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완의 부동산 더하기 곱하기] 내 집은 언제 사야 할까?… 먼저 금리부터 따져보자

2023. 1. 16.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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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가장 많이 듣는 부동산 관련 질문은 3가지다. 부동산 가격은 언제까지 내릴까? 내 집은 언제 사야 하나? 깡통전세,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변화 요인인 금리부터 따져보자. 금리가 오르는 한 집값은 오르기 어렵다. 한국의 금리 방향과 수준은 미국에 달렸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인상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고정·변동금리 모두 5~7%에서 6~8% 선으로 더 오를 게 뻔하다. 문제는 4.25~4.50%인 미국 기준금리가 상반기 중 5~5.25% 선으로 인상 예고된 상태로, 물가 상승과 외화 유출 등을 고려하면 결국 한국 금리도 한 차례 이상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리 인상이 멈추더라도 언제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 금리 인상 후폭풍이 앞으로 주택시장은 물론 실물경기, 건설부동산, 금융산업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되는 변수다.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국내외 연구기관과 과거 데이터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추정 가능하다. 이를테면 집값 진원지인 서울지역 집값과 전셋값은? 올해 말 내지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락할 개연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집값과 전셋값은 동행하지만 전세가격이 약간 선행하고 매매가격은 뒤따라 움직이는 특성을 지닌다. 투기 수요가 존재하는 매매가격과 달리 전세가격은 주로 수요 공급에 의해 시장 임대료가 결정되는 구조다. 따라서 공급 부족으로 수급 불균형에 놓여 있는 서울 전세시장의 경우 올해 말쯤 하락세가 진정되고, 매매시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세가 좀 더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이는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상이 인하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 실물경기가 장기 침체나 불황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 선행하는 주식시장이 먼저 회복한다는 점 등 여러가지를 가정하고 전제한 예측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점을 밝혀둔다.

새해 첫 아파트 1순위 청약이 시작된 지난 3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한 대형 건설사 모델하우스에서 사람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궁금한 주택 구매 시기는? 예상되는 시나리오별로 조금 다르다. 1차 매수 적기는 올해 말 내지 내년 상반기로 짐작된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2차 매수 적기는 내년 하반기 이후를 고려해볼 수 있겠다. 만일 세계 경제가 복합위기에 빠지고 국내 경기도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한 상황을 맞는다면 주택경기도 4~5년간 장기 급락세 혹은 경착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최악 상황으로, 외환보유고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감안할 경우 확률은 낮지만 대비는 필요해 보인다.

다음으로 시장 전망과 부동산정책도 빼놓을 수가 없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부동산정책 기조 전환과 전방위적 규제 완화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대못을 뽑는 일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시장 반응도 빠른 편이다. 1월 이후 주택 거래가 다소 늘어나고 가격 하락폭도 줄어들고 있다. 규제 완화 정책으로는 서울 강남권과 용산을 제외한 규제지역 해제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보유세(종합부동산세)·양도세 폐지 혹은 연장 조치가 대표적이다. 재건축안전진단 절차 완화, 12억원 초과 주택의 중도금 대출 허용, 실수요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에서 70~80%로 완화, 의무거주기간·전매제한기간 단축 조치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실수요자를 위한 특례 보금자리론은 파격적인 대출 상품이다. 1주택자는 앞으로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5억원까지 4%대 정책금리 대출로 접근 가능해진다.

이제 본론이다. 시장 정상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전세사기 사태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일명 ‘빌라왕’으로 불리는 사기꾼들의 실체가 드러나고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민 공분을 사고 있다. 왜 다세대, 다가구 주택인 빌라가 표적이 된 것일까. 꼭 알아야 할 몇 가지가 있다. 깡통전세·전세사기는 각각 다른 사건으로 보이지만 발생 원인과 결과는 닮은 꼴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 밀접히 연관돼 있다. 즉 하락기에는 매매보다는 전세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 전세가 월세보다는 주거비 부담이 적다는 점, 빌라는 특히 부동산 지식과 정보가 거의 전무한 신혼부부와 20~30대 젊은 층이 주 고객인 점을 꼽을 수 있겠다.

때마침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국민 재산 보호를 위한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과 큰 틀을 공유하고 진일보한 대책으로 시세모니터링 요원 확대, 세입자 보호를 위한 표준계약서 마련, 자체 점검교육 등 여러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협회의 자체 정화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한꺼번에 나서 법과 제도 개선은 물론 수요자인 국민과 주택을 중개하는 중개사의 일대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결론이다. 근본 대책으로 무주택 서민 입장에서 몇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정부는 다세대빌라를 포함해 부동산거래정보를 좀 더 촘촘히 파악하고 공개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부동산 거래, 가격, 예측, 범죄정보를 가장 잘 아는 이는 바로 개업 공인중개사다. 이들을 교육·훈련하고 활용·공조하는 시스템은 절대적 선결 과제다. 자체 회원을 지도 단속할 수 있도록 임의단체에서 법정단체화로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변호사, 세무사, 의사, 약사, 행정사, 부동산개발협회처럼 말이다. 부동산 관련 조직은 친목 이전에 국민의 주거생활과 재산관리에 끼치는 공익성이 크다.

둘째, 사법부는 이번 기회에 사기꾼의 실체와 전모가 드러난 만큼 일벌백계를 통해 발본색원해야 한다. 전세사기는 서민의 피를 빨아먹는 범죄다. 수사 지연, 봐주기식 수사도 적폐청산 대상이다. 셋째, 실수요자인 무주택 서민과 주거 취약계층, 젊은 층의 경우 부동산 지식, 시장 정보, 계약서 작성법 등 일상생활에 꼭 알아야 할 공부는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각자도생의 시대, 아는 만큼 보인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부동산 지식, 지혜, 지능을 축적할 것을 명심하자.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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