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빌라왕 공포… “전세보증보험 한도 맞춰야 세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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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백 채의 빌라를 매집해 전세보증금을 떼먹는 '빌라왕'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전세 거래 관행마저 바꾸고 있다.
세입자는 집주인이 제시한 금액 대신 전세보증보험으로 보장 가능한 보증금을 역제안하고 있으며, 집주인들도 전세가격을 높게 부르기보다 전세보증보험 한도에 맞춰 세를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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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울며 겨자먹기’ 보증금 ↓
“주택 가치 조사… 정보 알려야”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백 채의 빌라를 매집해 전세보증금을 떼먹는 ‘빌라왕’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전세 거래 관행마저 바꾸고 있다. 세입자는 집주인이 제시한 금액 대신 전세보증보험으로 보장 가능한 보증금을 역제안하고 있으며, 집주인들도 전세가격을 높게 부르기보다 전세보증보험 한도에 맞춰 세를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빌라 전세를 알아보던 30대 A씨 부부는 그 일대에서 벌어진 대형 전세사기 소식에 전셋집을 구하는 게 불안해졌다. 상대적으로 보증금 미반환 사고 가능성이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고민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A씨 부부는 빌라 전세를 택하면서도 전세보증보험에서 보장하는 수준의 집을 찾기로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운영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계약이 끝난 뒤에도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기관에서 대신 지급해주는 보증이다. 서울보증보험(SGI)이나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서도 비슷한 전세보증보험을 운영 중이다. 다만 가입 가능한 금액 조건이 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제외한 연립 다세대 등 주택인 경우 전세가가 공시가의 130~140%여야 한다. 이를 실거래가로 환산하면 보통 매매가의 80% 수준까지만 보장 가능하다.
입주하려는 빌라의 공시가격을 확인한 A씨 부부는 공인중개사에게 “공시가의 140% 밑으로 계약하고 싶다”고 요구했다. 집주인이 애초 내놓은 보증금은 140%를 초과하는 가격이었지만, 결국 집주인은 1000만원가량을 낮춰 140% 내 금액인 전세금 1억2000만원에 방 2칸짜리 빌라를 임대하기로 했다.
해당 계약을 담당한 공인중개사는 15일 “최근 전세사기 사건 이후 확실히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며 “공시가격의 보증 범위를 넘기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낮춰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서울 강서구 화곡동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된다. 아예 집주인들이 공시가 140% 비율에 맞춰 집을 내놓고 있었다. 빌라왕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소유 주택 현황을 공개하는 임대인들도 있다. 화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를 구하려는 세입자들이 부동산에 들어서자마자 ‘여기 빌라들 안전한 것 맞냐’ ‘시세 대비 몇 %냐’부터 물어본다”며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난해 말부터 부쩍 까다롭게 따지는 세입자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가 보증금 사고 예방에 스스로 나서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안전 대책을 주문했다.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낮아지는 ‘깡통 전세’의 경우 아무리 세입자들이 사전에 주의해도 미반환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얘기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대출 기관이나 담당 기관이 조사를 통해서 주택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그 내용을 세입자들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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