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대통령 "한국의 약속 이행 기적 같아. 300억달러 투자하겠다"
2009년 12월 뿌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씨앗이 2023년 1월, UAE의 대(對) 한국 300억달러(약 37조원) 투자라는 열매를 맺었다. 이 열매는 원자력ㆍ에너지ㆍ기업투자ㆍ방산 등 4대 핵심 분야를 넘어 항공우주나 바이오 등 첨단산업 발전의 또 다른 씨앗이 될 가능성을 심었다.
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5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과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의 도중 무함마드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300억 달러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코로나 등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계약을 이행해내고 마는 한국 기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투자수익뿐만 아니라 UAE의 지속가능한 중장기 발전에 이 투자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꼼꼼히 챙기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국빈방문을 앞두고 경제 외교에 방점을 찍은 대통령실은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왔다. 그럼에도 300억 달러라는 투자 유치 규모는 기대를 웃도는 것으로,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유사 사례를 감안할 때 압도적으로 큰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해외에서 유치한 직접 투자금액이 305억달러 규모다. UAE가 체결한 국가 간 협약 중에서도 최대규모로, 역대 최대이던 대(對) 영국 100억 파운드(약 15조원)를 크게 상회한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외에 UAE는 중국에 50억달러(약 6조원), 프랑스에 15억 유로(2조원)의 국부펀드 투자를 약속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약속을 뒷받침하기 위해 양국은 가칭 ‘한ㆍUAE 투자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관섭 수석은 “양국 공공 및 민간의 투자기관이 참여해 파트너십 체결 등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300억 달러’에는 용처나 기간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이나 수소 관련 기술, 풍력이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방산 등의 분야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며 “투자 주체는 아부다비 투자청을 비롯한 UAE 전체”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통 큰 결정의 밑바탕에는 2009년 12월 바라카 원전에서 시작된 양국 간의 신뢰가 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가동을 시작한 바라카 원전 1ㆍ2호기는 현재 아부다비 전력의 60%, UAE 전체 전력의 15%를 담당하고 있다. 계약부터 상업 운영 개시까지 공기를 늦추거나 하는 문제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확대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주를 계기로 양국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특별한 관계를 구축했다”며 “양국 간 원자력 협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수소 협력을 ‘한국ㆍUAE 수소동맹’ 수준으로 만들어 UAE가 대(對)한국 투자 제1위 국가가 되고, 다양한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관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대통령도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이 되는 양국 간의 협력 프로젝트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바라카 원전에서의 협력”이라며 “전 세계에 모범이 되는 평화적인 원자력 에너지 사용의 성공적인 신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무함마드 대통령은 “지난 십몇 년 동안 한국이 보여준 약속 이행은 기적 같은 사례”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상 임석 하에 원자력과 에너지, 투자, 방위산업, 기후변화 분야 등 모두 1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 MOU는 투자 의사를 밝힌 300억 달러에 포함되는 것으로, 대통령실 관계자는 “300억달러 투자를 이행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나 협력 기반 구축”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MOU는 기술 정보 교환과 기술 이전 등 방위산업 분야의 전략적 협력을 구체화한 ‘전략적 방위산업협력에 관한 양해각서’, 국내 석유수급에 위기가 생길 시 한국이 계약물량에 대해 우선구매권을 행사하는 내용의 ‘한-UAE 국제공동비축 사업’ 등 분야를 망라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 정상 임석하에 체결한 13건에 여러 기관장이 체결한 MOU를 더하면 30여개”라며 “비즈니스 포럼 등에서 체결하는 것까지 더하면 모두 40여개의 MOU가 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돈 버는데 나이가 있나요"…노점서 붕어빵 굽는 'MZ 누나' | 중앙일보
- "자궁에 귀신 붙었다" 수십명 성추행 무속인…굿값도 수천만원 | 중앙일보
- 이건희 장례 때 취토도 했다…0.0002%, 삼성 왕별은 누구 ① | 중앙일보
- 디자인을 잘 못하는 디자이너...호주 갔다 깨달은 '대박의 길' | 중앙일보
- '태양의 후예' 아크부대 간 尹부부…김 여사 "사막여우 많나요?" | 중앙일보
- 진열대 엎고 大자로 드러누웠다…백화점 맨발女의 '깽판' | 중앙일보
- [단독]이해찬 전 수행비서도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로 재직 | 중앙일보
- '羅 홀로 집에' 넘어야 산다…"출마 100%" 말나온 나경원 과제 | 중앙일보
- 동남아 정글 걷는듯 싱그럽다…한겨울 외투 벗고 거니는 이곳 | 중앙일보
- [단독]유·무인기 격추 훈련, 文정부 9·19 군사합의 후 반토막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