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켜진 한국 경제 ‘저성장 경고등’… “금리 그만 올려야”

김진욱 2023. 1.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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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리면서 올해 한국 경제는 1%대 초중반 저성장이 불가피해졌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통화 정책 운용 무게추를 물가 안정에서 경기 부양으로 옮길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13일 연 3.25%였던 기준금리를 3.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4 5 7 8 11월에 이어 올해 1월까지 일곱 차례 연속 인상이다. 이에 따라 2021년 7월까지만 해도 연 0.5%에 불과했던 기준금리는 약 1년 반 동안 3% 포인트 껑충 뛰었다. 미국 기준금리(4.25~4.5%)와의 격차는 0.75~1% 포인트로 좁아졌다.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른 만큼 경제 성장세는 쪼그라들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통화정책방향회의 후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해 4분기(10~12월) 반도체 경기 하락과 이태원 사태 등으로 지표가 좀 나쁘다.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에는 1.7%로 봤는데 그새 지표를 보면 이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은은 오는 2월 내놓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경기 진단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발간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 북) 1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감소와 경제 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기재부가 그린 북에서 ‘경기 둔화 우려’를 언급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 이달까지 8개월째다. 특히 이달에는 ‘경기 둔화 우려 확대’로 표현 수위가 높아졌다.

주요 경제 지표는 일제히 부진한 모습이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수출은 지난해 12월 전년 동기 대비 9.5% 줄면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 9개월째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달 소비자 물가는 5% 올라 상승률이 지난해 5월(5.4%)부터 8개월 연속 5%대 이상인 고물가 상황이다.

최근 몇 년 새 경제 성장률 기여도가 컸던 내수에 기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는 1.8%,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0.5% 각각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재계는 근 2년 새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 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는 2020년 10월(74)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74였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한은이 돈줄을 급격히 죄면서 시중 금리가 치솟은 만큼 가계 이자 부담이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진 상황이다. 정부가 강도 높은 부양책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싸늘하다. 한은이 빨갛게 켜진 경기 침체 경고등을 더는 무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미국계 투자은행(IB) JP모건과 프랑스계 IB BNP파리바는 각각 이번 인상기 한은의 최종 기준금리가 3.5%에서 멈출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금통위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이 총재에 따르면 금통위원 3명은 이번 인상기 최종 기준금리를 3.5%로 보고 있고 나머지 중 3명은 3.75%로 한 차례 더 올릴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이다. 금통위 의장인 이 총재를 제외하면 입장이 3대 3으로 나뉜 것이다.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됐던 지난해 11월 회의와 달리 이번에는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2명(주상영 신성환 위원) 있었다.

한은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율이 3%대까지 내려간다는 한은의 전망을 고려하면 물가 안정이 경기 부양보다 중요하다는 기존 공식은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안정화하고 중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구원 투수 역할을 해줄 경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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