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데 WEF 이사장 “한국은 신지정학 시대 핵심국가…기후대책 역할해야”

고석현 2023. 1. 1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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뵈르게 브렌데 국제경제포럼(WEF) 이사장이 지난 10일 스위스 쾰른에서 WEF 연차총회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브리핑에서 올해 회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국은 신(新)지정학 시대에서 아시아의 핵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환경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뵈르게 브렌데 국제경제포럼(WEF) 이사장은 1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다보스포럼에 앞서 지난 13일 중앙일보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은 기술 강국으로 이미 세계를 이끌고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이어 시급한 과제로 “국제 사회가 ‘탈동조화’ 바람을 멈추고, 다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포럼 주제가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이다.
A : “이번 행사는 최근 수십 년 중 가장 복잡한 정치·경제적 상황에서 열린다. 지정학적 긴장과 각국의 산업 정책은 경제 협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에겐 더 잘 협력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경제 성장과 발전, 지속가능한 결과를 끌어내는 데 있어 무역과 투자의 중요성을 재정립하는 ‘글로벌 경제성장 공동체’를 제안할 것이다.”

Q : 구체적으로 어떤 제안인가.
A :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현재의 위기가 새로운 충돌로 악화해선 안 된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 미국과 유럽, 중국과 유럽 간 교역은 균열과 단절을 향하고 있다(미·중 교역 규모는 2021년 6915억 달러로 2017년 대비해 5.5% 늘었지만 상호 비중은 같은 기간 16.6→14.7%로 감소했다). 서로 새로운 벽을 쌓고 보호주의의 길을 선택한다면, 미래의 성장과 번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Q : 세계 경제 침체를 타개할 방법은.
A : “우리에게 ‘마술지팡이’는 없다. 경험적으로 무역이 블록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미래 성장을 위해 무역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

뵈르게 브렌데 국제경제포럼(WEF) 이사장이 지난 13일 중앙일보와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고석현 기자

Q : 미래 준비를 위한 또 다른 난제는.
A : “기후변화 대응이다. 국제 사회는 2050년 ‘넷제로’(Net-Zero·탄소 실질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를 약속했다. 이제는 구체적인 대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계 70여 개 기업이 처음으로 함께 움직인다. 애플·아마존 등이 ‘그린 공급망 선언’을 하고, 지속가능한 연료를 사용하는 항공사만 운항할 수 있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들의 구매력이 다른 기업의 정책 방향을 바꾸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강대국 간 정치적 긴장을 피하면서 환경·사회적 성과 개선을 위한 민간 부문의 연대가 필요하다.”

Q :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아직 코로나19가 끝난 게 아니다. 다만 최악의 상황은 지난 듯하다. 이제 미래를 위한 탄력성 구축을 논의해야 한다. 앞으로 덮칠 팬데믹에 어떻게 대응할지 대응 모델을 만드는 게 첫째다. 분명한 건 새로운 국가 안보, 기술·환경적 위기를 다루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대가 필요하다. 코로나19는 탈동조화가 세계 공통의 과제에 대응하는 데 큰 비용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Q : 한국의 그동안 활동과 앞으로 역할은.
A : “올해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최대 규모로 한국 대표단이 구성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한국 재계의 리더도 대거 참석한다. 한국은 기술 강국으로 이미 세계를 이끌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복잡한 지역인 동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 신지정학 시대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무역 개방과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국제무대에서도 힘이 실리고 있다. 기후·환경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Q : 지정학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A : “먼저 무역·투자에서 행정적 복잡성을 개선해야 한다. 무역 절차 단순화는 관세 면제보다 이익이 더 크다. 이번 포럼에서 100개국 이상이 글로벌 투자 절차 단순화 협상에 서명할 것이다. 리쇼어링(자국 기업의 본국 회귀) 대신 아프리카·남미·남아시아 등 세계 곳곳으로 생산기지를 다각화해 글로벌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뵈르게 브렌데 국제경제포럼(WEF) 이사장. 사진 WEF


☞뵈르게 브렌데=1965년생. 노르웨이 출신 정치인이자 외교관으로, 노르웨이과학기술대에서 경제·법·역사학을 전공했다. 노르웨이 외무·통상산업·환경부 장관과 유엔지속가능발전위원회(UNCSD) 의장,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이사 등을 거쳐 2017년부터 WEF를 이끌고 있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조직 전체의 전략 개발을 맡고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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