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비버와 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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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는 유럽과 북미 대륙에 분포하는 설치류로 호수나 강가에서 나뭇가지로 댐을 만들어 생활한다.
몸길이 60~73㎝, 꼬리길이 33~44㎝, 몸무게 20~27㎏ 정도의 비버는 지름이 30㎝의 나무를 10~15분 내에 갉아 쓰러뜨릴 수 있다.
비버가 만든 댐이 오염물질을 걸러내면서 미국 콜로라도 이스트 강의 수질을 개선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해 11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비버의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1701년 비버전쟁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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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는 유럽과 북미 대륙에 분포하는 설치류로 호수나 강가에서 나뭇가지로 댐을 만들어 생활한다. 몸길이 60~73㎝, 꼬리길이 33~44㎝, 몸무게 20~27㎏ 정도의 비버는 지름이 30㎝의 나무를 10~15분 내에 갉아 쓰러뜨릴 수 있다. 비버가 만드는 댐의 길이는 보통 20~30m이지만 650m나 되는 것도 있다. 단단한 비버 댐은 사람이나 SUV 차량이 그 위를 지나가도 무너지지 않는다. 비버가 만든 댐이 오염물질을 걸러내면서 미국 콜로라도 이스트 강의 수질을 개선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해 11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반면 2016년 아르헨티나에서는 비버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최남단 티에라 델 푸에고 제도에 서식하는 비버들이 수령 100~150년 된 나무들을 마구 갉아 쓰러뜨리는 바람에 숲이 황폐해졌다는 것이다.
비버의 모피는 방한 효과가 뛰어나서 17세기 프랑스 파리 등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바람에 당시 비버 교역에 의존하던 북미 대륙 원주민 부족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150여년간 잔인한 살육전이 벌어졌다. 비버전쟁으로 불린 이 분쟁은 프랑스와 영국까지 개입하는 국제전으로 비화되면서 수십만명이 희생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비버의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1701년 비버전쟁이 끝났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서는 비버가 러시아의 침략을 저지하는 ‘우군’으로 환영받고 있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 북서부 일대에 비버 댐들이 마구 늘어났는데 이 일대를 침공 경로로 검토했던 러시아군을 난처하게 만든 것이다. 전쟁의 여파로 사람들의 왕래가 끊어지자 비버들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댐을 만들었는데 가뜩이나 습지가 많은 이 일대를 러시아의 침공을 지연시키는 저지선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는 “비버가 땅을 축축하게, 지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비버가 11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는 평화유지군 같은 상징이 되기를 희망한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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