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vs "고객 과실"…골프장 카트사고, 판결은

김흥순 2023. 1. 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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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7년 4월 지인 B와 C씨 등 일행과 지방의 한 골프장으로 라운딩을 나갔다.

다만 B와 C씨 일행을 담당했던 캐디가 카트에 시동을 걸어두고 운전석을 이탈한 점과 이와 관련한 안전교육이나 주의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은 점, 고객 부주의로 카트가 조작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들어 골프장 측 책임도 일부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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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딩 전 대기 중 카트 움직여 고객 부상
차량 설계·증인 진술 토대 이용객 실수 결론
주의의무 미이행 등 골프장 책임도 일부 인정

A씨는 2017년 4월 지인 B와 C씨 등 일행과 지방의 한 골프장으로 라운딩을 나갔다. 이들은 입구에 대기 중인 카트 2대에 나눠 탄 뒤 경기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담당 캐디는 카트 시동을 걸어둔 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런데 B와 C씨가 타고 있던 카트가 갑자기 출발하더니 A씨가 탑승한 카트를 두 차례 들이받고 인근 경계석을 넘어 화단으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A씨는 허리를 삐끗했고 B씨는 발목을 다쳐 각각 3주 진단을 받았다. A씨 일행은 카트가 급발진했다고 주장하며 안전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골프장 측에 손해배상으로 각각 500만원씩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5일 법조계와 골프업계에 따르면 항소심까지 2년 넘게 이어진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A씨 일행이 요구한 배상액보다는 적은 1인당 1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골프장 측에 주문했다. 쟁점은 카트의 오작동 여부였다. 재판부는 A씨 일행이 탑승했던 카트가 액셀러레이터 센서와 스프링, 스위치 등 3단계 순서를 거쳐 움직이는데, 이중 어느 하나라도 합선이 일어나거나 오작동이 발생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도록 전기가 차단된다는 설계 특성을 증거로 인정했다.

또 같은 종류의 카트에서 급발진이 일어난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했다. 인근에서 사고 장면을 지켜본 캐디의 증언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캐디는 "카트 운전석과 보조석 중간에 걸터앉은 C씨가 액셀을 밟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앞서 C씨도 자신이 사고 당시 보조석에 앉아 왼쪽으로 몸을 돌려 뒷좌석 일행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카트가 갑자기 출발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 "이 사고는 카트에 탑승하고 있던 C씨가 뒷좌석으로 몸을 돌리던 중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카트 자체의 하자나 오작동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볼만한 증거가 없어 (급발진이라는)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B와 C씨 일행을 담당했던 캐디가 카트에 시동을 걸어두고 운전석을 이탈한 점과 이와 관련한 안전교육이나 주의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은 점, 고객 부주의로 카트가 조작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들어 골프장 측 책임도 일부 인정했다.

골프장 측은 "담당 캐디가 일행을 카트로 안내하거나 타라고 요청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탑승했기 때문에 사고를 예상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통상 고객들은 카트에 실린 골프백 등을 통해 자신들이 탈 차량을 알 수 있고, 캐디의 지시나 안내가 없더라도 미리 탑승하는 일이 흔히 있다"며 손해배상금을 각 1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례만이 아니다. 카트 관련 사고는 골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은 '전국 골프장 내 유형별 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발생한 카트 사고는 1751건에 달했다. 충돌사고가 1320건으로 가장 많았고 추락사고 369건, 전복사고 69건 순이었다. 이들 사고로 1560명이 다쳤고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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