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문서 반출 특검 조사받는 바이든, 2024년 재선 꿈 앞 '최대 악재'[박현영의 워싱턴 살롱]

박현영 2023. 1. 1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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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 워싱턴 특파원

지난해 12월 30일 카리브해에 있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세인트크로이 섬의 한 레스토랑 앞. 아내·손주와 식사하고 나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2024년 대선 출마에 관해 묻자 "선거가 다가와?"라고 농담했다. 이어 "2023년은 좋은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사저 안 '개인 서재'에서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12월 30일 사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휴가를 마치고 지난 2일 워싱턴에 복귀한 바이든 대통령은 순풍을 탄 듯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뜻밖에 선전했고, 인플레이션은 둔화 조짐을 보이며, 공화당은 내분으로 15차 투표 끝에 겨우 하원의장을 선출하는 등 약점을 드러냈다. 바이든은 2월 상·하원 합동 국정 연설 전후로 대선 재출마 의사를 밝히고 4월께 공식 출마 선언을 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보도했다.


CBS·NBC·CNN 등서 속보 잇따라


하지만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상황은 급변했다.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가 개인 사무실에서 발견됐다는 CBS뉴스의 첫 보도가 나온 뒤 바이든은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지난 9일 CBS뉴스는 바이든이 2017년 부통령 퇴임 후 개인 사무실로 써온 워싱턴의 '펜 바이든 외교ㆍ글로벌 센터' 옷장에서 지난해 11월 2일 기밀문서 약 10건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발견 시점은 중간선거(11월 8일) 엿새 전이었다.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날 멕시코시티 기자회견에서 "발견 사실을 보고받은 뒤 그 사무실로 가져간(taken to) 정부 기록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주어를 쓰지 않음으로써 문서 유출에 자신이 직접 관련된 건 없다는 인상을 줬다.

하루 뒤엔 NBC뉴스가 기밀문서 두 번째 뭉치가 발견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가 나온 뒤 백악관은 두 번째 문서 뭉치가 바이든의 델라웨어주 사저 차고에서 발견됐다고 시인했다. 기밀문서가 차고에 있었던 게 맞느냐는 폭스뉴스 기자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내 코르벳(쉐보레 스포츠카)과 함께 자물쇠로 잠긴 차고에 있었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반출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바이든도 기밀문서를 무분별하게 다룬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발견된 문서는 현재까지 약 20건이다. 가장 민감한 정보를 의미하는 일급비밀(Top Secret)과 특수비밀정보(SCIㆍSensitive Compartmented Information) 문서가 들어 있으며, 우크라이나·이란·영국 관련 정보 메모와 브리핑 자료도 포함됐다고 CNN은 전했다.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장관은 12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로버트 허 특별검사를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사건 조사를 위해 로버트 허 특별검사를 임명했다. 특검은 추가로 유출된 문서가 있는지 확인하고, 문서 반출 경위, 지난 6년간 문서에 접근한 사람들과 민감 정보 유출 여부를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사저를 전면 수색해야 한다"(공화당 소속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 정보위원장 CNN 인터뷰)는 주장도 나왔다. 백악관은 기밀문서 6장이 사저 다른 방에서 추가로 나왔다고 14일 발표했다. 이틀 전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이 "수색은 어젯밤 분명히 끝났다"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


바이든 차남 스캔들과 관련 있나


이번 사건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칠 영향을 단정하긴 이르지만, 백악관이 약속한 투명한 국정 운영과 신뢰에 손상을 입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상식적이고 책임감 있는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해 2020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취임 초기 "나는 실수할 것이다. 내가 실수하면 그것을 인정하고 여러분께 말할 것이다. 내가 그걸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와줄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기밀문서가 6년간 방치됐고 사저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온라인 대선 유세 베이스 캠프로 많은 사람이 드나든 공적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본다. 유출된 문서 중 우크라이나 기밀 정보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 차남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단순 유출로 판명되고 추가 피해가 없을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법적 책임을 피할 수도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특검 수사가 길어질 경우 민주당 내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움직일 수도 있다. 특검 임명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법적·정치적 불확실성을 맞게 됐으며 그의 재선 도전이 현명한 일인지 민주당원들 사이 논쟁을 되살릴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망했다.

지난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 수사할 특별검사에 임명된 로버트 허 전 메릴랜드주 연방 검찰청 검사장. 사진은 2019년 11월 21일 모습. AP=연합뉴스

바이든 특별검사, 공화당 지지자에 맡긴 이유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공화당원인 로버트 허(50) 특별검사를 임명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야당 지지자에게 맡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언론은 능력 위주로 선발해 불편부당한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했다.

갈랜드 장관은 허 특검을 "검사로서 길고도 뛰어난 경력을 갖고 있다"면서 "연방 검사로서 법무부의 중요한 국가안보, 공직 부패 등 핵심 사건을 감독했다"고 소개했다. 허 특검은 "공정하고 공평하며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판단"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1973년생으로 한국계인 허 특검은 하버드대를 거쳐 2001년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연방 제9항소법원 알렉스 코진스키 판사와 윌리엄 렌퀴스트 연방대법원장 서기로 법조계에 입문한 엘리트다. 특검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점이 강점이다.

2017년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의 최고 참모로 일하면서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 지휘에 관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명으로 2018년 메릴랜드주 연방검찰청 검사장에 올랐으며,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사임했다.

역설적으로 공화당 내 강경보수 진영에선 불만이고 민주당에선 반기는 분위기다. 바이든의 측근인 벤 카딘 상원의원(메릴랜드)은 "진정한 전문가"라고 칭찬했고, 트럼프의 최측근 인사는 "늪의 괴물(swamp monster)"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와 메릴랜드주 연방검찰청을 오가며 기밀문서 유출, 화이트칼라 범죄, 갱단·마약 등 강력사건까지 수사 및 사법 행정 경험이 두루 풍부하다는 평가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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