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때문에... 김만배 "우리 4명 다 몰살" [정영학 녹취록 보고서]
지난 1월 12일 1325쪽에 이르는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이 '뉴스타파 DATA 포털'에 공개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녹취록 가운데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연속보도합니다. <편집자말>
[이정환 기자]
2020년 10월, 그때는 이재명 vs. 이낙연이었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던 때였다. 상승세는 이재명이었다. 한때 리얼미터 기준 25% 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두 사람의 격차가 오차 범위 안으로 바짝 좁혀졌던 시점이었다. 당시 퇴임의사를 밝힌 윤석열 검찰총장(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는 있었지만, 그때까지 이들 두 사람과 윤 총장의 격차는 제법 있던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기,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대장동 일당 4인방(김만배·남욱·유동규·정영학)'의 대립 구도는 김만배·정영학 vs. 남욱·유동규였다. 대장동 수익 배분과 관련 특히 김만배와 남욱 두 사람 사이는 크게 벌어져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만배가 보기에 남욱은 "괜히 관여해서 사이 벌리는 것이 기술인 애"였고, 정영학이 보기에 유동규는 그런 남욱과 "같이 붙어있는" 사람이었다.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가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2020년 10월 26일, 김만배와 정영학은 판교 ○○○○○에서 만난다. 인근에 골프장이 있는 곳이었다. 차를 시키고 잠깐 골프 얘기를 나누다가 김만배는 유동규 이야기를 꺼낸다.
[2020년 10월 26일, 판교 ○○○○○]
김만배와 정영학 대화 "유동규 저쪽 탈출해서 사업하고 싶어한다"
김만배 : "동규는 저쪽에서 탈출을 해서 사업을 하고 싶은 거지. (정영학, 네 분위기도 좋은데, 좋죠) 아니 그런데 걔는 만약에 저기 가서 쫓아갔다가 부정한 일이 나타나면 난리 나는 거 아냐."
정영학 : "요즘 이 지사가 여론조사도..."
유동규의 당시 직책은 경기관광공사 사장, '저쪽'은 이재명 경기지사 측으로 읽힌다. 김만배는 우려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선 출마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유동규가 '저쪽'에 있을수록 이들 4인방의 행각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김만배 : "내 입장에서는 미스터 리가 이게 돼. 그런데 측근이 옆에 있다가, 걔를 감시하는 눈들도 많을 거 아냐. (정영학, 아, 인제는...) 응. 그러니까 그게 겁나는 거지. (정영학, 안 가는 게 나은 거네요) 그렇지. 걔는 가는 순간에 난리 나. 항상 이거 좋아하지, 여자 좋아하지."
정영학 : "그러면 형님 입장에서 못 가게 말려야 되는 거예요?"
김만배 : "그렇지. 그래서 내가 너도 똥 묻었기 때문에 가기 싫은 거 아니냐. 그랬더니 사업한대, 그러면. 그래서 내가 오케이할게... (중략) 얘는 다시마 비료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회사를 차리겠대. 응? 그래서 그 회사를, '좋아. 오케이. 형이 돈 대줄게 해. 하고 싶으면'. 그런데 그 회사를 나보고 사래. 응? 거액에. 응? 몇 백 억에. 그래서 나는 안 산다. 응?"
정영학 : "배임이잖아요."
▲ 2020년 10월 26일,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유동규가 저쪽에서 탈출해서 사업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
ⓒ 뉴스타파 |
사흘 후 김만배·유동규·정영학이 분당의 한 노래방에서 마주 앉았다. 이른바 '50억 클럽'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 노래방이다. 세 사람이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히려 했던 자리로 보인다. 이날 유동규는 그들 사이의 비밀 유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데, "나 모르는 사이에 사공이 너무 많아졌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성남시쪽에) 사공을 한 명도 만들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20년 10월 30일 분당 ○○노래방]
김만배·유동규·정영학 대화 "우리 필수요원들 전혀 내용 몰라"
유동규 : "우리 안에서는, 필수요원들, 안에 있는 필수요원들은 전혀 내용을 모르잖아요. 왜? 사공을 안 만들었거든요. 한 명도 사공을 만들지 않았는데, 바깥에서는 사공들이 많아졌어. (중략) 그거는 형님, 암호 같은 겁니다. 일종에. 나는 어디부터 생각되냐면, 국정원에서 분명히 군불이 나오기 시작할 테고, 이 시점이 언제쯤일까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그거에 대해서 지금 전혀 움직임이 없길래 의아했어요. 분명히 옵티머스처럼 불꽃이 어딘가 나올텐데 왜 안 나올까. 만약에 불꽃 한 번 터지면 그 불꽃은 누구도 못 막습니다. 분명히 어디선가 터질텐데 왜 스파이크(스파크)가 안 나지? 생각했는데 사실 나도 그거와 관련돼 가지고 전체적으로 내가 나와 있어야 될 것 같아서 난 회사 나올 거고."
스스로 경기관광공사를, 사실상 '저쪽(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측)'을 떠나겠다는 말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12월 31일, 실제로 유동규는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를 사임한다) 그래서인지, 이날 세 사람의 대화는 유동규 지분을 어떻게 '무사히' 그에게 전달하느냐로 이어졌다.
김만배 : "자, 내가 이렇게, 이렇게 해보자. 내가 동규한데, 뭐 동규 지분 아니까, 700억을 줘. 응? 700억을. (정영학, 예, 예) 만약에 이걸 줄 수 있는 게, 비상장 주식을 내가 유동규가 만약에 차렸는데 그거를 내가 비싸게 사서... 그 할 수 있어, 없어?"
정영학 : "그건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김만배 : "그러면 가장 좋은 방안은 뭐야?"
정영학 : "잘 모르겠습니다."
김만배 : "저기를 주면 어때? 증여로 주면. 문제가 돼? 세금 내면?"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이다.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만 따져도 2012년 8월부터다. 그렇게 오랫동안 범행을 준비한 이들 일당이 그 후 8년이 지나도록 정작 '키맨' 역할을 한 유동규에게 거액의 돈을 어떻게 전달할지 그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상태에서 정영학이 노래방에서 먼저 자리를 뜨면서 그날 녹취록은 끝난다. 이후 그 자리에 남은 김만배와 유동규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다.
▲ 유원홀딩스가 과거 입주했던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건물. |
ⓒ 이정환 |
다만 김만배는 2020년 11월 6일 ○○CC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그때 이야기는 잘 됐냐"고 묻는 정영학에게 이렇게 말한다.
김만배 : "'너(유동규)는 남욱이랑 헤어질 수 없어. 너 술 좋아하고, 남욱이랑 그렇게 이거 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넌 나중에 남욱이랑 가. 응?', '그리고 2025년 정도 되면 10년 되니까, 니가 달라면 투자 형식으로 하든 뭐 형식으로 하든 줄게'."
이 이야기는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천화동인1호 지분을 2025년 '유동규네'에 넘길 것이라고 김만배가 여러 차례 말했다는 남욱의 검찰 진술이 알려지면서다. 일부 언론은 이런 발언이 정영학 녹취록에 있다고 보도했으며, '유동규네'에 이재명이 포함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대화에서 '유동규네'와 같은 표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주목할만한 변화는 따로 있다.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2025년 되면 어떤 형식으로든 몫을 주겠다'고 했다는 그 날로부터, 정확히 열흘만에(2020년 11월 10일) 유동규가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유원홀딩스, 옛 유원오가닉)를 차렸다는 점이다.
앞서 김만배에게 밝힌 대로 그 회사는 "다시마 비료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회사"로 보였다. 그런데 2021년 1월 20일, 그러니까 회사 설립 두 달 여만에 이 회사 설립 목적에 "부동산개발, 공급, 매매, 임대업"이나 "부동산 개발 업무대행"등이 추가된다. 그리고 2021년 2월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사실상 하소연을 털어놓는다.
[2021년 2월 1일 오후 3시 55분]
김만배와 정영학 통화... "너(유동규)는 안전하지만 형은 안전하지 않아 싫다"
김만배 : "동규 말이야, 동규. (정영학, 네, 네, 네) 이제 현재 나온 거를 어떻게 좀 해달라고 그래서, '내가 그러면 현찰로 주겠다, 수표로', 응? (정영학, 네) 왜냐면, '아니면 증여로 가져가면 좋은데 니가 증여로 가져갈 수 없으니까 내가 받아서 세금을 내고 빼서 주겠다, 수표로. 그러면 니가 알아서 써라', 이런 방법이 하나 있고. 또 하나는, 그 이제, 투자를 자꾸 해 달래, 투자를. 그래서 내가 '세무조사 전에 나는 투자는 싫다. 잘못하면은 법률적으로는 요건을 갖춘 투자지만, 내용적으로 부실할 때 그 책임은 결국 나와 우리 경영진이 질 텐데, 그게 대기업이 수사 받는 가능(가장) 큰 이유인데, 비자금을 빼돌린다고', 응? (정영학, 네) 니가 어디서 변호사한테 그런 자문을 구했으면 너는 안전하지만 형은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싫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 (정영학, 네, 네) 그랬더니 그걸로 계속 해 달래, 투자로."
김만배가 '몰살' 언급한 이유
▲ 2021년 2월 1일, 김만배는 정영학과의 통화에서 "유동규가 지금 엄청나게 대든다"고 사실상 하소연을 한다. 그러면서 김만배는 유동규 요구대로 투자가 들어갈 경우 "몰살"이라고 우려했다. |
ⓒ 뉴스타파 |
이에 정영학은 "투자 회수가 안 될 경우 세무적으로는 여하튼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을 전한다. 그러자 김만배는 남욱이 천화동인1호의 실소유주라는 내용의 소송을 화천대유에 제기하면, 재판 후 남욱을 통해 유동규에게 돈을 전달하는 방법도 제안했다고 전한다. 정영학은 "괜찮을 것 같다"면서 유동규의 반응을 물었다. 돌아온 김만배의 답은 이랬다.
김만배 : "아니 그랬더니 남욱이를 또 못 믿겠대. 그래서 '그러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내가 그랬어. 그래서, '그러면 니가 그쪽에서 투자를 받으면 되지. 그렇게 해서. 그리고 투자금을 니가 돌려준다고 하면 걔는 오케이할 것 아냐' 그러니까 자기는 남욱이를 못 믿는대. 그래서 그건 싫대."
정영학 : "그런데 같이 붙어있지 않습니까? 둘이."
김만배는 대책이 없다는 식으로 말을 이어간다. 그는 "이제 유동규 저거 모른다"거나 "지금 엄청나게 대든다"고 했다.
김만배 : "'가져가는데 걸리지 않게 가져가야지' 내가 그랬어. '너 이거 걸리면 네 명은 다 죽어', 내가 그랬어. '뭘로 방어할래' 내가 그랬어. (정영학, 그럼요 형님) 지금 시나리오는 다 도로아미타불이고. 응? 그리고 대선 전에 투자해놨다가 저 돈이 이동했다는 거 알면 어떻게 할라고 그래."
그리고, "잘못 나가면 다 몰살"이란 말이 나온다. 유동규 요구(투자 형식)에 대해 변호사들에게 물어봤더니 "몰살할 거라고 딱 얘기하더라"는 것이었다.
김만배 : "남욱이가 지금 X구멍에 바람을 엄청 넣나 봐. (정영학, 거기서 넣은 것 같아요) 응, 아니 그래서 내가 그랬어. '야, 배당 받아가서, 아니면 증여로 받아가서 수표로 써. 수표로 쓰면 개인 대 개인 거래인데 뭔 상관 있어. 한 번 만 돌리면 되지. 형이 배당 받은 돈을 반이 날라간다는 게 있지만, 형이 꺼내서 주는데' 내가 그랬지. (정영학, 아니, 그래도) 그랬더니. '형의 부담이지만' 그랬더니, 세금이 너무 많이 날라간다 이거야." (정영학, 네)
그래서 '무슨 세금이 너무 많이 날라가. 아무리 받아가도 니가 이것저것 다 떼도 350억은 넘을텐데' 응? 내가 그랬어. 그렇잖아. 남욱이 것 제하고, 공통비 둘이 필요한 것 제하고 뭐 해도 그 정도는 될 텐데, 응? (정영학, 네, 네, 네, 네) 그랬더니... 그런데 이놈은 이제 세금 내는 게 싫은 거야. (정영학, 네...) 근데 형이 볼 때 몰살이야."
▲ 유원홀딩스 등기부. 회사 설립일자는 2020년 11월 10일이다. 그리고 2020년 12월 31일, 유동규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사임한다. |
ⓒ 이정환 |
그리고 2021년 10월 11일, "남욱 변호사가 투자 관련 사업계약서를 받고 35억원을 20억원과 15억원씩 두 차례에 나눠 유원홀딩스에 송금한 것으로 검찰 계좌 추적 결과 드러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소식을 가장 처음 전한 곳은 <동아일보>였다. 유원홀딩스 대표 정민용 변호사의 진술도 함께 전해졌다. 그는 "(35억원중)유동규 이혼자금으로 전처에게 5억원, 재혼할 여성에게 6억8000만원을 보냈다"며 이렇게 자술했다고 한다.
"유동규가 그랬다. '천화동인 1호를 내가 차명소유하고 있다. 천화동인 1호 배당금으로 빌린 돈을 갚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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