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검찰, 보우소나루 수사 박차…전 법무장관까지 체포
브라질 대법원이 대선 불복 폭동을 선동한 혐의를 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68)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허용했다. 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수도방위 책임자였던 전임 법무장관도 폭동을 방관한 혐의로 연방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 브라질 대법관은 이날 대선 불복 폭동 수사 대상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포함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모라이스 대법관은 "민주주의에 맞서 지속적으로 비겁한 음모를 꾸며 '예외 상태'를 조성하려는 공인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지난해 10월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군 쿠데타를 촉구하면서 수도 브라질리아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 등에 난입해 공공기물을 부수고 난동을 부렸다.
이에 브라질 검찰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해당 행위를 부추기는 데 관여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관련 수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대법원에 청구했다. 브라질에서 형사수사권은 원칙적으로는 경찰이 갖고 있다. 하지만 헌법상 입법·사법·행정부에서 독립된 지위를 가진 브라질 검찰은 예외적으로 법원 등의 결정을 통해 수사 개시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다.
검찰은 수사 개시의 근거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사법부의 부당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취지의 동영상을 퍼뜨린 것을 들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 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대법원도 13일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영상 게시 시점이 폭동 사태 이후지만,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이유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법원이 검찰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해외로 도피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송환 가능성이 커졌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해 재선에 실패한 뒤 룰라의 취임식 직전 브라질을 떠나 미국 플로리다에서 체류 중이다. 앞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중으로 (브라질로) 돌아가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귀국 여부와 시점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브라질 연방 경찰은 대선불복 폭동의 배후에 대한 조사에 힘을 쏟고 있다. 14일 브라질 경찰은 브라질리아의 보안 총책임자였던 안데르송 토레스 전 법무장관을 폭동에 관여한 혐의로 체포했다. 토레스 전 장관은 미국에서 브라질로 귀국한 직후 브라질리아 공항에서 체포됐다.
앞서 브라질 경찰은 지난 10일 토레스 전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토레스 전 장관이 쿠데타를 계획했음을 의심케 하는 법령 초안을 확보했다. 이 초안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국방태세를 확립하고 사법부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냈던 토레스는 1·8 폭동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즉각 해임됐다.
이런 가운데 폭동 가담자들이 브라질의 입법·행정·사법부 '3부 기관'을 쉽게 뚫고 들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CNN은 SNS에 올라온 시위 영상을 분석해 "브라질 경찰이 시위대의 힘을 과소평가했는지, 애초에 무능한 건지 아니면 (시위대와) 공모한 건지 의문스럽다"고 보도했다. 영상 속 경찰들은 의회로 향하는 시위 행렬을 향해 엄지를 들고 시위대와 서로 어깨를 토닥이거나 기념촬영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임명했던 경찰 수뇌부들이 시위의 공모자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전에 시위대가 3부 기관을 공격할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경찰이 최소한의 병력만 배치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브라질 고위 관리들은 CNN에 "사전에 계획된 치안 계획은 전부 실패했다"고 밝혔다.
앞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폭동 사태 직후 "경찰은 시위대의 습격 위협을 태만하게 지켜봤다"며 "경찰이 시위대를 노골적으로 묵인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폭동과 연관된 이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에 나섰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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