컨설팅회사 '스타틔움'이 천안축구종합센터걸립추진단으로부터 위탁 받아 작성한 것이다. 정식 명칭은 '프로축구단 명칭 사용권 가격 규모 산정 및 출연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보고서'. 2021년 5~8월 기준 국내 프로축구 1, 2부리그 전 구단의 후원금 유치 현황을 조사한 내용이 담겼다.
성남FC 후원금 액수는 비상식적?
우선 성남FC 후원금 규모가 이례적으로 큰 것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액수가 비상식적이라는 의혹이 있다.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전반적인 내용이 제기된 시발점이다. 검찰 조사 등에 따르면, 성남FC는 2015~2017년 두산건설로부터 42억원, 네이버로부터 39억원, 농협으로부터 36억원 등 합계 약 170억원을 후원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상 K리그 구단들은 후원기업들, 즉 스폰서를 메인, 프리미엄 등 3~4등급으로 나눈다. 최상위 등급 스폰서들 중에는 40~50억 수준으로 후원금을 낸 사례들이 많지는 않지만 한두 차례 있긴 있다. 그렇게 보면 두산건설의 42억원, 네이버의 39억원 등이 이상하지 않다.
이렇게 많은 돈을 내고도 유니폼 스폰서십을 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보고서는 "최고등급 후원사는 유니폼 브랜딩을 중심으로 그 권리를 확보 활용한다"고 했다. 유니폼 앞에 기업명을 새겨서 "우리가 이 기업 최고 후원사"라고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후원기업으로서의 권리를 보장 받는 것이다. 그런데 성남FC는 유니폼에 두산건설, 네이버 등의 이름은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또한 액수가 클수록 기업은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 있어 보통 후원금을 100% 현금으로 주기보다는 현물을 얹는 방식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남FC의 경우엔 다른 서비스, 물품 등을 곁들이지 않고 전부 현금으로 후원한 것으로 보이는 점도 이례적이다.
따라서 성남FC가 사건 당시 받은 후원금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의심할 만한 여지도 있다. 보고서는 2021년이 기준, 의혹이 제기된 시점은 6년 전이다. 프로스포츠 구단은 보통 해가 넘어가면 역사가 쌓이고 가치가 높아진다. 각종 계약에서 거래되는 액수도 시간이 지난 만큼 커진다고 봐야 한다. 적어도 떨어지진 않는다. 그렇게 감안하면 2015~2017년 당시 30~40억원대 성남FC 후원금은 일반적이진 않다.
K리그 구단 후원금 유치에 밝은 한 관계자는 "구단 마케팅 직원이 기업에 가서 30~40억원대 후원금을 받아오기는 하늘에 별따기"라며 "무언가 성남시와 기업 간 특수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후원금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성남FC는 후원할 만한 정도의 팀?
그럼 당시 성남FC는 몇십억씩 후원할 만한 정도의 팀이었을까. 그럴 만한 팀이었다면 기업들의 후원은 정당화될 수 있다.
기업들의 후원이 집중된 것은 2015~2017년. 성남FC는 2014년 FA컵에서 우승하면서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ACL에 나가는 팀들은 엄청난 경제 효과를 누린다. 전북 현대의 메인스폰서 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전북이 2016년 ACL에서 우승하면서 947억원의 미디어 노출 효과를 기록했다고 한다. 8강에 머문 2015년에도 효과는 315억원이었다. 성남FC를 후원하려는 기업들에겐 구미가 당길 만한 희소식이었을 것이다. 그해 성남FC는 ACL 16강에서 탈락했다.
후원 효과는 정말 반짝이었다. 그 이후로는 내리막길이었다. 성남FC는 2016년 정규리그에서 11위에 그치면서 그 다음해 2부리그로 강등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이상하리만큼 2017년까지는 성남FC와의 후원을 끊지 않고 계속 했다. 보통 팀이 2부로 강등되면 기업들은 바로 떠나는 것이 보통이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는 수원FC와 맞붙어서 이긴 팀의 깃발을 진 팀의 홈구장에 일정 기간동안 거는 '깃발더비'라는 홍보성 이벤트를 제안해서 실행에 옮기는 등 독특한 행보를 보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기업들의 발길을 잡았다고 보긴 어렵다. 당시 성남FC는 걸출한 스타 선수도 딱히 없었다.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가 2014~2017년 있었지만 몇십억씩 투자할 만큼의 유명세는 없었다는 것이 축구계의 평가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대가성'
성남FC 후원금의 의도를 의심하는 법조계 관계자들은 "대가성"을 가장 문제 삼는다. 검찰 역시 수사의 초점을 대가성에 맞추고 있다. 후원금의 규모, 액수 등을 떠나서 부정한 청탁 등 대가성이 다분해 보인다는 것이다. 타 구단들의 후원금들과도 비교해 볼 때 이 대가성에서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판단한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 대가성을 밝히는 데 주력해왔다. 가령, 두산건설의 경우 후원금을 내고 두산그룹이 소유하고 있던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의 용도변경 등 편의를 받은 것으로 본다. 네이버, 차병원 등도 각 기업의 주요 현안들을 성남시가 해결해주는 대가로 후원금을 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대표와 각 기업들은 이 관계성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 대표에 대해선 제3자 뇌물 혐의 구성을 사실상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된 대법원 판례들도 다수 확보해 오랜 기간 검토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엔 국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설명할 체포동의안, 청구하지 않을 경우에는 공소장을 통해 검찰은 그간 수사한 내용들을 모두 풀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후원금의 대가성을 얼마나 증명하느냐에 따라 이 대표의 운명은 좌우될 전망이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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