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공조’ 강화하는 미ㆍ일…“이렇게 가까운 적 없었다”

김필규 2023. 1. 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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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에 앞서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만난 시간은 짧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원하는 것을 대부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파트너로서 일본의 위상을 재확인한 동시에 군사 강국화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적 문제로 수세에 몰려 있던 두 정상에게 글로벌 리더로서 존재감을 다시금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군사 강국화에 미·일 정상 협력 기시다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의 새 국가 안전보장전략을 공개적으로 환영했다. "일본의 (방위비) 투자가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의 안보를 강화하고 21세기를 위한 미·일 관계를 현대화할 것"이라는 게 양국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밝힌 환영의 이유다. 지난해 말 안보 문서를 개정한 일본 정부는 적의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갖추고 방위비를 5년 뒤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늘리기로 한 상태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 전 짧은 모두발언 시간 동안 "도전적이고 복잡한 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새 방위전략을 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적인 국방 지출"이라고 치켜세웠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일본이) 미국 정부의 분명한 지지를 얻어냈다"고 분석한 뒤 "(두 정상이) 중국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본이 군사 강국으로 탈바꿈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평가했다.

쉴라 스미스 미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본은 군사적 행동을 주저하던 2차대전 후의 틀을 깨고 나왔다"며 "세계 무대는 새로운 일본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지역의 보호자로 전환 중 이날 정상회담은 소인수 회담 45분, 일대일 회담 15분 등으로 짧게 진행됐다. "그만큼 굳이 더 조율할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게 "우리(미·일)가 이렇게 가까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가 어디서 어떻게 이견을 가지고 있는지 찾아내는 게 더 어려울 정도"라며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와 불일치하는 중국의 행동 및 북한의 도발로 인도ㆍ태평양은 증가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중국과 북한을 가장 큰 2개의 위협으로 적시했다.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 안보조약 5조(집단방위)에 따라 핵을 포함한 모든 능력을 사용해 일본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흔들림 없는 약속을 재확인했다"면서 여기에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도 적용된다"고 명시해 일본이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최근 일본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우주개발 분야에서의 협력과 보호도 약속했다.

반도체를 둘러싼 경제안보, 원자력발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안보, 청정에너지 분야에서도 함께 기술적 우위를 가져갈 파트너로 일본을 명시했다. 미국 기업연구소의 잭 쿠퍼는 "평화주의자였던 일본을 지역의 보호자로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정치 위기 타개할 계기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정상회담이 국내에서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두 정상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40%를 밑도는 저조한 지지율에 시달리던 기시다 총리 입장에선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음으로써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거란 이야기다.

최근 자택에서 발견된 기밀문서로 특검 수사 위기까지 처한 바이든 대통령 역시 정상회담을 통해 정치력을 입증할 기회가 됐다고 분석했다.

■ “가장 중요한 주제는 ‘오키나와 해병연안연대 배치’”

니컬라스 제체니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담당 선임연구원

NYT가 지적한대로 일본의 군사 강국화에 대해선 "또 다른 동맹인 한국에서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일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한·미·일 3자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대한 워싱턴의 기류는 무엇인지 들어보기 위해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니컬라스 제체니 일본 담당 선임연구원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동북아의 복잡한 안보는 어느 나라 혼자 감당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일본의 새 방위 전략은 한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제체니 선임연구원은 대만과 인접한 일본 오키나와에 병력을 전진 배치키로 한 것을 이번 미·일 정상회담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으로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한국에선 일본 군사력 강화에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A : "일본의 새 방위 전략은 말 그대로 '방어'다. 중국·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을 막기 위한 첨단 방어 능력을 확보하려는 의도인데, 이는 한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일본의 전략 방향에서 맞게 된 새로운 장에 위협을 느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일본이 역내 안보를 지키기 위해 미국, 한국과 더 긴밀한 협조를 강조하는 데 안심해야 한다. 동북아의 복잡한 안보 도전은 어느 한 나라가 감당할 수 없다. 안보 행위자로서 역할을 강화하려는 일본의 노력은 역내 동맹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환영받아야 한다."

Q : 이번 회담에서 어떤 부분을 눈여겨봤나
A :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의 새 안보 전략을 지지하면서 주일 미군 주둔지인 오키나와에 해병연안연대(MLR)를 재편,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과 북한에 억지를 위한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고,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주제였다."

Q : 회담이 기시다 총리에게 돌파구가 될까
A : "모든 일본 지도자들은 국내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기대한다. 기시다 총리도 예외는 아니다. 이달 말 의회가 소집될 때 외교 성과를 가져갈 수 있기를 희망할 것이다. 일본처럼 국내 정치와 직접 연결될 것 같진 않겠지만,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했다는 성과가 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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