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를 액체로 변환, 무수세탁 시스템 개발할 것”
“지금까지 디바이스(기기)를 판매했다면, 이제 집안에서 발생하는 일 전체가 사업 영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전업체 리더로서 이렇게 새로운 과제를 부여했다. 기술과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개인 맞춤화’를 통해 성장 활로를 찾겠다는 얘기다. 한 번 제품을 구매한 후에도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업(UP) 가전’이 대표적이다. 류 사장은 “현재까지 업 가전 관련 고객 아이디어가 6000건 이상 제안될 만큼 호응이 높다”며 “최근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3’에서도 스마트홈을 가전의 지향점으로 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중점적으로 살폈다”고 말했다.
생산 현장도 맞춤형으로 바꾼다. 이날 간담회가 열린 테네시 공장은 드럼 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를 주력으로 하고, 최근 건조기 라인을 추가한 생산시설이다. 한해 세탁기 120만 대, 건조기 60만 대를 생산한다. 전체 부지가 125만㎡(약 38만 평)로 LG전자는 앞으로 냉장고·오븐 라인을 추가해 북미 생활가전 사업의 생산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곳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자율공장 체제를 갖추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등대공장은 신기술과 친환경 설계를 통해 제조업의 미래를 제시한 생산시설을 가리킨다. 지난해 경남 창원의 LG스마트파크에 이어 LG전자가 가동하는 두 번째 등대공장이다.
공장 내부에서는 사람보다 무인운반차(AGV)가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양쪽에 바퀴가 달린 직육면체 모양의 AGV는 바닥에 붙어 있는 3만여 개의 QR코드를 따라 최대 600㎏인 부품과 제품을 가뿐히 실어 나르고 있었다. 공장 라인은 폭 10m, 길이 500m 형태로 설계돼 부품 제조부터 제품 완성, 포장이 한곳에서 이뤄진다.
송현욱 LG전자 테네시법인 생산실장은 “하루 6000번 넘는 운반 작업을 166대의 AGV가 담당하고, 용접 지점이 0.2㎜만 벌어져도 라인이 자동으로 정지할 만큼 시스템이 정교하다”고 말했다.
압착 가공과 사출 성형, 도색 등 부품 제조를 내재화한 것도 테네시 공장의 특징이다. 류 사장은 “금액 기준으로 세탁기 부품의 80% 이상을 내재화했다”고 말했다.
친환경 기술 고도화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류 사장은 “올해 안에 세탁할 때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는 기능을 업 가전에 추가하고, 이산화탄소를 액체 상태로 만들어 세탁하는 ‘무수(無水) 세탁’ 시스템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클락스빌(미국)=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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