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구제·내적치유에 교회 재정 50% 사용…맑은 가난 택하다
하나님의 꿈을 이루는 생명의 공동체라는 비전을 갖고 탄생한 청주주님의교회(최현석 목사)는 맑은 가난을 선택한 교회다. 힘들었던 개척 초기부터 재정의 50%를 교회 밖으로 내보내는 재정 원칙을 세웠다. 이는 1대 담임인 주서택 원로목사로부터 2대 담임 최현석 목사로 온전히 이어지고 있는 목회 철학이다. 교회를 개척할 때 빌렸던 은행 대출을 갚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이 원칙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부 교회 장로들의 반대가 컸지만 주 원로목사는 꺾이지 않고 실천했다.
주 원로목사는 “선교 단체 활동가 시절부터 교회는 교회 안과 교회 밖을 함께 섬기는 공동체가 돼야 하고 재정의 반은 세상 목회를 위해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며 “교회 자신만을 위해 재정을 쓰면 그건 반쪽짜리 목회라고 비판했는데 내가 목회자가 된 이후에 내뱉은 말과 상이한 행동을 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교회 밖으로 내보낸 재정은 주로 선교, 구제, 장학, 내적치유, 다음세대 등을 위해 쓰였다. 해당 금액은 약 120억원에 달한다. 우선 선교 활동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시행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기에 처한 100개 상가교회에 각각 100만원씩 1억원 지원, 남아프리카 우간다에 라디오 방송국을 건축해 남수단까지 총 200만 명이 복음을 듣도록 만든 게 대표적이다. 또 인도 고산지대에 컬성주님의교회, 필리핀 밀림지역에 프리덤 주님의교회를 건축해 선교를 행하고 있다.
맞춤식 구제 활동인 ‘사랑의나눔마켓’은 청주주님의교회의 오래된 자랑이다. 성도들이 교회에서 무료상품권을 발행받아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품권을 나눠주면 상품권을 받은 사람은 ‘사랑의나눔마켓’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물품으로 바꿔간다. 마켓이 개관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동안 총 2만5935가정을 지원했고 15억9000만원의 구제비를 사용했다.
상품권은 지역주민센터(사창동 사직동 성화개신동)를 비롯해 각종 사회복지시설(YWCA 서부사회종합복지관 청소년쉼터 지역아동센터 상담정신건강복지센터), 장애인시설 등을 통해서도 전달되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구제해왔다. 또 탈북민 외국인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독거인 등을 지원하는 일에도 힘썼다.
최 담임목사는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보호하기 위해 상품권으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직접 구해가는 맞춤식 구제 현장은 오늘도 구제의 사각지대를 담당해가는 사랑의 손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5년간 성도들이 덜 쓰고 덜 누리고 허리끈을 졸라매면서 불우한 이웃을 섬기기 위해 운영돼 왔다”면서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처입은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시작한 ‘성서적 내적치유’ 세미나도 빼놓을 수 없는 사역이다. 1992년부터 현재까지 총 154회의 내적치유 세미나가 진행됐고 5만8000여 명이 참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온라인을 통해 세미나가 진행됐지만 올해 3월부터는 경기도 안성에 있는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수양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주 원로목사는 “내면적인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지 않고는 건강한 자아상과 영성을 가질 수 없게 된다. 풍성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기가 매우 어렵다”며 “세미나를 통해 참가자들은 나를 만드신 하나님을 아버지로 만나고, 예수님의 십자가의 의미를 이해하고 체험하며, 성령님의 만지심을 경험해 진리로 자유하게 되는 경험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청주주님의교회는 다양한 사역 외에도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일에 열심이다. 주 원로목사는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담임목사직 세습을 꼽았다. 하나님의 것을 목사 개인의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세습이 이뤄진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목사 임기제를 교회 정관에 명시했다. 주 원로목사는 개척한 지 6년 만에 재신임 투표를 거쳐 연임했다. 그는 “재신임을 묻는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인기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서는 행위다. 교인들을 통해 하나님께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저 표만 던지는 게 아니라 마음까지 모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목사뿐 아니라 장로 임기제도 도입했다. 장로들은 대체로 높은 지지를 받고 연임하고 있다. 재신임 투표를 하는 날에는 교회에 긴장감과 격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한다. 최 담임목사는 “결국 임기제와 재신임 투표는 교회가 특정 개인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행위”라며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를 통해 교회가 한 단계 성장하고 신뢰를 높이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청주=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삶의 빛을 찾아 마음 속을 걷다 - 더미션
- “사람은 평등” 9%P 더 높지만 노숙인·장애인 혐오는 엇비슷 - 더미션
- 정시 지원 ‘0명’ 학과 속출하는데… 신학과 선전한 비결은 - 더미션
- 기념 다큐·위문 예배… 이 교회가 6·25 참전용사를 섬기는 법 - 더미션
- 외국 국적 목회자 부임 막는 교단 헌법부터 폐기를 - 더미션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
- ‘2024 설 가정예배’ 키워드는 ‘믿음의 가정과 감사’
- 내년 의대 정원 2천명 늘린다…27년 만에 이뤄진 증원
- “엄마, 설은 혼자 쇠세요”… 해외여행 100만명 우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