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발레리나

손다예 2023. 1.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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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마 내가 두고 온 토슈즈. 이번 봄엔 발레리나처럼
골프와 테니스 열풍을 지나 다음엔 또 어떤 취미가 우리 옷장을 덮칠까? 궁금해지던 찰나, 우연히 제니의 콘서트 무대의상을 봤다. 한 뼘 남짓한 길이로 짧게 줄인 튤 스커트, 토 슈즈의 새틴 리본을 떼어 코르셋처럼 매듭지은 뷔스티에, 도톰한 레그 워머와 플랫 슈즈에 이르기까지 소녀 감성 ‘뿜뿜’ 흘러넘치는 발레 룩을 입고 솔로 무대에 오른 모습이 SNS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던 참이었다. 발레 패션의 기본적인 아이템을 가져오되 러블리한 디테일을 더한 점이 새로워 보였다. 영화 〈블랙 스완〉 속에서 내털리 포트먼이 발레리나의 우아함을 보여줬다면, 제니는 하이틴영화에나 나올 법한 10대 발레리나의 사랑스러움을 어필했달까? 곧이어 샤넬의 지원 사격까지 이어졌다. 파리 콘서트 무대를 위해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가 직접 제니의 발레 코스튬을 디자인한 것. 나풀거리는 러플 디테일의 화이트 튜브 톱과 레이스 랩스커트를 매치하고, 검은 리본을 두른 버지니 비아르식 발레리나 룩은 샤넬의 클래식한 전통에 Z세대 감성을 더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지금 발레에 빠진 셀러브리티는 제니뿐 아니다. 누구보다 패션 트렌드를 빠르게 감지하는 벨라 하디드 역시 최근 자신만의 발레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2007년 봄 시즌에 출시된 빈티지 샤넬 원피스에 화이트 레그 워머를 매치한 뒤 사이버 선글라스를 쓰는가 하면, 그런지 데님 드레스에 치렁치렁한 진주 목걸이를 걸고 레그 워머와 플랫 슈즈를 더해 거리의 무용수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아이콘, 제니와 벨라가 즐기는 발레 트렌드는 앞으로도 점점 거세질 예감. 하이패션 역시 이 우아한 세계에 푹 빠져 있다. 지난 시즌 수많은 ‘테니스 걸’을 양상하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미우미우는 테니스 스커트와 함께 토 슈즈를 닮은 새틴 플랫 슈즈를 쇼에 올린 바 있다. 이번 2023 S/S 컬렉션에선 그레이와 스킨, 화이트 등 기본적인 컬러의 저지 톱을 여러 겹 레이어드한 스타일에 가느다란 헤어밴드와 니 삭스를 신은 듯한 타이트 부츠를 더해 연습실에 모인 무용수가 행진하는 듯한 쇼를 완성했다. 시몬 로샤는 공기처럼 가벼운 튤과 진주, 크리스털, 리본으로 〈백조의 호수〉에 나올 법한 환상적인 걸리시 무드의 발레 스타일을 강조했고, 뉴욕 베이스의 디자이너 샌디 리앙은 캐롤린 베셋 케네디, 클로에 셰비니의 과거 파파라치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1990년대식 미니멀리즘으로 정제한 모던 발레리나 룩을 제안했다. 토즈는 브랜드의 상징인 고무 페블로 장식한 발레리나 플랫 슈즈와 우아한 A라인 스커트를 선보이는가 하면, 메인 테마로 ‘발레코어(Ballet-Core)’를 내세운 팔로마 울은 몸의 실루엣을 그대로 드러내는 레오타드부터 페미닌한 랩스커트, 크롭트 스웨터 같은 아이템에 은은한 페일 핑크와 누드 베이지, 옅은 그레이 컬러를 사용해 무용수의 느슨한 우아함을 전했다. 이렇듯 새롭게 떠오르는 발레 트렌드의 특징은 무대 위의 화려한 발레리나가 아닌, 연습을 마친 뒤 스튜디오를 나서는 댄서의 일상을 포착한 것처럼 자연스럽고 ‘쿨’하다. 그렇기에 과하거나 드레시한 연출은 금물이다. 이를 두고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타일 & 트렌드 분석가 맨디 리(Mandy Lee)는 ‘파리지앵 발레(Parisien Ballet)’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파리지앵의 무심한 듯 시크한 애티튜드를 발레 패션에 접목했다는 뜻이다. 미우미우, 샌디 리앙, 팔로마 울의 런웨이에 선 모델처럼 화장기 없이 말간 얼굴과 정돈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은 파리지앵 발레 스타일을 완성하는 요소! 여기에 발레 핏을 위해 곧은 자세까지 기억한다면 완벽하다. 발레리나가 몸의 실루엣을 조이거나 부풀리지 않고도 우아한 이유는 흐트러짐 없이 반듯한 자세 덕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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