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메이커’ 사도바울처럼… 장례지도사에 도전한 목회자

김아영 2023. 1. 1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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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에게는 '텐트 메이커'라는 직업이 있었다.

바울의 텐트 메이커를 표방하지만 더 나아가 일하는 '교회밖' 현장을 새로운 사역지로 여기는 목회자들이 있다.

죽음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죽음과 일하는 목회의 교집합이 장례지도사였다고 했다.

이 목사는 "생계 수단으로 이중직 목회를 시작했으나 현재 새로운 목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주님께 연결하도록 하는 가치 때문에 일한다"면서 "이중직 목회자들이 제도권 내에서 목회할 수 있도록 교단 차원에서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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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밖’ 현장을 새로운 사역지로 여기는 이중직 목회자들
장례지도사로 활동하는 이춘수 목사. 그는 누구나 경험하는 죽음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춘수 목사 제공

사도 바울에게는 ‘텐트 메이커’라는 직업이 있었다. 천막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행 18:3) 생계를 유지하며 전도 등에 필요한 재정을 충당했다. 자신이 벌은 얼마 안 되는 돈으로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까지 섬겼다.

바울의 텐트 메이커를 표방하지만 더 나아가 일하는 ‘교회밖’ 현장을 새로운 사역지로 여기는 목회자들이 있다. 이른바 이중직 목회자들이다. 이춘수(44) 목사 등 5명의 목회자는 오는 30일 ‘교회밖새교회’(가칭)라는 모임을 발족한다. 성석환 장로회신학대 신학과 교수가 멘토 역할을 하며 새로운 형태의 목회를 시도하는 이들을 응원한다.

교회밖새교회 주 구성원인 이 목사는 15일 “이중직 목회자들은 대개 외롭게 사역한다. 모임을 통해 교회 밖에서 목회하는 이들과 교제하고 공부하면서 일하는 목회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모임 ‘교회밖새교회’(가칭)의 주멤버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모임의 멘토인 성석환 장신대 교수다. 이 목사 제공

평소 경기도 남양주 별내동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이 목사는 프리랜서 장례지도사로도 일한다. 주일에는 임마누엘하우스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섬긴다. 모임의 또 다른 멤버인 최규현(37) 목사는 인테리어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청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셰어하우스를 제공한다. 헬스장을 운영하는 헬스 트레이너 윤광원(36) 목사는 건강과 목회를 연결하는 사역을 한다. 정찬송(38) 전도사는 장례 관련 사업체를 운영한다. 정진애(44) 목사는 사역단체 ‘따밥’(따뜻한밥차)을 운영하며 자비량 선교를 한다.

멤버들은 이중직 목회에 대해 수년간 고민하고 연구했다. 2017년 장신대 신학대학원에서 동아리 ‘텐트메이커’를 발족, 30여명 회원과 이중직 목회 세미나를 열고 수많은 현장을 찾았다. 이 목사는 “전임 목회를 염두에 두면서 이중직 목회를 보험처럼 여기는 이들이 있었고 학생 신분에서 구심력을 갖고 활동하기 어려웠다. 졸업 후 이중직 목회를 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다시 뜻을 모으게 됐다”고 밝혔다.

장례지도사 이춘수 목사가 장례지도사의 직업 윤리와 소명에 대해 강의하는 모습. 이 목사 제공

이 목사는 2019년 2학기 때부터 장례지도사로 활동했다. 죽음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죽음과 일하는 목회의 교집합이 장례지도사였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를 나누고 싶었다. 상조회사와 기독교식 장례를 기획해 고인의 안치를 비롯해 염습 입관 장례예배 등을 주관한다.

장례 현장에서 뜻밖의 ‘가나안 성도’들을 많이 만났다. 하나님은 믿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들은 가족 장례를 부탁할만한 목회자가 별로 없었다.

이 목사는 이들의 요청에 장례 예배를 주관하면서 미안함과 안도감 등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기독교에 상처 입은 가나안 성도의 오해를 풀어주고 그들이 하나님을 찾도록 돕는 게 저의 역할 중 하나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춘수 목사가 지난해 9월 동네 서점 고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 목사 제공

세 가지 직업을 가진 이 목사는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은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매일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글로 기록하고 신학적 성찰을 하면서 자신의 소명을 다시 확인했다. 그는 현재 가나안 성도, 주말 근무자 등과 함께 월요일에 예배드리는 공동체 ‘탐험하는 교회’를 준비하고 있다.

‘삼중직’ 목회를 하는 이 목사는 역설적으로 고정 수입이 없다. 주중에는 책방에서 상근하지만 책방 수입만으로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부정기적인 장례지도사 활동, 외부 강연 등으로 충당한다. 부교역자는 무보수로 주일에만 사역한다.

이 목사는 “생계 수단으로 이중직 목회를 시작했으나 현재 새로운 목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주님께 연결하도록 하는 가치 때문에 일한다”면서 “이중직 목회자들이 제도권 내에서 목회할 수 있도록 교단 차원에서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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