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어느 판결과 콩밥

1심 판결: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을 북한군으로 오인하게 할 상황을 초래했으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의와 가치를 폄하하는 것으로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 주장하는 근거도 상당히 부족하고 의도가 악의적이라 죄질이 좋지 않다. 징역 2년, 벌금 100만 원. 고령인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

2심 판결:죄질과 범정이 나쁘고 범행 횟수가 적지 않다.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이 사건들에 관해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법적·역사적 평가가 확립됐으므로 그의 범행으로 인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근본적으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징역 2년. 나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

3심 판결:원심(2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징역 2년 확정.

지만원씨에 대한 형사 판결문의 요지이다. 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누리집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광주 시민을 ‘광주에서 활동한 북한특수군’이란 의미로 ‘광수’라 칭하고,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존 인물 고 김사복씨를 가리켜 ‘빨갱이’라며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또한,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며 명예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최근 대법원은 지만원씨에 대한 2년의 징역형을 확정했다. 이제 대검찰청은 지씨의 주소지를 확인한 뒤 관할 검찰청에 징역형 집행을 촉탁하고, 해당 검찰청은 지씨를 소환해 교도소에 수감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드디어 지씨가 ‘콩밥’을 먹게 된 것이다.

예전부터 ‘콩밥’은 교도소에서 먹는 밥으로 통용되어왔다. 그래서 범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의미로 현재도 ‘그놈은 콩밥을 먹여야 돼’라는 말을 주로 사용한다.

‘콩밥’이 교도소 밥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뭘까. 과거 교도소 주식에 ‘대두’라는 콩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1956년 처음 제정된 ‘형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교도소의 ‘주식은 백미, 대두, 속(조) 및 맥류의 혼합으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1995년에 ‘주식은 쌀과 보리의 혼합으로 한다’라고 개정되었고, 2014년에는 ‘수용자에게 지급하는 주식은 쌀로 한다’라고 다시 개정되어, 현재 교도소 수감자들은 100% ‘쌀밥’을 먹고 있다. 교도소에서 ‘콩밥’이 사라진 이유에 대하여 ‘콩 자급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지만, 실제로는 식단에 고기반찬이 포함되는 등 콩 말고도 단백질 공급원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이 좋아져서 이제 지만원씨는 2년 동안 교도소에서 ‘쌀밥’을 먹게 될 것이다.

박완서 작가는 수필 ‘두부’에서 출소자들이 두부를 먹는 이유에 대해 ‘두부는 콩으로부터 풀려난 상태이나 다시는 콩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고 썼다. 2년 뒤 만기 출소하게 될 지씨가 ‘두부’를 먹고 다시는 5·18을 왜곡하는 행위를 하여 ‘콩’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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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