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올렸는데…치솟던 대출금리 되레 내림세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3.5%로 올렸지만, 은행권 대출금리는 당분간 하락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0.25%포인트 인상이 ‘고점’일 거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이미 낮아진 시장(채권)금리와 수신(예금)금리가 대출금리를 끌어내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발 ‘돈맥경화’가 해소되면서 채권시장이 안정화되는 추세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은행채 금리가 내려가면서 은행들이 무리하게 예금금리를 올려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어지자 예금금리 인상에도 뜸을 들이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78~7.41% 수준이다. 하지만 16일 발표 예정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달 예금금리 하락을 반영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코픽스는 전월 은행들이 자금조달에 들인 비용에 따라 달라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예·적금이다. 기준금리, 시장금리 상승으로 지난해 11월 5%를 넘어섰던 예금금리는 금융당국의 수신 경쟁 완화 권고 이후인 최근 3%대 후반까지 내려온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체 추산 결과 코픽스가 약 0.15%포인트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13일 기준 4.63~6.96%)도 0.3%포인트 안팎 하락할 전망이다. 신용대출의 준거 금리인 은행채 1년물도 같은 기간 0.186%포인트(4.104% → 3.918%) 내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기준금리가 고점이라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시중금리는 떨어져 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도 대출금리 상승세를 억누르는 요소다. 금융당국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이미 시장에 대부분 선반영됐다고 보고 은행들의 대출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이 작년 순이자 이익 등 규모에서 어느 정도 여력이 있기에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큰 점을 개별 은행들이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이미 고금리 시대에 접어든 만큼, 은행권에서 추가로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커질 대로 커졌다. 한국은행 추산에 따르면 지난 1년 5개월 동안 3.0%포인트 오른 기준금리만큼 대출금리가 오른 것으로 가정했을 때 가계 이자 부담은 산술적으로 39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 대출자의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액은 198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변수다. 지난해 12월 기준 물가상승률(5%)이 한은 목표치인 2%를 상회하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31일~2월 1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지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 여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반쯤에나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마다 빠르면 당일 정기예금과 적금 등 수신 금리 인상 소식을 알린 것과 비교하면 다른 모습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분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신상품 금리의 인상 시기와 폭을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할 예정”이라며 “당장 수신 금리를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희·김남준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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