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도 우크라에 데려왔다, 러軍과 싸우는 러시아인 정체
수개월 째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군사 요충지 바흐무트에는 우크라이나 편에 서서 싸우는 러시아인들이 있다. 우크라이나군 외국인 부대의 일원으로서 수백 명의 러시아인이 참여하고 있는 '자유 러시아 군단'이 15일 AFP통신과 일본 지지통신 등 외신에 소개됐다.
자유 러시아 군단의 대변인인 '카이사르'(가명)는 AFP통신에 "우리는 조국과 싸우고 있는 게 아니고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체제라는 악(惡)과 싸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는 배신자가 아니며 러시아의 앞날을 걱정하는 진정한 애국자"라고도 했다.
자유 러시아 군단은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창설돼 우크라이나군 외국인 부대의 일원으로 편성됐다.
군단에 참가한 러시아인들은 약 2개월간 훈련을 거쳐 지난해 5월 전장에 배치됐다. 지원자는 수차례 면접과 심리테스트, 거짓말 탐지기(폴리그래프) 검사를 거쳐 선발됐다. AFP통신은 "사기가 높고 숙련된 부대"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전문가인 올레그 즈다노프는 AFP통신에 "전투에 참여하지만, 인원수가 적기 때문에 대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이들은 정치 선전공작원으로서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즈다노프는 또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위해 싸우는 러시아인이 있다는 건 우크라이나에 유리하다"고 짚었다. 러시아인 수천 명이 군단에 들어오고 싶어해 지원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카이사르가 전하는 러시아의 현실은 어두웠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며 물리치료사로 일했던 그는 AFP통신에 "러시아는 죽어가고 있다. 지방에 가면 취객, 약물 중독자, 범죄자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20년이나 푸틴 정권이 계속되면서 러시아 민중은 괴로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이사르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 아내와 네 자녀를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데려왔다. 자유가 없는 푸틴 정권 밑에서 사는 것보다 차라리 전쟁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에 가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였다.
카이사르는 "가족이 우크라이나에 있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다"면서 "전쟁 속이지만 오히려 러시아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 폭격과 추위 속에 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온 나의 선택에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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