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청두行] '中 실리콘밸리'에 55兆 투자…혁신기업 몰린다
"기본 인프라와 명확한 투자 기준은 개선돼야"
[아시아경제 청두=김현정 특파원] "베이징도, 상하이도, 선전도 아닌 왜 청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대도시의 삶이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은지 다들 아시잖아요. 이곳은 빠른 발전을 이루면서도 관대한 호구제도(거주지 등록제도)와 적극적인 기업지원을 등을 제공해, 지금은 제 동료가 된 젊은 인재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지난 12일 한국 글로벌혁신센터(KIC 중국)와 중국 과학기술부 횃불센터, 청두 까오신취(高新區·국가하이테크산업개발구) 관리위원회 및 과기혁신국 주최로 '한국혁신기업 청두행(行)' 간담회가 개최된 중국 쓰촨성 청두의 까오신취 가젤디지털문화콘텐츠밸리(가젤밸리). 한국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중국 텐센트의 합작으로 설립된 콘텐츠 플랫폼·인큐베이팅 기업 청두푸타오텅(葡萄騰)의 왕쒀 총경리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한국 기업가들에게 청두 투자와 진출을 권했다. 그는 "회사 창업과 운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 "아직 초기 단계지만 사무 공간부터 인테리어, 세금 등 분야의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큰 손실 없이 성장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정부 집중지원…"고급 빌라촌으로 출근"
청두푸타오텅이 업계에 프로젝트 형식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 8월이었지만, 반년여가 지난 2021년 3월 청두에 본부를 설립하는 데에 성공했다.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사업 추진 의지도 중요했지만, 혁신기업을 향한 정부의 지원과 지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왕 총경리의 설명이다. 현재 플랫폼 다운로드 수는 600만회 수준으로 고객 규모는 크지 않지만, 유저 유료화율과 1인당 구매액을 기준으로는 현지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기자가 직접 찾은 청두푸타오텅의 본사는 청두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까오신취 내 가젤밸리에 위치한다. '가젤'은 중국에서 고속 성장을 하는 중소기업을 의미하는데, 정부는 이들 기업을 위해 건축면적 24만㎡ 부지에 고급 리조트를 방불케 하는 독채 형식의 빌라촌을 구축했다. 여기엔 푸타오텅과 같은 텐센트 관계사를 비롯해 e-스포츠, 디지털 음악, 드라마 및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입주해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청두티엔푸소프트파크 관계자는 "밸리의 입주율은 100%를 달성했고, 정부로부터 세금혜택 등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55조 투자 쏟아진다…혁신기업 집중 육성
가젤밸리가 있는 청두까오신취는 기금 조성을 통해 향후 5년간 3000억위안(약 55조5390억원)의 투자금을 정보, 바이오의약, 신(新)경제, 서비스 등 산업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대규모 투자 소식에 외국 기업들의 유입도 빠르다. 지난해 1~8월을 기준으로만 총 378개의 외국인 투자 기업이 신설됐으며, 외국인 직접투자(FDI) 금액은 20억6300만달러(약 2조5622억원)에 달했다.
도시 자체의 빠른 성장세는 고급 인재를 빠르게 빨아들이는 선순환의 고리로 이어졌다. 중국 과기혁신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청두의 지역 총생산은 3124억달러로 전년 대비 8.6% 증가해 전국 도시 7위를 차지했다. 청두는 세계 500대 기업 중 312곳이 진출해 있고, 관련 인재만 70만명에 육박한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2021년 수출입 총액은 8222억위안(약 152조21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8% 늘었으며, 올해 1~3분기 수출입 총액은 5.3% 증가한 6175억4000만위안을 기록했다.
"인프라 개선·보다 투명한 투자" 목소리도
다만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인프라에 대한 개선 필요성과 투명한 투자 기준 제시 등 중국 진출에 앞서 우려할 만한 고질적 문제들이 언급됐다. 지난 12일 진행된 간담회에서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전력 부족으로 일부 제조현장에서 가동제한 등 조치가 있어 어려움이 다소 있었다"면서 "올해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돼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기업 참여자는 기자에게 "청두 까오신취가 55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어떤 형태와 기준으로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투명한 기준이나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는 않았다"면서 "투자 매력이 존재하는 곳임은 분명하지만, 불확실성 제거를 통한 신뢰 확보도 필요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투자와 진출 기회를 엿봤다는 경우도 있다. 베이징에 지사를 둔 인공지능(AI) 기술 기업(한국) 관계자는 "청두에 담당자 한 사람을 파견해 시장 조사와 현지 관계자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맡기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청두가 다른 지역 및 기업과의 협력 교두보가 돼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진수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관 과기정통관은 행사 기간 열린 간담회에서 "청두는 한국인에게 역사와 문화적으로도 유명한 도시이고, 2015년 한국과 협력 양해각서(MOU)를 통해 혁신의 창업기지로 만들기로 했던 곳"이라면서 "한국기업이 요구하는 것들도 잘 살펴봐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오젠 중국과기부 국제협력사 아시아아프리카처 부처장도 "시진핑 주석 역시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 양국 경제가 상호보완성이 높으며, 발전 전략을 연계 추진하고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면서 "청두가 한국 과학기술 스타트업의 첫 번째 목적지 중 한 곳이 되길 바라며, 중국에서의 성공을 통해 새로운 협력의 역사가 쓰이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두=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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