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집안에 있다"는 말에…맨몸으로 불난 집 뛰어든 70대
경북 경주의 한 화재 현장에서 70대 건축업자가 불길을 뚫고 할머니를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15일 경주시에 따르면 성건동에서 건축업을 하는 손수호(70)씨는 지난 9일 오전 10시 30분쯤 내남면 덕천리에서 주택을 수리하던 중 검은 연기와 화염을 목격하고 그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외부 창고에서 시작된 불길이 벽을 타고 2층짜리 주택을 집어삼킬 듯 확산하고 있었다.
주변을 살피던 손씨는 80대 집주인이 화염에 휩싸인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것을 이웃들이 막는 것을 보았다. 이어 "할머니가 집 안에 있다"는 웅성거림을 들었다.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입과 코만 가린 채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현관문마저 불길에 번져 주택 반대편 창문을 부수고 나서야 겨우 집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는 천장까지 번진 불길 속에서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발견한 뒤 자신의 등에다 둘러업고 무사히 빠져나왔다.
다행히 소방대원들이 제시간에 도착한 덕분에 불은 1시간 30여분 만에 꺼졌다.
연기를 마신 노부부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손씨도 팔과 얼굴에 1도 화상을 입어 치료 중이다.
손씨는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느냐"라는 경주시 관계자의 물음에 "화재 당시에는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경주시는 손씨의 고귀한 희생과 용기를 잊지 않고 시민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의사상자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웃을 나 자신보다 먼저 생각하는 시민의 정신은 우리 공동체의 가장 숭고한 가치"라며 이를 실천한 손수호님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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