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구해야 대출? 전세사기 피해자 두 번 울린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모씨(31)는 전세 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연 1%대 최대 1억6000만원까지 지원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은행을 방문했다.
전세피해주택의 보증금이 5억원 이하라 대출이 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9일부터 전세사기 피해 지원안 중 하나인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저리 긴급 자금대출'을 실시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증금 2억원 이하 이사 시 지원…실효성 떨어져
전문가 "저금리 대환대출 통해 이자 부담 낮춰줘야"
[아시아경제 곽민재 기자] 최모씨(31)는 전세 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연 1%대 최대 1억6000만원까지 지원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은행을 방문했다. 전세피해주택의 보증금이 5억원 이하라 대출이 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에선 대출이 거절됐다. 보증금 2억원 이하의 새로운 집을 구할 때만 대출이 가능했던 것. 최씨는 "저리 긴급 자금대출이라 해서 당연히 이자 부담을 낮춰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알고 보니 추가로 대출을 받아 이사 가라는 내용"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9일부터 전세사기 피해 지원안 중 하나인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저리 긴급 자금대출’을 실시했다. 우리은행에서 연 1.2~2.1% 금리로 최장 10년, 1억6000만원 한도(보증금의 80% 이내)로 대출받을 수 있다. 단 보증보험 미가입자 피해자 중 보증금 2억원 이하의 새로운 집을 구할 때만 대상이다. 연 소득이 3000만원 이하(부부합산 5000만원)의 저소득층은 무이자로 1억원 한도(보증금의 80% 이내) 자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정작 피해 임차인들은 ‘구멍이 많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현실을 제대로 몰라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다수가 고금리 전세대출을 받고 있는 만큼 추가로 신규 저리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강서구 화곡동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박모씨(38)는 "전세대출을 받았을 당시 3%대였던 이자가 지금은 2배로 올라 매월 100만원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기도 벅차다"며 "1%대 저리라고 해도 이사를 위해 추가 대출을 받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고 토로했다.
전세 사기에 대한 예방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로 임대차계약을 맺도록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피해 임차인 최모씨(29)는 "이사를 하기 위해 저리로 대출받아 다시 임대차계약을 맺으라는 건 임차인들을 두 번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새 임대차계약을 맺을 때도 임대인이 빌라왕과 같은 사기꾼이 아니란 보장이 있나. 또 사기당해서 보증금을 못 돌려받으면 그땐 어떡할 거냐"고 반문했다.
무이자 대출의 경우 소득요건 등 문턱이 높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이자로 최대 1억원까지 대출을 지원받으려면 연소득이 3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하지만 전세피해지원센터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 규모는 2억~3억원대가 가장 많다. 현실적으로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피해자 중 소득 기준을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지원으로 현재의 ‘저리 긴급 자금대출’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자 부담 완화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증보험 미가입자인 경우 민사소송을 거쳐 경매 절차를 밟기까지 통상 1년∼1년6개월이 걸려 이자 부담이 상당하다"며 "저금리로 대환대출이 가능하도록 해 긴 시간을 버틸 지원책을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금융지원의 수탁운영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저리 긴급 자금대출 실효성 부문에 대한 피해자들의 지적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말씀을 주의 깊게 듣고 대출 요건, 지원 대상은 피해 현황, 대출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시 금융당국 및 관계기관과 확대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Z칼럼]한강 작가도 받지 못한 저작권료와 저작권 문제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
- '북한강 시신 유기' 현역 장교는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아시아경제
- "수지 입간판만 봐도 눈물 펑펑"…수지 SNS에 댓글 남긴 여성이 공개한 사연 - 아시아경제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석유는 신의 선물이야"…기후대책 유엔회의서 찬물 끼얹은 사람 - 아시아경제
- 바이크로 수험생 바래다주던 송재림…"화이팅 보낸다" 격려도 - 아시아경제
- '이렇게 많은 돈이' 5만원권 '빽빽'…62만 유튜버에 3000억 뜯겼다 - 아시아경제
- "저거 사람 아냐?"…망망대해서 19시간 버틴 남성 살린 '이것' - 아시아경제
- 올해 지구 온도 1.54도↑…기후재앙 마지노선 뚫렸다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