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로스테이지] 안톤 체호프의 고민과 이순재의 열정, 그리고 ‘배우’들이 만난 연극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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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의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연극이 무대에 오른 후 '안톤 체호프의 난해함'과 '이순재의 연출'을 손쉽게 관객들에게 전달한 배우들에게 관심이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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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의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영상 콘텐츠 속 인물들이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 알려면 자막 기능을 이용해야 하는 시대다. 훈련된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도 종종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런 시대에 애초 자막이 불가능한 ‘무대의 영역’은 때론 배우들의 역량이 시험 받는 공간이기도 하다.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갈매기’는 이런 면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었다.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 전 ‘갈매기’는 두 가지 면에서 관심을 받았다. 67년차 배우 이순재가 연출을 맡았고, 난해한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원작에 충실해 올리는 것이었다. ‘고전은 지루하다’라는 편견을 어떻게 깰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연극이 무대에 오른 후 ‘안톤 체호프의 난해함’과 ‘이순재의 연출’을 손쉽게 관객들에게 전달한 배우들에게 관심이 옮겨졌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는 말을 증명한 것이다.
‘갈매기’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제정 러시아 말기 쓰인 작품으로,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체제 하에서 좌절하고 고통 받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극에서 작가 지망생 뜨레블례프와 배우 지망생 니나 그리고 마샤는 젊은 세대를, 뜨레블례프의 모친이자 유명 배우인 아르까지나와 성공한 작가인 뜨리고린은 기성세대를 상징한다. 이들은 서로 어긋난 사랑을 하면서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쏘린과 도른은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진 못한다.
대립하고 화해하고, 이해하고 다시 충돌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배우들은 물 흐르는 듯한 합과 탄탄한 연기로 보여줬고, 관객들에게 정확한 발성으로 전달했다. 이 때문에 고전이지만, 고루하지 않다. 비극적 결말로 향해 가지만, 마냥 무겁지 만은 않다.
정동화는 새로운 세대에 반항하면서도 결국 자신도 그렇게 변해가는 과정을 못이기는 뜨레블례프 역을 비극적으로 보여줬고, 시트콤을 통해 발랄한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는 진지희는 그 특유의 모습에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외로운 니나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미 다양한 연극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난 소유진도 순식간에 감정의 폭을 넘나드는 연기로 아르까지나를 표현했다. 이외에도 권해성, 강성진, 이윤건, 고수희, 신도현도 극의 틈을 보기 힘들 정도로 결합해 꽉 찬 무대를 만들었다.
이순재는 한 방송에 출연해 “우리 극계의 중요한 문제가 우리 언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패턴이 많이 부서졌다. 배우들이, 드라마도, 내용만 알아들으면 넘어간다. 그런데 그 화법 가지고는 안 된다. (중략) 이 작품은 그렇게 해서는 의미 전달이 안 된다. 그 부분을 젊은 배우들에게 강조했고, 요즘 젊은이들은 똑똑해서 다 알아듣는다”라고 말했다.
‘갈매기’의 배우들을 통해, 또 자신이 직접 무대에 올라 안톤 체호프의 생각을 ‘정확’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한 이순재의 모습은 2월 5일까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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