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간토학살 진실규명·피해자 명예회복 특별법 촉구"
[민병래 기자]
지난 13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등 50여 시민단체가 모여 만든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이하 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간토학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시급함을 촉구했다. 또한 진실규명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그동안 연구한 간토학살 피해자 조사 명단이 발표됐다.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이 발생하자 일본 정부는 서둘러 계엄령을 선포했다. 명분은 '조선인폭동설'이었다. 수십만의 이재민이 발생, 민중의 불만이 자칫 천황제에 대한 항거로 나타날 것을 우려한 조치였고 조선인을 희생양 삼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술책이었다. 그 결과 이주노동자로 들어와 있던 조선인과 유학생들이 무참하게 학살됐다.
상해임시정부기관지 독립신문사와 도쿄의 유학생이 주축이 돼 만든 '이재동포위문단'이 조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조선인 6661명이 죽임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양미술 전공자로 학살 당시 일본에 있었던 독일인 브르크하르트 박사(Dr. Otto Bruchhardt)는 그해 10월 9일 보쉬체 신문(Vossische Zeitung)에 '한인에 대한 일본의 대량학살'이란 글을 기고했는데 여기서 참살당한 전체 조선인이 1만 5천여 명에 이른다고 적고 있다.
그럼에도 당시 조선총독인 사이토는 피해자는 2명에 불과하다고 강변했다. 학살 후에 열린 1923년 제국의회에서 무소속의 다부치토요키치의원이 야마모토 곤노후예 총리에게 조선인학살에 대한 정부책임을 제기했을 때 "지금 조사중이므로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후로도 간토학살의 국가책임을 묻는 일본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으나 일본정부는 100년 동안 사과와 배상은 말할 것도 없고 진상규명조차 외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원회는 올해 100주기를 맞아 9월 1일부터 7일까지 '간토학살추도기간'을 설정하고 서울과 도쿄에서 대대적인 추모집회와 국제학술회의를 열 예정이다. 위원회가 특히 역점을 기울이는 사업은 간토 학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다.
▲ 간토학살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의 성명서 발표장면.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이다. |
ⓒ 민병래 |
한편 이날 회견에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연구용역으로 진행된 '관동대지진 희생자 명부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적은 예산에 기간도 짧았지만 이 사업은 정부기관이 처음으로 간토학살에 조사주체로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용역을 수행한 한신대상생전환센터의 책임연구원 성주현 박사는 모두 408명의 명단을 확정해 발표다.
주일한국대사관에서 발견된 '일본 진재시 피살자명부'에 수록된 290명을 토대로 <독립신문>(상해판)·<동아일보>·<매일신보> 등 국내에서 발간된 당시 신문류, <현대사자료6·관동대진재에 있어서 조선인학살의 진상과 실태>·<감추어진 역사> 등 자료집과 <관동대진재 조선인학살의 기록-도쿄지구별 1100개의 증언> 같은 목격담 등이 검토됐다. 또 일본의 여러 보고서를 분석하고 군마현 조도지(成道寺)와 구본지(九品寺), 사이타마현(埼玉縣)의 쇼주인(正樹院)과 조센지(常泉寺)의 추모비를 조사해 이뤄낸 성과다.
성주현 박사는 이번 조사에서 "도쿄도 위령당내 조선인 명부 83명과 일본 사법성이 작성한 명부 380명에는 접근할 수 없었는데 이 부분만 반영해도 숫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일본 내 증언집에 대한 추가분석과 면밀한 현장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인의 적이 된 이완용, 그를 자랑스러워한 아들
- 정부가 기업에 '임금 인상' 강조했지만... 일본 민심 싸늘한 이유
- 윤 대통령 띄운 선거구 개편, 이번엔 바뀔까... 새해 정치권 논의 '급물살'
- 베트남 달랏, 팜유라인 먹방만 기억하면 손해
- 오랜만에 찾아간 '3천원 국숫집'... 놀라움의 연속
- 새벽 6시 30분이면 들려오는 윗집 알람 소리
- 피트니스 가기 귀찮을 때, 내 귀에 다급한 목소리
- UAE, 한국에 40조 통큰 선물... "약속 지키는 한국에 신뢰"
- 나경원에 힘 실어준 안철수 "특정인 향해 위험한 백태클 난무"
- 주네팔한국대사관 "추락 항공기에 한국인 2명 탑승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