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무인기 격추 훈련, 文정부 9·19 군사합의 후 반토막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유·무인 항공기에 대비한 육군의 대공 사격훈련이 큰 폭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9·19 합의에 따라 군 최대 규모의 대공사격장인 강원도 고성의 마차진 사격장이 폐쇄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군 안팎에선 실전 훈련의 부족이 이번 북한 무인기 격추 실패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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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최대 규모 대공사격장 폐쇄
15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육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5만 1680발, 2018년 15만 128발의 대공사격훈련이 이뤄진 마차진 사격장에선 군사합의 이후인 2018년 1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약 4년간 단 한 차례도 훈련이 이뤄지지 못했다.
대공사격훈련에 필요한 표적기가 무인기로 해석될 수 있다는 당시 군 당국의 판단 때문이다. 표적기 역시 무인기의 일종이라고 간주하면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11.5㎞ 떨어진 마차진 사격장에선 표적기를 띄울 수 없다. 발칸과 비호 대공포 훈련이 진행되던 해당 사격장은 9·19 합의의 포사격 금지구역인 MDL 기준 5㎞에선 벗어나 있지만 무인기 비행금지구역인 MDL 기준 동부 15㎞, 서부 10㎞에 포함된다.
표적기를 무인기로 간주하는 건 남북 관계를 의식한 과한 해석이라는 비판이 군 내부에서도 나왔지만 당시 군 당국은 마차진 사격장 폐쇄를 결정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판단을 뒤집고 지난해 9월부터 훈련을 재개한 상태다.
2019년 계기로 사격 발수,횟수 급감
마차진 사격장 폐쇄로 대공사격훈련 규모가 대폭 줄었다. 대공사격훈련 총 사격 발수를 보면 2017년 65만 4227발, 2018년 57만 2402발에서 2019년 55만 8885발, 2020년 50만 4239발로 줄더니 2021년 26만 5757발, 2022년 22만 1635발 등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훈련 횟수도 2017년 138차례, 2018년 134차례를 기록한 뒤 2021년 87차례, 2022년 89차례로 축소됐다.
군 당국은 마차진에서의 훈련을 충남 태안의 안흥 사격장, 충남 보령의 대천 사격장, 경기 연천의 다락대 사격장 등으로 대체 사격장으로 분산해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규모를 유지하지 못했다. 신원식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무인기 대비를 소홀히 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되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군 관계자는 “대체 사격장 인근의 주민 민원이 상당했던 만큼 훈련을 늘리기가 쉽지 않았다”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지침 강화도 훈련 진행에 어려움을 미쳤다”고 말했다. 실제 대천 사격장의 경우 2018년 5만 4669발에서 8만 6894발로 훈련 규모를 키웠다가 주민 반대 등으로 2020년 7만 9994발, 2021년 7만 9227발, 2022년 3만 8660발로 줄였다.
지난달 26일 서울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대응 실패는 이 같은 훈련 축소와 무관치 않다는 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발칸·비호 등 대공포는 1~5㎞ 저고도로 날아오는 무인기 등 적 항공기를 요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이들 대공 무기들은 자체 레이더로 무인기를 탐지조차 못 했다고 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많은 실전 훈련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보완해야 했다”며 “실사격 훈련이 준 게 영향을 미쳤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명국 전 방공포병사령관은 “대공포 사격에선 운용 인원 간 팀워크가 중요하다”며 “교전 조건이 갖춰졌다고 해도 실사격 훈련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대로 사격이 이뤄졌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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