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두 팔 걷고 ‘배터리 자원 전쟁’… 韓, 기업만 각개전투

강주화 2023. 1. 16.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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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K배터리 경쟁력 점검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310만대에 불과하던 세계 전기차 수요는 2030년 5180만대로 17배 뛴다. 배터리 수요는 139기가와트시(GWh)에서 3254GWh로 23배 치솟을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약진 중이다. 다만 ‘고공비행’을 이어가려면 물적 자원(소재)과 인적 자원(인재) 확보가 시급하다.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부회장은 “리튬과 니켈 등 소재를 확보하고,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려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세계는 소재 확보 ‘제2 자원전쟁’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 우위에 서려면 무엇보다 소재를 확보해야 한다. 산업계 관계자는 15일 “관련 기업들이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망 구축을 위해 주요 매장국과 채굴국에서 뛰고 있다. 현지 비자·인력·물류·정부 행정 등에서 애로 사항이 많다. 정부가 산업협력관을 한시적으로 파견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치열한 자원 전쟁을 펼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에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배터리를 포함한 4대 핵심 품목의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호주 캐나다 칠레 등에서 전기차에 필요한 핵심광물을 수입할 예정이다.

일본은 지난 2010년 중국과 센카쿠 열도 분쟁 이후 희토류 매장 1위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희토류는 땅속에 있는 희소 금속으로 배터리·반도체용 연마제 등 첨단산업에 폭넓게 사용된다. 일본은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2008년 90.6%에서 2020년 57.5%로 줄였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20년 9월 유럽원자재연합(ERMA)을 결성해 친환경적이고 안정적으로 희토류 및 전략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추진 중이다.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리튬의 매장국은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 모여 있다. 포스코그룹은 2차전지용 리튬 생산을 위해 속도를 내는 중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자체 보유한 염호와 광산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리튬 30만t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3월 아르헨티나 살타주에 1단계 리튬 공장을 착공했다.


니켈은 인도네시아에 가장 많이 묻혀 있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배터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니켈을 채굴해 재련하고 이를 전구체 양극재 배터리로 만들어 전기차에 탑재한다는 전략이다. 산업계는 정부에서 ‘자원 외교’ 측면에서 이 과정을 뒷받침해주기를 기대한다.

시장 성장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

또한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에 비해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산업계에서는 배터리 관련 논문을 쓴 대학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은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와 현대자동차그룹에 무조건 입사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배터리 석·박사급 연구 설계인력은 1013명, 학사급 공정인력은 1810명 각각 부족하다. 배터리 산업 전체의 인력 부족률은 13.3%에 이른다. 이는 5대 신산업(차세대 반도체, 신금속, 차세대 세라믹, 첨단 화학, 하이테크 섬유)의 평균 인력 부족률 2.5%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재계에서는 첨단전략산업단지인 ‘배터리 특구’를 3개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구는 소재기업 육성을 위한 기반시설 역할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주재 연구원 10명 중 7명 꼴이 이탈한다. 수도권에 3만평 규모의 배터리 전문연구단지를 지정해 달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기업들은 대학과 손을 잡고 인력난을 타개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필요한 인력을 자체 양성하겠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에 계약학과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SK온과 삼성SDI 역시 서울대, 카이스트(KAIST), 포스텍(POSTECH), 한양대, 성균관대 등에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를 세웠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포스텍, 유니스트(UNIST), 한양대와 협업해 ‘e-배터리 트랙 과정’을 개설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서울대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차세대 배터리 선행기술 연구에 손잡았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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