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명 탄 네팔 항공기 추락...AP통신 "최소 68명 사망한듯"
네팔에서 72명이 탑승한 항공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15일(현지시간) 발생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승객 전원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주네팔 한국대사관과 현지 항공사 등에 따르면 추락한 네팔 항공기에는 한국인 2명이 탑승했다.
카트만두 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네팔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향하던 네팔 예티항공 소속 ATR72기가 네팔 카스키 지구에서 추락했다.
수다르샨 바르타울라 예티항공 대변인은 "해당 비행기에는 승객 68명과 승무원 4명 등 총 72명이 타고 있었다"고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네팔인을 제외한 외국 탑승자의 국적은 한국·인도·러시아·아일랜드·호주·프랑스·아르헨티나 등이었다.
사고 현장 수습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AP통신은 현지 경찰을 인용해 “이번 사고로 68명이 사망했다”고 전했으며, 인도 언론인 뉴스18닷컴과 러시아 타스통신은 예티항공 대변인 발언을 인용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네팔 당국 관계자는 날이 어두워져 첫날 수색이 종료됐으며 남은 4명에 대한 수색 작업을 16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주네팔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해당 항공기 탑승 명단에 한국인 2명이 있으며 구체적인 탑승 여부나 신원 등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인 2명은 남성이며 이들의 성(姓)은 유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식통은 "이 2명이 에베레스트 등반목적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에 주네팔 한국대사관 직원을 급파했다. 또 외교부 본부에는 재외국민보호대책반이 가동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교부에 "현지 관계 당국과 협력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우리 국민 피해 여부를 파악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조치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또 "추락 항공기에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 국민의 가족에 대해서는 신속히 연락체계를 구축해 현지 상황 등을 충실하게 설명하고 필요한 영사 조력 등을 최대한 지원하라"고 했다.
네팔 정부는 추락 사고 발생 직후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고가 난 비행기는 포카라 국제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추락했다. 네팔 당국은 "비행기가 세티 강(江) 협곡에 추락해 구조와 수습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직 추락 원인을 알 수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했다.
SNS상에는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불이 붙고 연기 기둥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 등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과 사진이 퍼졌다.
세계적으로 높은 산 14곳 중 8곳을 보유한 네팔에서는 2000년 이후 최소 309명이 비행기·헬리콥터 추락으로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번 사고는 1992년 파키스탄 국제항공 에어버스 A300 여객기가 카트만두에 접근하던 중 추락해 탑승자 167명 전원이 사망한 이래 30여년만에 벌어진 최악의 참사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사고 직전에 일어난 항공기 추락 사고는 지난해 5월 발생한 타라 에어 추락 사고로 당시 탑승자 22명 전원(네팔인 16명, 인도인 4명, 독일인 2명)이 사망했다.
네팔의 항공 산업은 최근 몇 년간 외국 등산객 등을 중심으로 관광업이 인기를 끌면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항공 사고가 잦아 현지를 찾는 관광객들의 불안감이 컸다. 가디언에 따르면 네팔 여객기 조종사들이 훈련을 충분히 받지 못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유럽연합(EU)은 네팔 항공기의 EU 영공 진입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네팔의 활주로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하며 숙련된 조종사에게도 이·착륙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사고가 발생한 휴양도시 포카라는 이·착륙이 까다로운 곳으로 악명이 높다. 포카라의 위치가 안나푸르나 등 8000m급 히말라야 고봉에서 수십㎞밖에 떨어지지 않은 고지대라 여러 높은 산 사이를 '곡예 비행'해야 해서다.
구형 항공기 사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네팔 항공당국 관계자는 현지 매체에 "예티 항공은 대부분 구형 비행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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