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본 지구촌 이슈...코로나 지고, 한류가 빠르게 부상 [新애치슨 시대]

강태화, 정진우 2023. 1. 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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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 1월 미국은 소련과 중국의 확장을 막기 위한 ‘애치슨 라인’을 발표했다. 그리고 5개월 뒤 애치슨 라인 밖에 위치하게 된 한반도에선 전쟁이 발발했다. 73년이 지난 2023년 한국은 다시 미ㆍ중의 공급망 전쟁으로 그려질 ‘신(新)애치슨 라인’의 최전선에 서 있다.
중앙일보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소장 박수진 교수)와 함께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한국 외교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아르스프락시아’는 아시아연구소의 의뢰로 2020년 1월~2022년 9월 30일까지 한ㆍ미ㆍ일ㆍ중 4개국 824개 언론사의 기사 550만여건을 빅데이터 분석했고, ‘한국리서치’는 지난달 6~9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웹설문 조사를 진행했다.(95% 신뢰수준ㆍ표집오차 ±3.1%ㆍ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올해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될 최대 현안은 아시아의 경제위기와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이 될 전망이다. 중앙일보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한ㆍ미ㆍ일ㆍ중 4개국의 영문기사 550만여건의 빅데이터를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각국이 주목하는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이슈를 각각 예측한 결과다.


‘지는 이슈’된 코로나 팬데믹


지난 3년간 4개국 언론이 가장 많이 언급한 주제는 단연 코로나19였다. 전체 기사량 중 코로나19 관련 이슈는 21만4165건으로 압도적 비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점차 N데믹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관심도는 급속하게 가라앉으며 ‘과거 이슈’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시계열에 따른 빈출도 등을 기준으로 설정한 '가속도'에서 코로나19 이슈는 -3751.2를 기록했다. 가속도 수치가 마이너스인 경우는 노출 빈도가 줄어들고 있음을, 플러스면 언급량이 증가하고 있음을 뜻한다. 확진자 수와 방역 대책, 백신 확보 등에 대해 주요 방송 뉴스와 신문 지면을 도배했던 1~2년 전과 달리 최근 들어선 코로나19 관련 언급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현재 이슈’는 경제 위기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관심사로 떠오른 ‘현재 이슈’는 단연 아시아 각국이 직면한 경제위기였다. 특히 경제위기에 대한 언급량은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과 연동하며 에너지 안보 이슈와 함께 수직에 가까운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경제위기 관련 기사는 13만 31건으로 코로나19에 이어 둘째로 많았다. 가속도 수치는 +2735.6에 달했다. 각국 언론이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글로벌 금융 여파를 비롯해 원유와 반도체 등 핵심 자원의 수급과 국제물가, 저성장 우려 등 경제위기와 관련된 기사를 집중적으로 쏟아내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 위기에 대한 관심이 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수급과 강한 동조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선 "전 세계가 경제위기의 원인엔 공급망 경쟁이 있고, 국제사회는 에너지 공급망 위기를 심화한 전쟁의 향배에 절대적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ㆍ미ㆍ일ㆍ중 4개국 언론의 최근 3년간 보도 내용.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경제위기와 에너지망 등과 관련한 이슈가 수직상승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언급량은 5만 954건으로 경제위기 이슈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가속도 수치는 +3001.6으로 가장 빠르게 관심이 커지고 있는 주제로 나타났다. 주요국들이 전쟁을 경제위기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하고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경제안보 논리가 강화되며 세계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제조업 자국 유치 경쟁에 따른 경제 블록화, 고물가와 경기침체, 장기 저성장 시기로 진입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초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류가 ‘미래 이슈’


앞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미래 이슈’로는 한류, 중국과 대만 관계를 뜻하는 양안(兩岸) 문제, 기후 대응 등이 꼽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류는 현재의 핵심 이슈와 비교하면 노출량(2만 319회)이 적었지만, +548.8의 가속도 수치를 보이며 전체 주제 가운데 셋째로 빠르게 관심을 받는 분야로 분석됐다. 한류에 이어선 양안 갈등 이슈가 +308.2로 높은 관심도 상승세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만 해협 등에서 또다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주요국들이 강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반면 북핵 위기 대응 이슈의 가속도는 +10.9로 양안 문제의 3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상황이 대만 문제에 비해 상대적 후순위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부가 향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국가들의 역할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각국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는 문제가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취재팀=강태화ㆍ정영교ㆍ정진우ㆍ박현주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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