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연기’ 나문희 “이제 ‘호박고구마’같이 재밌는 역 하고 싶다”

임세정 2023. 1. 16.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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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나의 사랑하는 도마야. 널 보낼 시간이 왔구나. 멈추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큰 뜻을 이루렴. 십자가 지고 홀로 가는 길 함께 할 수 없어도 너를 위해 기도하리니 힘을 내다오."

나문희는 "아들을 희생시키는 엄마의 힘이 필요한 연기였고, 아직도 나라면 그렇게 할 순 없을 것 같다. '윤제균 감독이 나를 믿으니까 시키겠지' 생각하면서도 조마리아 여사에게 누를 끼칠까봐 출연을 망설였다"며 "영화를 보고 나서 그분에게 조금은 가까이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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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웅’서 조마리아 여사 역
“관객들이 인정해주니 정말 감사”
틱톡으로 대중과 소통 큰 즐거움
뮤지컬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연기한 배우 나문희. 배우 인생 60년이 지난 나문희는 아직도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찾아서 해내고 싶다고 밝혔다. CJ ENM 제공


“내 아들, 나의 사랑하는 도마야. 널 보낼 시간이 왔구나. 멈추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큰 뜻을 이루렴. 십자가 지고 홀로 가는 길 함께 할 수 없어도 너를 위해 기도하리니 힘을 내다오.”

영화를 촬영하던 때를 떠올리며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부르는 배우 나문희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뮤지컬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연기한 그를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들의 배냇저고리를 어루만지던 조마리아 여사가 수의를 지으며 노래하기 시작할 때 관객들은 함께 오열한다. 나문희는 “아들을 희생시키는 엄마의 힘이 필요한 연기였고, 아직도 나라면 그렇게 할 순 없을 것 같다. ‘윤제균 감독이 나를 믿으니까 시키겠지’ 생각하면서도 조마리아 여사에게 누를 끼칠까봐 출연을 망설였다”며 “영화를 보고 나서 그분에게 조금은 가까이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연기하면서 나문희는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라이브로 노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기가 막혔다. 지금도 생각하면 울컥하지만 그 땐 슬픈 감정을 안에서 채우고 덜 표출하려 했다”면서 “연기자가 감정을 쌓아올리는 건 힘든 일이다. 집중해서 만들어내는 그 순간 아니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노래하면서 연기하는 게 고생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연기자들은 자기 고생한 건 잘 기억 못한다. 나처럼 늙으면 건망증이 심해서 고생한 생각은 더욱 안 난다”며 “내 연기를 관객들이 인정해주니 정말 감사하고 ‘내가 아직도 이런 힘이 있나’ 생각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나문희는 지난해 예능 ‘뜨거운 싱어즈’를 통해서도 시청자들에게 노래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는 “예전에 악극도 했지만 그 땐 연습을 많이 하진 못했다. ‘영웅’ 촬영하고 ‘뜨거운 싱어즈’ 할 땐 음악을 하는 큰 딸에게 부지런히 레슨을 받았다. 나보고 호흡은 좋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그는 어느덧 여든이 넘었다. 지난 가을부터 틱톡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나문희는 “일주일에 한 번은 준비해서 젊은 사람들과 만나는데 그게 또 재밌더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젊은이들은 날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나온 ‘호박고구마’로 알고 있더라. 그런 가벼운 분위기가 참 좋다”고 이야기했다.

배우 인생 60년이 흘렀다. 나문희는 아직도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찾아서 해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내가 연기한 실존 인물들은 비극적인 스토리가 많아서 앞으로는 ‘호박고구마’같이 사람들 앞에서 재밌게 놀 수 있는 역을 하고 싶다”면서 “할머니라고 해서 무거운 연기를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오랜 세월 연기를 계속하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연기는)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술술 나온다. 뭔가를 60년 동안 해보시라”며 “나는 이 일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하는 나문희의 눈은 확신에 차 있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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