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대담한 위협 vs 南의 대단한 정치 논쟁
북한이 무인기로 문제를 일으킨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그리고 강원도 삼척에서 북한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이는 무인기가 잇따라 발견된 바 있다. 2017년에는 북한 무인기가 내륙 깊숙이 들어와 경북 성주 사드 기지 주변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와 이번 무인기 사건의 차이점은, 지난 두 번은 추락한 무인기를 발견함으로써 비로소 북한 무인기 침투를 인지한 반면, 이번에는 침투 당시부터 알았다는 점이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무인기를 잡기 위해서는 침투 당시의 인지 시점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인기는 러시아 침공으로 발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더라도 그 중요성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전력 면에서 열세라고 평가받던 우크라이나가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무인기 덕분이다. 러시아 역시 자폭 무인기로 우크라이나 주요 시설을 공격하고 있는 사실만 봐도, 현재의 전쟁에서 무인기의 중요성은 새삼스럽게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현재 우리가 가장 주목할 부분은, 이번 북한의 무인기 침투 의도가 과연 무엇인가다.
우선 대한민국 중심부를 정찰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북한이 무인기에 의존해야만 우리를 정찰할 수 있는가가 명확해져야 한다. 다시 말해, 북한이 제3국 정찰 자산을 통해 대한민국에 관한 시각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면, 굳이 무인기를 보내 우리나라를 정찰할 필요는 없다. 물론 북한이 제3국 정찰 자산을 통한 정보 수집이 가능하지 않다면, 무인기에 의한 정찰 정보가 매우 절실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무인기 침투 목적이 대한민국 정찰을 위해서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다른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다른 가능성이란, 무인기 침투를 통해 우리나라를 ‘흔들어보려는 의도’를 의미한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무인기 침투를 인지했음에도 왜 격추시키지 못했는가, 그리고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음에도 군당국은 왜 이를 늦게 알아차렸는가다. 사안의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바로 정치권이다. 지난 1월 6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 무인기가 처음 넘어온 것도 아니고 2017년 6월에 37일간이나 우리나라를 휘저었다”며 “당시 성주 사드 기지를 정찰했음에도 문재인 정권은 침투 사실조차 파악을 못했다”고 말하며, “그로부터 5년 이상 지났고, 침투 대응책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수년이 걸리는데 이 시점에 (파악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집권 7~8개월 된 이 정부에 방법은 없다. 책임 대부분은 문재인 정권에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비행금지구역까지 휘젓고 다닌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는데, 용납할 수 없는 초대형 안보 참사”며 “당초 정부는 비행금지구역 침투를 극구 부인하고, 심지어 야당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마저 이적 행위라고 매도하기까지 했다”고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이런 여야의 모습을 보면,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 논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느낌이다. 외교와 국방 그리고 안보 문제는 정권을 초월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여야가 보여주는 모습은, 책임 전가를 위해 자기들끼리 싸운다는 느낌만 준다. “전 정권 잘못이다” “아니다. 현 정권이 무능하기 때문이다”라는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에 대해 어떤 대응책이 마련돼 있으며 현재의 대응책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무인기 격추에 실패했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만일 안보 이슈에 민감한 보수층을 자극해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거나, 해당 사건이 전(前) 정권 잘못임을 강조하며 야당 의원의 비행금지구역 침범 언급의 배경을 부각시키려고 한다면, 이는 전형적인 ‘안보 이슈의 정치화’다. 이런 논쟁은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에게 어떤 이득도 가져다주지 못한다.
이제라도 여야가 함께 고민해야 할 점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다. 무인기에 비행금지구역이 뚫린 문제에 대한 군과 국방부에 대한 책임 규명도 병행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여야가 서로 책임 전가에만 몰두한다면, 이는 북한의 침투 의도를 오히려 살려주는 꼴이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은 무인기 침투를 통해 우리 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이념적 균열 구조를 더욱 심화시키려고 했을 수 있다. 북한 무인기 침투는 인명 살상을 통한 테러 행위는 아니지만, 위협을 가시화해 불안감과 공포를 주려는 테러 행위라고 할 수 있기에, 테러를 방지하는 대책 수립에 몰두해야 한다.
북한의 테러 행위에 대해 일치단결해 대응하지 못하면, 북한의 테러 수위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추정할 수 있는 테러 행위로 국지적인 무력 도발을 상정할 수 있다. 현재 예상되는 북한 도발은 과거 수준보다는 훨씬 강도가 높을 가능성이 있다. 즉, 휴전선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정도 이상의 국지적 무력 도발이다. 이런 추정이 가능한 이유는, 북한의 도발 패턴이 과거에 비해 더욱 대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북한의 대담함은 북의 핵 보유와 무관하지 않다. 막강한 비대칭성 무기를 갖고 있으니, 더 이상 미국이나 국제 사회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식의 도발을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는 추정이다. 결국 핵무기를 과시하며, ‘매우 강도 높은’ 재래식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비례, 균형의 원칙’에 입각해 북한에 우리 드론을 날린 것은 당연한 우리의 자위권 행사다. 이를 두고 민주당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모양인데, 이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형법상에도 정당방위라는 개념이 있다. 하물며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이 걸린 안보 문제에서의 자위권 행사는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다. 이를 두고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면, 우리는 과연 어떤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나. 야당이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런 정도의 발언은 견제와 비판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국가가 있고, 국민이 있어야 여야가 있을 수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3·설합본호 (2023.01.18~2023.01.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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