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달랏, 팜유라인 먹방만 기억하면 손해 [가자, 서쪽으로]
[김찬호 기자]
▲ 달랏 전경 |
ⓒ Widerstand |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베트남의 최대 도시인 호치민 시나, 남부 해안 도시인 냐짱 정도에서 버스를 타고 방문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 아슬아슬한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새 마법처림 이 도시가 나타납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산 속에 갑자기 펼쳐지는 도심의 모습을 본다면, 마법 같다는 말이 꼭 과장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그런 광경이 펼쳐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실제로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산간에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니까요.
전형적인 식민 도시, 달랏
▲ 달랏 쑤언흐엉 호수 인근의 맑은 날 풍경(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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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달랏은 전형적인 식민 도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달랏에는 굴곡이 심한 산지라는 지형 조건에도 불구하고 저지대까지 이어지는 철도도 있었습니다. 여러 개의 스위치백 철도와 터널을 만드는 24년 간의 난공사 끝에 1938년에 판랑탑짬 시까지 이어지는 철도가 만들어졌습니다.
▲ 달랏 대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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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달랏은 전형적인 식민 도시, 근대 도시입니다. 프랑스의 식민 지배라는 베트남의 근대사가 그대로 쌓여 있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 그 도시 위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가장 인기 있는 신혼여행지이기도 하죠.
제가 처음 달랏에 방문했던 때에만 해도 한국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였고, CNN에서도 아시아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로 선정할 정도로 외국인에게 유명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천공항에서 달랏으로 향하는 직항편까지 운행할 정도로 잘 알려진 관광지가 되어 있죠.
▲ 달랏 쑤언흐엉 호수 인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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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정의로운 결말이 아니라고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식민지의 유산인 이 도시가 전쟁과 혼란으로 파괴되고 무너지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적절한 결말이어야 했을까요. 그렇게 이 도시가 무너졌다면, 지금 이 도시 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베트남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재건될 수 있었을까요.
저는 파괴되어가고 있는 한국의 근대유산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는 그것이 근대지상주의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그것이 식민주의에 대한 찬동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흔적을 부정하는 도시, 재건 없는 파괴를 정의라 말하는 도시에는 별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 달랏 쑤언흐엉 호수 인근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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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랏 쑤언흐엉 호수의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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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파란 하늘의 달랏을 봐야겠다는 핑계로 제가 이 도시에 돌아올 때를 상상합니다. 다시 구불거리는 산길을 위태롭게 넘으면 마법처럼 그 도시가 나타나는 순간을 말이지요. 그때까지 달랏의 사람들이, 다만 파괴되지 않은 이 도시를 만끽하며 살고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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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개인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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