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주재 러시아 외교관 추가 철수 움직임…北경제상황 방증
북한이 최근 대대적인 선전활동을 통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경제목표의 달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평양에 남아있는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이 추가로 철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국경 봉쇄가 3년째 이어지면서 외국 대사관들이 밀집된 지역에서도 생필품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러시아 스바보드나프레샤 통신은 최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장기간 이어지는 북한의 엄격한 방역조치로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에 의약품이 충분하지 않아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외국인이 적절한 치료를 받거나 신속히 해외로 나가 치료를 받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 당국의 엄격한 방역조치로 인해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임시 폐쇄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와 관련, 국경봉쇄로 대사관 직원들의 정상적 순환근무가 사실상 중단돼 고립되면서 본국에 있는 친척과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으며, 어린 자녀를 둔 외교관 가족들도 자녀교육 문제로 본국 송환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RFA의 설명이다.
전통적 우방국인 러시아의 대사관 조차도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의 직격탄 맞은 북한 경제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단 방증이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2020년 1월 국경을 봉쇄했는데, 그 여파로 생필품 부족현상 등이 나타나며 생활이 어려워지자 각국 외교 사절들은 평양을 빠져나갔다.
현재 평양 문수동에 위치한 외교단지에는 러시아, 중국, 쿠바, 이집트, 라오스, 몽골, 베트남 등의 상주 외교사절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경우 2021년 2월부터 파견기간이 경과한 직원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냈지만,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로 인해 교대 인력을 평양으로 보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사관 인력은 당초 약 100명에서 절반인 50여명 규모로 줄어들었다.
북한 내 경제상황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경제목표의 달성을 강조하는 관영 매체들의 보도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실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3건의 기사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화선(火線·전선)식경제선동활동을집중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초부터 강도 높은 선전·선동 활동을 벌이며 주민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북한이 경제선동활동에 '화선식'이란 수식어를 사용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제분야의 성과가 최전선에서 이뤄지는 전투나 마찬가지라는 당국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북한이 연말 전원회의 결정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부터 경제목표 달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방증"이라며 "자력갱생을 토대로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김정은식 경제 전략이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오는 17일 한국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내각의 사업 정형 △2023년 과업 △2022·2023년 국가 예산 △'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 △중앙검찰소 사업 정형 △조직(인사) 문제를 토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석 여부와 참석할 경우 내놓을 대외 메시지도 관전포인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회의에는 불참했지만 9월 회의에서는 시정연설을 통해 '핵무력 법제화'와 함께 선제 핵타격을 거론한 바 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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