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욱의 시시각각] 전 국민이 다 아는 윤심(尹心)

서승욱 2023. 1. 1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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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논설위원

▶기자="이준석 대표가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다. 여당 내 싸움이 국정에 부담이 될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의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하셨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도 없고,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 어떠한 논평이나 입장을 표시해 본 적이 없다."(8월 17일 취임 100일 회견)

▶기자="윤심(尹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데 당 혼란을 바라보는 심정은."

▶윤 대통령="소속 의원과 당원들이 치열하게 논의하고 거기서 내린 결과는 받아들이고 따라가는 게 정당 아니겠나. 정당 내부도 민주적 원리에 따라서 가동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9월 2일 도어스테핑)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외교부와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해 여당 상황에 대한 질문 때 윤 대통령이 내놓은 답변이다. 7월 말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란 메시지와 '체리 따봉'으로 국민의힘이 쑥대밭이 됐을 때였다. 윤 대통령은 당무 개입도 없고, 윤심도 없고, 그저 일만 한다고 했다. 올 초 언론 인터뷰에서도 전당대회 윤심을 묻는 질문에 "여의도 정치를 얼마나 했다고 윤핵관이 있고 윤심이 있겠나"라고 했다. 여러 가지 설명을 덧붙였지만, 어쨌든 윤심은 없다고 했다.

「 대통령·여당이 "없다"고 부인해도
곳곳에서 확인되는 용산의 흔적
윤심, 더 설득력 있는 전달이 중요

그러나 현실은 좀 다르다. 최근 지상파 방송에서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대한민국이 생긴 뒤 처음 벌어지는 일"이라고 현 상황을 규정했다. '나경원 사태'에서 보여준 대통령실의 태도나, 윤심에만 올인하는 후보들의 경쟁 양상을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 전 의원 문제도 그렇다. 떡을 양손에 쥐고 고민하는 듯했던 그의 태도에도 문제가 없진 않았다. 하지만 “출산 연계 대출금 탕감 검토" 발언 이후 대통령실의 집중 폭격, 결과적인 해임을 정책적 맥락에서만 이해하긴 어렵다. "골대 옮기기"라는 반발을 산 100% 당원 투표로의 룰 변경이 순수한 당의 결정인지, '윤핵관 맏형'의 갑작스러운 불출마가 본인만의 뜻인지도 논란이다. 지난해 8월 2선 후퇴를 다짐했던 다른 윤핵관은 지금 친윤 세력의 중심에 서 있다. 그와 연대한 유력 후보는 "당에 태양이 하나 더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윤심만을 향해 질주 중이다. 현실은 '기-승-전-윤(尹)'인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윤심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윤심은 있는 게 당연하고,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윤 대통령은 연초 인터뷰에서 "총선에서도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공약했던 정책을 차질 없이 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하면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다. 결국 국민한테 약속했던 것들을 가장 잘할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바로 윤심이고, 결과적으로 선호하는 후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누가 윤심을 업고 있는지 역시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다. 뻔히 존재하는 윤심을 자꾸 없다고만 하면 국민이 집권세력을 믿기가 어려워진다.

역대 대통령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의중을 표출해 왔다. 국민이 수긍할 만한 인물을 선택해 자연스럽게 마음을 몰아줬다. 국민과 당원에게 신망 높은 사람을 메신저로 세워 우호적인 여론을 전파하기도 했다. 다른 정권과 달리 유독 지금 "대한민국 건국 후 처음"이란 비판이 나온다면 그건 윤심의 존재 자체 때문은 아닐 것이다. 나경원 해임 과정에서 보듯 윤심이 표출되는 방식의 투박함과 억지스러움, 아마추어리즘이 오히려 문제 아닐까. 윽박지르기가 아닌 설득력 있고 감동적인 윤심 전달법을 찾는 게 집권세력이 할 일이다. 윤심을 전파하는 실세들 역시 자신의 행동이 당내 분란만 증폭시키는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진박, 친박, 비박, 반박으로 갈려 싸우다 폭망했던 2016년 총선은 남이 아닌 그들 자신이 겪었던 일이다.

서승욱 논설위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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