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 징용해법 맞춰 日선 수출규제 푼다..."셔틀외교도 복원"
한국 정부가 조만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병존적 채무인수’ 방안을 공식 발표하면 일본 정부는 이에 호응하는 조치로 ▶수출규제 해제 ▶화이트리스트 편입 ▶셔틀 외교 재개의 세 가지 조치를 즉각 선언하기로 내부 입장을 정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15일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어 다소 시차를 두고 한국 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기부금을 모집, 피해자지원재단의 기금 조성에 참여하는 방안도 발표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기부금 참여는 기업의 자발적 의사에 맡긴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 기부금에는 현 시점에선 강제징용 배상 재판의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은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자동차업체인 A사, 첨단소재업체인 B사, 금융그룹인 C사, 화학업체인 D사 등 양국 우호 증진에 공감하는 일본 내 주요 대기업이 상당수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 업체들도 한국 정부의 해결안 공식 발표 뒤에도 한국 내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본 내 분위기가 악화하면 기부금 참여를 보류할 가능성도 있다.
양국 사정에 밝은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이날 “한국 정부가 지난 12일 공개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해 내부 상황을 정리한 뒤 공식 해결안을 발표하면 바로 당일 혹은 늦어도 다음날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강화 및 화이트 리스트 제외 조치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했다.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자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기술과 부품을 타 국가에 수출시 허가신청이나 절차 등에서 우대를 해 주는 국가)에서 제외했다.
또 일본은 강제징용자 배상 해결안 마련을 계기로 북한 핵에 공동 대처하고 조건부 연장 상태에 있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정상화하기 위한 셔틀 외교를 이르면 오는 2~3월 중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일 간 셔틀 외교는 2011년 1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교토 회담을 마지막으로 11년 이상 중단된 상태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 측의 징용배상안 마련에 이어 일본 측의 수출규제 해제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 철회 발표, 이후 셔틀 외교를 통한 지소미아 정상화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쌓인 한·일 간 갈등 현안 대부분을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정했던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고순도불화수소의 경우 이미 국산화가 진행돼 규제 효과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피고 기업 두 곳의 배상이 없으면 일본이 생색내는 구도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고위 소식통은 일본 기업의 기부금 참여와 별개로 한국 내에서 거론되는 일본 정부 및 피고 기업의 사과와 관련, “사실은 (기부금 참여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시다 정부는 새로운 사죄 표명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통절한 반성의 뜻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 과거 정부의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방안도 일본 정부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피해자들 설득을 위해서라도 이제부턴 기존의 외교부 국장급 협의가 아닌 대통령 특사 등 보다 높은 레벨의 창구를 통해 ▶피고 기업의 기부 참여 ▶일본 정부 혹은 피고 기업의 사과 등 일본의 추가적인 정치적 결단을 촉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이영희 도쿄특파원 kim.hyun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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