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령’으로 컴백 이하늬 “삶 녹여내는 배우로 살고파”

김혜선 2023. 1. 15. 12: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우 이하늬. 사진=CJ ENM 제공

세한연후지송백지부조(歲寒然後知松栢之不彫).

날이 추운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는 말이다. 배우 이하늬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출산이라는 개인적 공백을 겪은 뒤 돌아왔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스파이 액션을 담은 영화 ‘유령’을 통해서다. 스크린으로 돌아오고 나니 그의 시들지 않는 열정이 더욱 또렷이 드러났다.

“유령은 그 기저에 정신이 흐르는 영화예요. 극 중 언급되는 ‘세한연후지송백지부조’는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남긴 유묵입니다. 겨울이 지난 뒤 봄이 온다는 것을 알면 견딜만 한데, 일제 강점기는 ‘이 겨울이 끝나긴 하는 걸까?’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그 시린 겨울을 견디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보이기 시작해요. 차경(이하늬 분)도 그렇습니다.”

1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하늬는 “예전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2년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고 팬데믹이 좀 잦아들고 처음 나오는 영화라 많이 설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하늬가 ‘유령’에서 연기한 차경은 유명한 재력가의 딸이다. ‘유령’은 1933년 경성을 배경으로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의 용의선상에 오른 5명이 외딴 호텔에 갇혀 서로를 의심하고 탈출하려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이하늬는 차경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이하늬는 “차경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차경이라는 인물은 모노톤, 회색에 가깝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시뻘건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배우 설경구와 함께 호흡을 맞춘 것을 두고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하늬는 “배우로서 성공했다는 여러 척도가 있겠지만 제가 평소에 존경하던 배우, 감독과 작업하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했다”며 “설경구 선배와 한 공간에서 숨쉬고 같이 할 수 있는 배우가 되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하늬가 손꼽은 ‘블록버스터급 액션’ 장면도 설경구와의 액션신이다. 사전 공개된 ‘유령’ 스틸 중에는 호텔방에서 이하늬가 설경구와 팽팽하게 대치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팽팽한 힘의 대결과 에너지가 폭발하는 장면이어서 연기하기 수월하지 않았다는 게 이하늬의 소감이다.

“이 장면에서 (설경구에) 절대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액션스쿨에서 처음 강습을 시작할 때는 소리를 지르라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힘 빠지는 기합만 들어갔는데, 나중에 익숙해지고 훈련이 되니까 괴성에 가까운 소리가 나더라고요. 제 소리가 너무 커서 녹음을 다시 해야 할 정도였죠.”

그럼에도 설경구와의 치열한 액션 장면은 그에게도 ‘두려움과 불안’이었다고 한다. 이하늬가 떠올린 설경우의 이미지는 2004년 개봉한 영화 ‘역도산’의 프로레슬러 역도산이다. 이하늬는 “내가 ‘역도산’과 붙으면 어떨까 늘 생각했다. 이 장면에서는 두 사람이 비등하게 붙어야 볼만한데, 체급이라던지 성별차이가 보이면 이 장면은 실패라고 생각했다”며 “두 존재가 정말로 용호상박처럼 죽음을 놓고 벌이는 한판승부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전했다.

거친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이하늬만의 특별한 단련 방법도 있었다. 바로 7kg이 넘는 장총 소품이다. 몸에 피멍이 드는 것을 감수하고 장총을 차에 싣고 촬영 현장마다 메고 다니며 익숙해지는 시간을 거쳤다. 그렇게 ‘유령’의 명장면인 ‘장총 연사’ 장면이 나왔다.

‘출산 후 복귀작을 찍은 소감은 어떤지’ 묻자 이하늬는 “배우 코스프레하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지난해 6월 예쁜 딸을 얻은 이하늬는 “(출산은) 제게 있던 일이고 많은 여성이 겪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앞으로 배우생활에도 ‘연기를 많이 하는 배우’보다 ‘삶을 녹여내는 배우’로 살고 싶다”고 전했다.

“아이를 돌보는 일에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되는 대로 하자고 생각했어요. 닥치는 대로 기쁘게 하자고 마음 먹으니 행복으로 삶을 채울 수 있더라고요. 감정은 49와 50의 선택인 거잖아요.”

이하늬는 ‘유령’이 배우 인생의 ‘챕터2’와 맞닿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타짜2’, ‘침묵’같은 드라마 장르 작품에서도, 천만 관객을 모은 ‘극한직업’, ‘열혈사제’ 등 코미디 장르에서도 이하늬는 ‘강단 있게 지르는’ 모습을 보였다. ‘유령’에서 내면의 마그마를 억누르는 새로운 변신을 한 이하늬의 연기는 기대해도 좋을 법하다.

 “배우가 작품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작품이 배우를 선택할 때가 있죠. 배우로써 타임이 정해져 있고 액션을 할 한계점이 있을텐데, 그 행과 열이 딱 맞아서 이 배역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